지난주에 우연히 코칭 기회를 얻었고, 인생의 정답을 찾았다는 생각에 기뻤다. 사람 살리는 일에 집중하면 돈은 자연스럽게 따라온다는 결론에 이르렀고, 갑자기 예수님을 전해야겠다는 생각이 강해졌다. 세상이 다 끝나기 전에 사람들을 구해야 한다는 생각에 갑자기 꽂혀버렸고, 평소에 안 하던 말과 행동을 하기 시작했다.
요즘 교회 목회자들이 성도들을 공감도 못하고, 설교에 본인 생각을 집어넣기 때문에, 성도들이 상처받고 교회를 떠난다는 생각이 들었고, 나도 모르게 목회자들을 비판하는 글을 엄청 올렸다. 안 하던 욕과 비판이 난무하는 글을 적어 인스타에 올리니, 많은 사람들이 걱정을 하기 시작했다. 사람들을 살리기 위해 글을 적는다고 생각했는데, 나중에는 점점 변질되어 공격하는 글로 바뀌었고, 어느 순간 재판장의 자리에 올라가 있었다.
잠도 제대로 안 자고, 제대로 먹지도 않고 하루 종일 글을 올려대다 보니 며칠사이에 몸무게가 쭉쭉 빠졌고, 내 모습은 좀비가 되어가고 있었다. 내가 이러는 게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영적으로 나를 분별해 줄 사람이 필요하다고 기도했는데, 문득 한 교회 자매님이 떠올랐다. 알고 보니 그 자매님은 영 분별을 할 수 있는 분이셨다. 내가 겪고 있는 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 그분이 계신 곳으로 찾아갔다.
자신도 초신자라서 기도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잘 모르고, 누구 손 잡고 기도를 해준 적도 없지만, 오늘은 나를 위한 기도를 꼭 해줘야겠다는 생각이 드셨다면서, 온 마음을 다해 기도를 해주셨다. 알고 보니 내가 오기 전부터 기도를 하고 계셨고, 음식도 준비하시고 깨끗이 맞이하고 싶어서 목욕까지 하고 오셨다고 한다. 너무나 큰 감동이었고, 엄청난 사랑을 받는 기분이었다.
집을 가려고 나왔는데, 어느 순간 머릿속이 비워진 느낌이 들었다. 한동안 머릿속이 복잡하고 막 질주하는 상태였는데, 갑자기 가야 할 방향을 잃어버린 기분이 들어 막막했다. 인스타를 봤는데 갑자기 내가 쓴 글들이 너무나 불편하게 느껴지고, 내가 아닌 사람이 글을 써놓은 듯한 기분이 들었다.
알고 보니 기도 덕분에 내 안의 악한 영이 빠져나간 것이었다. 그동안 대체 무슨 짓을 했나 싶어 앞이 깜깜해졌다. 갑자기 공허한 마음이 들어서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고, 예전에 새삶쓰기에 참여하셨던 멤버분께서 하는 가게에 놀러 가려고 발걸음을 옮겼다.
이제는 언니 동생처럼 지내고 있는 분인데, 놀러 간다고 하니 어서 오라며 반겨주셨다. 몰랐는데 그 언니도 남들보다 영적으로 민감하게 알아차리는 능력이 있었다. 지금 내가 뭔가를 해야 한다는 생각에 너무 사로잡혀있다고 말해주셨다. 그만 내려놓고 편하게 지내라고 하셨는데, 어떻게 편하게 지내야 할지 몰라서 멍했다.
조금 뒤에 나를 걱정하시는 집사님들이 잠깐 보자고 연락을 주셔서 집 앞에서 만났다. 한 집사님께서 내가 우울의 늪으로 빠질까 봐 걱정하고 계셨다. 그간 저질러놓은 일들을 어떻게 수습해야 할지 너무나 막막해서 딱 죽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한 순간에 성경에 나오는 가룟유다(예수님을 배신하고 자살한 인물)처럼 될뻔했다.
"주 예수의 이름으로 명하노니, 악한 영은 떠나갈지어다! 불안, 염려, 두려움, 트라우마 다 떠나갈 지어다!"
한 집사님이 손을 잡고 기도를 해주셨고, 그 기도가 끝나고 또 다른 집사님이 대적기도를 해주셨다. 나를 위해 눈물로 부르짖으며 기도를 해주시는데, 나를 너무나 아끼시는 게 느껴져서 울컥하고 눈물이 터져 나왔다. 기도가 끝나자마자, 머릿속이 싹 청소된 기분이 들었고, 뿌옇고 침침했던 눈이 맑아지면서 번쩍 뜨였다.
순식간이었다. 죽고 싶은 마음이 싹 사라지고, 두려움, 불안한 마음도 사라졌다. 대적기도를 직접들은 건 처음이었는데, 효과가 엄청났다. 어쩌면 불안, 염려, 두려움 같은 것들이 감정이 아니라, 악한 영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이번에 처음 들었다.
교회와 공동체를 여러 번 옮기느라 여기저기 아는 사람들이 많이 있지만, 평소 연락을 하며 지내는 사람은 많지 않았는데, 이번 기회를 통해서 나를 걱정하며 기도해 준 사람들이 수십 명이 넘는다는 걸 알았다. 심지어는 친구의 친구 중에 난소암을 앓고있는 친구가 있는데, 그 친구가 내 얘기를 전해 듣고는 내가 힘들면 언제든지 자기한테 연락하라고, 자기가 대신 울어주겠다고 했단다.
내가 괜찮아졌다는 소식에, 누군가는 하나님이 정말 살아계시고, 사랑이 많으시다는 걸 느꼈다고 하고, 어떤 자매님은 나를 떠올리기만 해도 사랑하는 마음에 울컥 눈물이 난다고 하셨다. 어떤 자매님은 내가 갑자기 변한 이유를 알아내기 위해 내 최근 글을 분석해서 원인을 찾기 위한 노력을 하셨다고 한다.
어쩌면 죽음으로 치달을 수도 있었는데, 천사 같은 사람들을 통해서 하나님의 무한한 사랑을 경험하는 시간이었다. 연락 끊겼던 사람들과 정말 오랜만에 안부를 주고받으며, 그동안 내 앞일만 신경 쓰느라 사람들을 전혀 살피지 못했다는 걸 깨달았다.
한 친구가 공동체에 속하지 않고 혼자 신앙생활을 하며 힘들게 지내던 차였는데, 오랜만에 나와 연락이 닿아 좋았다고 한다. 서로 힘든 시기가 있었다는 걸 알고는 서로 기도해 주기로 약속했다. 교회를 안 다니는 분들도 나를 걱정하며 기도했다고 해서 참 감사했다.
예수님을 전하기보다는 자기 앞일만 걱정하는 자칭 크리스천을 비판하는 글을 많이 적었는데, 그러고 보니 나에게 향해야 할 손가락질을 타인을 향해 겨누고 있었다는 걸 알았다. 눈과 귀가 꽉 막혀서 성도의 마음을 공감도 못하는 목회자들을 비판했는데, 눈과 귀가 가장 많이 막힌 사람이 나였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나 같은 죄인 살리신'이라는 찬양 가사가 갑자기 떠오른다. 내가 만약 예수님을 믿지 않았더라면, 내가 벌인 일들이 너무나 죄스러워서 그냥 죽음을 택했을 것 같다. 보통의 사람들이었더라면, 그냥 이상한 사람이라 여기고 차단하고 끝났을 법도 한데, 예수님을 믿거나, 나를 소중히 아껴주는 사람들은 모두 걱정하고 기도하며 따듯하게 품어주었다.
이 인연들은 과연 우연으로 맺어진 걸까? 아닐 것이다. 분명히 하나님께서 천사 같은 사람들을 보내주신 거라 확신한다. 과연 내가 나 같은 사람을 만났을 때 이분들처럼 품어줄 수 있었을까 생각을 해본다. 쉽지 않겠지만 내가 받은 사랑의 힘으로 나 또한 품어보기로 다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