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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음 Apr 08. 2024

나는 조력 자살, 안락사를 하게 될까?

작년 겨울, 더현대에 놀러갔다가 지쳐서 카페에서 눈을 감고 쉬고 있었다. 뒷테이블에서 중년 여성 두 분이 안락사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듣게 되었다. 한 분은 진지하게 안락사에 대해 알아 본 것 같았다. 스위스에서 할 수 있으며, 비용은 어느 정도이고, 50대인 지금부터 준비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보통 청년들이 노년에 안락사를 하고 싶다는 이야기는 많이 들었다. 중년 분들은 안락사를 꺼려하고 ‘나이를 먹을수록 저승보다 무조건 이승이 더 좋아져.’라고 많이 이야기를 하셨다. 그런데 오히려 중년분들이 안락사에 대해 적극적으로 고려하시는 이야기를 들으니까 신기했다. 그렇게 안락사에 대해 조금 더 관심이 가게 됐다.

나는 결혼할 생각이 없다. 그러므로 노년기에 큰 질환에 걸렸을 때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나의 죽음을 어떻게 마무리 할 것인가에 대한 생각이 늘 한 켠에 있었다. 내가 나이를 먹는 만큼 주변의 어른들도 나이를 먹으시기에 병마와 싸우시는 모습을 옆에서 보면서 이것이 얼마나 힘든지를 느끼고 있다. 그래서 혼자 살 나는 더욱 더 이 주제에 관심이 간다.

며칠 전, 한 일본 영화 예고편을 보았다. 몇 년 뒤 일본의 모습을 상상하여 만든 영화이다. 영화에서 일본 정부는 플랜 75를 만든다. 노인 인구가 극심하게 많아지자 이를 해결하기 위한 해결책으로 만든 것이다. 75세 이상인 국민들에게 안락사를 제공한다. 별도의 조건은 없고, 공무원과 간단한 인터뷰를 한 뒤, 적격자로 선정이 되면 안락사를 한다. 대부분 적격자가 된다.

 이 영화 덕분에 조력자살이 다시 떠올라서 현재 실시 중인 스위스 조력자살 업체를 찾아보았다. 대표 업체는 총 4곳이고, 한국인 등록자는 약 140명이다. 실제로 조력자살을 한 한국인은 약 10명이다. 내 생각보다 등록자 수와 실제로 한 사람의 수가 많아서 놀랐다.

방식을 살펴 보니, 생각보다 쉽지 않다. 먼저, 가입비를 업체에 보내고 나의 일생, 나의 건강 상태, 내가 조력자살을 선택하는 이유를 영어로 자세히 써서 제출해야 한다. 내용이 적으면, 더 써서 제출하라고 연락이 오기도 한다. 그리고 정기적으로 4~5만원의 회비를 낸다. (매달 혹은 매년이었다.) 그리고 안락사를 하고 싶은 시기가 되면, 스위스로 간다. 업체의 의료진이 제공하는 약물을 스스로 마시고 죽음에 이른다. 스위스는 모든 사람들의 화장 비용이 무료이기에 업체에서 화장 처리를 한다.

여기서 어려운 점은 중년이나 노년분들은 영어로 긴 글을 쓰기 힘들다는 점이다. 나에게 가장 어려운 점은 스스로 약물을 마신다는 점이다. 나는 평온하게 침대에 누워있으면 링겔에 약물 주입하는 방식인 줄 알았다. 아무리 내가 죽음을 선택하겠다고 굳게 마음을 먹었을지라도 스스로 약물을 먹을 수 있을까? 스위스라는 나라도 낯설고, 창밖에 보이는 풍경도 낯설고, 눈 앞에 보이는 의료진들도 외국인이고, 온통 영어로 적혀 있고, 침대에 누워 있는 상황에서 약이 담긴 병을 받을 것이다. 뚜껑을 열고 입을 벌려서 마실 수 있을까?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내가 조력자살을 선택하는 모습을 상상해보았는데, 당장 70살이 됐다고 죽음을 선택하지 않을 것이다. 요즘 70, 80살임에도 활발하게 사회에서 활동하는 분들이 많은데 내가 노년일 때는 더 흔할테니까. 늙었다고 죽을 생각은 전혀 없다. 어떤 질환에 걸렸고 이를 치료하기 위해서 노력했으나 더 이상의 치료가 어렵고 고통이 너무 심할 때 조력자살을 선택할 것 같다. 그래도 쉽지 않다. 스위스 비행기 값은 빼놓아야 할텐데, 치료비용으로 다 대다 보면 그것도 어렵지 않을까?

그렇다면 조건을 바꿔보자. 내가 노인이 되었을 때 한국에도 업체가 생기고, 직접 약물을 마시는 방식이 아닌 링겔 약물 주입 등 비자발적인 방식이라면 할 수 있을까? 그래도 잘 모르겠다. 정말 고통이 심한 상황이라면 선택할 수도 있을 것 같고, 막상 죽음 직전의 상황에 온다면 무서울 것 같기도 하고.

바로 어제(2024.2.12.), 네덜란드 전 총리가 93세 동갑 아내와 동반 안락사를 했다고 한다. 2019년에 뇌졸중이 발병했고, 큰 고통을 긴 시간 겪었다고 밝혔다. 데이비드 구달 외에 유명인이 안락사를 택한 새로운 케이스이기에 눈에 더 들어온다.

 앞으로 내가 점점 더 나이가 들수록 한국의 안락사에 대한 문화도 바뀔 것이고, 내 생각도 변화할 것이다. 궁금하다. 어떻게 변할지.

+책, ‘스위스 안락사 현장에 다녀왔습니다.’라는 책을 발견했다. 언젠가 읽어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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