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오와 집 앞을 산책한다.
집들을 따라 길가에 세워져 있는 우편함을 좋아하는 테오를 위해 마을을 한 바퀴 돈다. 우편함의 무엇이 테오의 파릇파릇한 호기심을 자극하는지 궁금하다. 모양인가?
키가 작은 풀들이 우편함을 에워싸고 있다. 마치 호위를 하는 듯하다. 테오가 갑자기 꺅 소리를 낸다. 테오의 시선을 따라가 보니 풀들 사이로 꽃들이 피어있다. 꽃을 좋아하는 테오다. 꽃을 만질 수 있게, 하지만 움켜쥐어 꺾을 수는 없을 정도로 가까이 데려가 준다. 손 끝으로 꽃잎을 살살 건드려본다. 손 끝에 닿은 새로운 감각이 테오의 뇌로 전해져 시냅스를 만들고 뉴런들을 연결한다. 테오의 머릿속에는 지금 어떤 감정과 생각이 일고 있을까? 궁금하다.
테오가 꽃을 탐색하는 동안 생각한다. ‘처음 보는 꽃이네. 작고 예쁘네. 이 꽃은 이름이 뭘까? 만져도 되는 꽃일까?’
마침 우체국 차가 편지를 배달하러 마을로 들어오는 것이 보인다. 차가 집을 따라 돌며 우편함 앞에 선다. 우체부 언니가 차에 탄 채로 우편함 문을 열고, 편지를 넣고, 우편함 문을 닫고, 다음 집으로 이동한다. 우편함 문이 열리는 걸 보고 테오가 까르르 웃는다. 테오의 시선이 열리는 우편함에 닿을 수 있도록 차 뒤를 따라 걷는다. 그러고 보니 우체국 차에는 문이 없고, 운전석이 오른쪽에 있구나. 처음 알았다.
문득 아이를 키운다는 것이 아이의 눈으로 세상을 다시 바라볼 수 있는 기회를 얻는 것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내게는 더 이상 새롭지 않게 된 많은 것들을 너무나도 새롭고 흥미롭게 바라보는 테오, 내겐 당연한 것들을 당연하지 않게 보는 테오, 그 아이의 시선을 따라가면서 나 역시 세상을 새롭게 보게 되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하니 테오와 함께 할 시간들이 뭔가 더 설레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