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Self)와 사회(Society)가 상호작용을 하는 것이 커리어라고 정의를 내렸다. 그렇다면 이 상호작용이 어떠한 모습이면 좋겠는지, 그 모습을 그려보는 것이 커리어 플랜이 아닐까?
내 커리어는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꽤 오랫동안을 고민했다. 정해진 답이 없는 질문이다 보니 고민을 하면 할수록 헤어나올 수 없는 수렁으로 빠져드는 느낌이 들었다. 그러다 퇴사를 불과 몇 주 앞둔 시점에 매니저가 주최한 자기 계발 워크숍에서 이키가이(Ikigai)라는 콘셉트를 처음 알게 되었다. 일본인들의 삶의 철학이라고 하는데, 이 개념을 설명하는 그래프를 보는 순간 오래도록 나를 헷갈리게 했던 여러 개념들이 한 번에 정리가 되는 것 같았다.
Ikigai (이키가이)
‘삶의 의미(MEANING OF LIFE)’, ‘존재의 이유(REASON FOR BEING)’ 정도로 번역될 수 있는 일본 말이다. 오키나와 사람들이 장수하는 비결을 연구하는 과정에서 알려졌다고 하는데, 일본 사람들은 대부분 자신의 Ikigai가 무엇인지 알고 있고, 이를 실행하면서 산다고 한다. 나의 Ikigai는 (1) 내가 좋아하는 것, (2) 내가 잘하는 것, (3) 내가 돈을 받고 남에게 제공할 수 있는 것, (4) 세상이 필요로 하는 것, 이 네 가지의 접점에서 발견된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업으로 삼아야 하는지, 아니면 내가 잘하는 것을 업으로 삼아야 하는지, 그것도 아니면 시장에서 수요가 있는 일을 찾아 업으로 삼아야 하는지는 나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고민일 텐데, 이 그래프에 따르면 Ikigai는 이 모든 것의 접점에서 찾아진다.
위의 그래프를 보면서 깨달은 것 3가지가 있다.
첫째로, 내 커리어의 모습을 찾았다. 내 커리어는 나의 Ikigai를 찾고, 도달하고, 실행하는 과정이구나.
둘째로, 내 커리어의 방향성을 찾았다. 내 커리어는 전반전과 후반전으로 나누어 전반전은 나의 Ikigai에 도달하는 여정, 후반전은 나의 Ikigai를 실행해가는 여정이 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셋째로, Ikigai에 도달하는 길은 하나로 정해져 있지 않고 다양하다는 것을 알았다. 4개의 원과 그 원들이 만들어내는 접점들 중 어디에서든 시작해도 되기 때문이다. 지난 글에서 언급했던 친구들을 예로 들면,
커리어가 본인이 세상에 기여하는 방법이라고 했던 친구 A는 "What world NEEDS",
커리어가 내 가슴을 뛰게 하는 일을 하며 행복을 추구하는 것이라 했던 친구 B는 "What I LOVE",
커리어가 내 재능을 제공하고 대가를 받는 것이라고 했던 친구 C는 "What you're GOOD AT",
커리어가 원하는 삶을 살기 위한 경제수단이라고 했던 친구 D는 "What you can be PAID FOR"
의 원 안에서 본인들의 여정을 시작한 것 같다. 그리고 본인이 서있는 원에서 점차 다른 원들과의 접점을 찾아나갈 때 Ikigai에 도달할 수가 있게 된다.
다시 말해 방법은 달라도 궁극적으로는 모두가 Ikigai에 도달할 수가 있는 것이다. 물론 매우 개인적인 해석이다.
내 주변에서 본인의 Ikigai를 찾아서 실행하고 있는 사람들이 누가 있는지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그리고 그 사람들은 어떻게 본인의 Ikigai에 도달했는지도 들여다보았다. 대표적으로 두 사람이 떠올랐다.
1. 직업(Professional)이 사명(Mission)을 만날 때
J 언니는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자산관리사와 컨설턴트로서 본인의 전문성을 개발했다. 그러는 동안 발명과 혁신에서 언니의 사명을 발견했다. 몇 년 전, 언니는 다니고 있던 컨설팅 회사를 그만두고 자동화된 자산관리 서비스 스타트업을 론칭하여 운영하고 있다. 자산관리와 컨설팅에서 쌓은 직업 전문성을, 발명과 혁신이라는 인생의 미션에 적용하여 언니만의 Ikigai를 멋지게 실행하며 살고 있다.
1) 내가 잘하는 것과, 내가 돈을 받고 제공할 수 있는 것의 접점을 찾아서 직업으로 갈고닦는다.
2) 내 가슴을 뛰게 하는 것과, 세상이 필요로 하는 것의 접점에서 내 사명을 발견한다.
3) 내 직업을 내 사명을 위해 쓸 수 있는 시기와 기회가 왔을 때 내 Ikigai에 도달하게 되고, 이를 실행한다.
2. 열정(Passion)이 소명(Vocation)을 만날 때
에어비앤비 호스트 교육을 하며 인연을 맺게 된 트립 호스트 H 님은 직업이 은행원이다. 하지만 H 님의 열정은 요리, 인테리어, 블로그 운영이다. H 님은 본인의 직업과 열정을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꾸준히 병행하며 갈고닦으셨다. 직업은 열정을 꾸준히 추구할 수 있도록 해주는 자원이었고, 열정은 직업을 유지할 수 있게 해주는 원동력이었다. 그러다 H 님의 열정을 필요로 하는 곳이 생겨났다. 상업적이고 틀에 박힌 여행을 하고 싶지 않은 여행객들은 로컬의 열정을 (돈을 주고) 공유받고 싶어 했다. H 님은 그동안 꾸준히 갈고닦아 온 자신의 열정을 트립이라는 콘텐츠로 만들어 에어비앤비를 통해 여행객들에게 돈을 받고 제공하기 시작했다. Ikigai에 도달하는 순간이었다.
1) 내가 좋아하는 것과, 내가 잘하는 것의 접점을 찾아서 열정을 갈고닦는다.
2) 열정을 직업과 연결시킬 수 있다면 좋고, 그러기 힘들다면 열정과 접점이 없는 직업을 찾는다.
3) 어느 순간 사회가 내 열정을 필요로 하게 되면, 열정을 업으로 삼아 내 일과 내 Ikigai를 일치시킨다.
사람마다 Ikigai에 도달하는 방법과 여정이 다르다면, 나는 과연 지금 다이어그램의 어디쯤에 서있고, 어떤 여정을 통해 Ikigai에 도달하면 좋을까?
어린 나이에 일찌감치 내 Ikigai를 발견하여 평생 이를 실행하며 산다면 이상적이겠지. 실제로 그런 사람들도 있고. 하지만 한편으론 Ikigai를 너무 일찍 발견하는 것도 좋지 않을 것 같다. 왜냐하면 Ikigai는 네 가지 원의 접점에서 찾아지기 때문에, 각각의 원이 넓어지면 넓어질수록 접점이 생길 수 있는 영역이 넓어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같이 태생적으로 FOMO(Fear of Missing Out)가 심한 사람은 일찌감치 한 가지를 선택해서 거기에만 매진하는 것이 애당초 불가능하다. 따라서 나는 커리어를 전/후반으로 나누어 전반전에는 다양한 경험을 쌓으며 내 원들의 크기를 점차 늘려 가고, 하프타임에 Ikigai를 찾고, 후반전에는 이를 실행하며 살면 좋을 것 같다.
나는 내 Ikigai를 찾는 방법으로 J 언니처럼 직업(profession)을 미션(mission)과 일치시키는 방법을 선택했다. 따라서 단기적으로는 (2-3년) 지금 하고 있는 업무에 집중해서 전문성을 높은 수준으로 갈고닦고 싶다. 그러는 동안 나의 전문성과 일치시킬 내 삶의 미션이 무엇인지를 찾고 싶다. 3년쯤 후에 그 접점에서 나의 Ikigai를 발견할 수 있으면 좋겠다. 그 이후에는 내 Ikigai를 실행할 수 있는 일을 찾아 꾸준히 해나가는 것이 내 목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