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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라 Jun 18. 2023

주변은 그렇게 사랑하면서

본인에겐 왜 그렇게 가혹해요!

얼마 전 급속도로 친해진 동료와의 짧고 굵었던 술자리에서 마음을 훅 치는 말을 들었다.

일과 관련된 이야기와 최근에 회사에서 있었던 크고 작은 에피소드들에 대한 누구나 할 수 있는 이야기였는데, 당연히 시간이 흐르고 술이 조금씩 들어가면서 더 속 깊은 이야기들이 시작됐다.


각자 이전 회사에서 어떤 사람들을 만났었는지 그리고 그 모든 각자의 희로애락을 겪으며 어떤 레슨런(?)을 얻었는지 그런 회고들을 했었는데 무심코 내가 던진 말에 대한 그녀의 반응이 쿵하게 남았다.




나: 아 근데 저는 왜 이렇게 제가 성에 안 차죠?

동료: 예...? 그렇게 열심히 하시면서요?

나: 열심히 하는 거랑은 별개예요. 너무 성에 안 차. 뭘 달성해도 그냥 했구나 싶지 성에 안 차요.

동료:........ 주변에는 사랑을 그렇게 뿌리고 다니면서 왜 이렇게 본인에겐 가혹하신 거예요?

나: 엌,,,? 


쿵. 쿵.


첫 번째 쿵 포인트는 내가 주변에 사랑을 뿌리고 다니고 있었다니. 그저 책임이 많아지고 어려운 시기를 같이 해쳐나가 주는 고마운 사람들이라고 생각하고 대했던 게 다인 것 같은데 그래도 그게 누군가에게는 느껴졌었구나 싶은 안도와 뿌듯함이었다.


두 번째 쿵 포인트는 왜 나는 나에게만 이렇게 가혹했을까. 

한 명 한 명의 맨먼스가 너무도 중요한 스타트업에서(특히 요즘 같은 상황에서) 살아남기 위해 매일 성과를 만들어 가야 한다는 책임감과 본래의 목표 지향적/성과 지향적인 성향 영향이 컸을 것 같다. 


저 대화가 며칠 동안 계속 마음에 남아서 지난 9년의 커리어 패스를 돌아보니, 내가 나를 못마땅하게 여겼던 시점에 번아웃이 오거나 이직 생각이 절실하게 들었던 것 같다. 번아웃이 정말 크게 왔던 2019년엔 도대체 내가 왜 이럴까 싶어서 모든 걸 다 버리고 산티아고 순례길로 떠났었다. 한 달 동안 순례길을 걸으면서 나라는 사람에 대해서 많이 생각하고 인정하는 과정을 겪었는데 딱 순례길 떠나기 전에 이런 비슷한 마음이 들었다.(스스로가 별로 마음에 안 드는) 그래도 정말 다행인 건 이번엔 내가 나의 패턴을 예측하고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현상을 진단했으니 이제는 더 성숙하게 일상을 유지하면서 문제를 해결해 나가면 된다. 살-짝 몸과 마음에 여유 있는 시간을 갖고 나를 조금 더 예쁘게 따뜻하게 봐주고 재밌어라 하는 일들을 찾아서 해봐야지. 


내가 나에게 제일 가혹하면, 세상사는 게 더 가혹해지지!

이 내용을 글로 정리하고 쓰게 된 걸 보니 이미 벌써 나아진 것 같다.

이번 주말 마음에 들어


매거진의 이전글 글 쓰는 게 어렵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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