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다를 줄 알았습니다.
2020년, 남편의 사업 선언과 함께 동시에 시작된 퇴사와 이사.
남편은 편도 거리로만 5시간이 넘는, 그것도 아직 KTX가 깔리지 않아 무조건 버스를 타거나 직접 운전을 해야만 갈 수 있는 거제도로 떠났습니다. 그곳에서 사업을 시작하는 게 훨씬 쉽고 효율적이었거든요. 그때는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처음으로 우리 부부가 같이 장만한 '우리 집'에 우리는 없었습니다. 그저 저와 강아지 한 마리만 같이 있었죠.(그마저도 지금은 무지개다리를 건너버린...). 처음에는 괜찮았습니다. 결혼 후, 가족을 위해서 혹은 현실적인 상황 때문에 각자가 갖고 있던 꿈을 포기하기보다는 서로의 꿈을 전폭적으로 응원해 줄 수 있는 관계로 거듭나는 과정이었으니까요. 그리고 실제로 그 3년 사이에 저희는 각자 제법 많은 것을 이뤘습니다. 남편은 지방으로 내려간 지 3년 만에 사업장을 3개로 확장했습니다. 저는 다니고 있던 회사에서 최연소 팀장으로 승진을 했고, 이직을 더하면서 만족스러운 커리어를 그렸습니다.
여기서 문제는 각자가 너무 잘 살았다는 것이었죠.
남편이 사업장을 3개로 확장하는 동안, 제가 승진과 이직을 경험하는 동안 그 안에 서로가 없었어요. 매일 새로운 성취에 취해 그렇게 저희는 '각자 잘 지냈습니다.'
그렇게 만남의 주기는 2-3주에 한 번에서, 한 달에 한번, 두 달에 한 번으로 길어졌고 어느 설날에는 연휴 내내 만나지 않기도 했습니다. 결혼기념일 정도를 넘어가는 건 아무렇지 않게 느껴졌고 각자 바쁘고 멀리 있으니 괜찮다고 생각했어요.
그러다 문득 정말 바쁘게 잘 지내던 어느 날 '이 관계를 왜 유지해야 하는 거지?'라는 의문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한 번씩 와이프로서의 도리, 며느리로서의 도리, 결혼한 부부로서의 도리를 지켜야 하는 순간이면 그 의문은 점점 더 짙어졌죠. 부부로서의 유대감과 관계가 없는데 도리는 지켜야 한다니... 역설적으로 느껴졌습니다.
연애 7년, 결혼 6년 도합 13년의 시간을 함께했지만 저희는 멀어졌습니다.
다시 생각해 보면 사실 조금 건방졌던 것 같아요. 우리에겐 저만큼의 시간이 쌓여있으니 그 정도 떨어지는 건 아무렇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던 거죠. 서로의 시간과 공간이 달라지는데 그 전과 똑같을 거라고 생각했으니까요.
그렇게 월간부부 생활 3년 차에 위기가 시작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