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비례일까 아닐까?
5시간 거리에 떨어져 살기 시작하면서 처음에는 이 관계를 더욱더 견고하고 돈독하게 유지하자며 남편과 저는 연애 시절보다 더 신경 써서 연락을 주고받았습니다. 원래도 카톡이나 전화를 수시로 하는 스타일은 아니었지만 떨어져 있으니 서로 어디에 있는지, 출근은 했는지, 퇴근은 했는지는 더 잘 공유하려고 했죠. 심지어 21년에 쓴 브런치 글에는 우리 부부가 얼마나 주기적으로 연락을 잘하고 있는지에 대해서 뿌듯해하며 더 잘해보자는 글까지 쓰기도 했었어요. 한 치 앞을 몰랐던 거죠 (그때 썼던 글이 궁금하시다면)
월간부부 생활을 시작한 지 3년 차가 되자 연락은 점차 뜸해지기 시작했어요. 언젠가부터는 하루에 주고받는 카톡 메시지가 3-4개가 채 안될 때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 보면 놀랍게도 그땐 그게 서운하지도 않았어요. 아니 정확히는 서운함과 빈자리에 무뎌졌던 것 같습니다. 간혹 전화를 걸었는데 서로 콜백을 하지 않더라도 "왜 연락이 안돼?"라는 질문조차 없어져갔으니까요.
그렇게 뜸해지는 연락 속에 자연스럽게 저희는 서로가 어떤 생각을 하고, 고민을 하고, 어떤 사람들과 만나는지를 공유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남편의 주변에는 요식업을 기반으로 사업하는 분들 혹은 그와 관련된 분들이 많아졌고 간혹 전화를 하더라도 남편은 그 사람들 이야기를 했었죠. 그렇지만 재미가 없었습니다. 얼굴도, 이름도, 뭐 하는지도 모르는 사람들과의 이야기가 귀에 잘 들어올 리 없었으니까요. 남편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스타트업이나 IT회사 사람들 위주로 만나고 일하는 제 이야기가 전혀 다른 세상의 이야기처럼 느껴졌겠죠. 서로 겉도는 이야기만 남았습니다. 그렇게 제대로 된 '대화'는 점점 사라졌어요.
그리고 악순환의 반복이 시작되었던 것 같습니다. 대화가 사라지니(즉, 할 말이 딱히 없으니) 연락에 더 의미가 없어졌어요. 연락의 빈도가 잦아들고 아예 연락하지 않고 지내는 시간이 반나절, 하루, 이틀로 점차 늘어가기 시작했습니다. 중간에 물론 "우리 너무 연락이 없는 거 아니야?"라는 질문을 할 때도 있었죠. 그럴 때마다 "잘 있는데 뭐, 바빠서 그렇지 뭐." 정도의 말로 우리는 우리가 정말 괜찮다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러다 어느 날부터는 새로운 질문을 하기 시작했죠.
"뭘 위해 사는 거야?"
"우리 왜 이러고 살아?"
호기롭게 서로의 꿈과 커리어를 응원하기 위해 이 정도의 위험과 시간은 감수할 수 있다고, 우린 진짜 서로를 신뢰하고 믿어주는 견고한 사이라고 말했던 처음과 다르게 더 이상 아무 말도 할 수 없었습니다. 아니, 사실은 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답할 수 없는 공허한 질문들이 오가기 시작하면서 우리의 문제는 수면 위로 분명하게 드러나기 시작했어요.
연락의 빈도가 마음의 척도와 비례하느냐?라는 질문에 예전 같았으면 "아니"라고 했을 거예요.
그런데 지금은 조금 바뀌었습니다. "응 어느 정도"라고
옆에 있을 때 잘하세요. 누구에게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