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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ateBloomer Apr 22. 2023

차카게 살자. 나를 위해

기브 앤 테이크 - 애덤 그랜트

 

 지금으로부터 딱 4년 6개월 전 이 책을 읽고 서평을 쓴 적이 있다. 성공의 사다리의 맨 꼭대기에는 기버가 있고, 기버의 성공은 폭포처럼 쏟아진다고 알고 살아왔다. (기버, 테이커, 매처에 대한 설명은 위 서평을 참고) 물론 그 길을 아는 것과 그 길을 걷는 것은 꽤 큰 차이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설탕, 밀가루를 피하고 운동을 꾸준히 하면 건강 해진다는 것을 알지만 실행하지 못하는 것처럼, 자산분배와 장기투자를 해야 한다는 것을 배우지만 파도처럼 등락하는 주가 그래프에 내 마음도 일렁이는 것처럼, 베푸는 것이 결국 돌아온다는 것을 알고 눈에 보이지 않지만 정말 진심으로 타인을 위해 희생하는 삶이 결국 나를 위한 길이라는 것을 알아도 정작 내가 희생하고 손해를 봐야 하는 일에는 은근슬쩍 발을 빼는 것처럼! 


 이 책을 처음 읽었을 때의 감정이 아직도 떠오른다. 유치원에서부터 배워오고, 교회를 다니며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왔던 '착하게 살면 복을 받는다'라는 명제, 이것을 지키며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 머리로는 알지만 정작 그렇게 행할 동기가 부족했고 어떻게 살아야 할지 방황하던 시기였다. 하지만 '착하게 사는 것이 결국 나에게 도움이 된다'라는 것을 안 순간의 감정은 내 가치관을 새롭게 만들어 동기부여를 매우 강하게 하는 데 충분했다. 




 그렇게 4년을 넘게 기버로 살기 위해 노력해 왔다. 그래서 나는 기버의 삶으로 인한 혜택을 누려왔을까? 아직은 반반인 것 같다. 남에게 베푸는 것만으로 보상과 의미를 느끼는 뇌의 부위가 활성화가 된다고 한다. 그런 점에서 나는 베푸는 기쁨을 4년 간 터득한 것 같다. 나에게 당장 돌아오는 것이 없어도 남의 필요가 보이면 적극적으로 도와줬다. 물론 인정받고자 하는 욕구도 없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 인정욕구를 이타적인 곳에 사용한다면 내 행동으로 인한 결과는 비슷하게 나오지 않을까. 내가 가진 능력으로 남에게 더 도움을 주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그러기 위해 내 능력을 더 키우고 싶다는 생각도 한다. 내 분야에서의 전문성, 물질적인 부요함, 남을 도울 수 있는 체력과 마음 근력을. 


테이커는 성공을 남들보다 더 나은 결과를 얻는 것이라고 본다. 매처는 성공을 개인적 성취와 타인의 성취와의 균형으로 판단한다. 하지만 기버는 성공을 피터처럼 정의한다. 그들은 성공을 남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개인적인 성취로 특징짓는다.
(p.415) 


 기버로 살기 위해 발버둥을 쳐왔다고 생각하지만 아직 그로 인한 폭포처럼 쏟아지는 성공의 경험을 겪지는 못 한 것 같다. 이는 내가 아직 제대로 된 기버가 되지 않았다는 반증일 수도 있다. 그렇기에 나는 어떻게 더 기버가 되어야 하는지 몇 가지 반성을 해보고자 한다. 


1. 타인을 돕는 것은 위에서 아래로만 가능한 것이 아니라 아래에서 위로, 옆으로도 가능하다

기버는 타인의 관점과 이익에 높은 가치를 두기 때문에 대답하기보다 질문하고, 대담하기보다 신중하게 말하며, 힘을 과시하기보다 약점을 시인한다. 또한 자기 생각을 남에게 심어주려 하기보다 조언을 구한다.
(p.218) 


 내가 한 가지 착각한 것이 있다면, 남에게 '도움'을 준다는 것이 능력이 모자란 사람에게 내 능력을 내리 베푸는 행동으로만 국한시킨 것이다. 하지만 기버의 관점은 이런 차원을 뛰어넘는다. 나는 부족하고 상대방은 모자람이 없을지라도 도움을 줄 수 있다. 내 남는 에너지를 모자란 사람에게 채워주는 것만이 기버의 행동이 아니라, 잘하는 사람을 더 잘하게 서포트하는 것 또한 기버의 덕목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내가 남을 돕는다고 생각했던 행위는 사실 내 인정 욕구를 채우고 우월감을 느끼기 위한 것에 더 가깝지 않았다 생각한다. 내가 모자라 보일 수 있는 사람에게는 도움을 주는 것을 꺼렸던 것 같다. 책에서는 이것을 '자아 위협감'이라고 표현한다. 진정한 기버는 '나'에게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타인'의 관점과 이익에 초점을 맞추기 때문에 내 이익보다는 팀의 이익, 공동체의 이익을 생각할 수 있다.  


2. 영리한 기버는 자신의 이익도 적극적으로 챙긴다

그것은 '너그러운 팃포탯'으로 이 규칙은 선행은 절대 잊지 않되 악행은 더러 용서하는 것이다. 그리고 협력으로 시작해 상대가 배신할 때까지 그 자세를 유지한다.
(p.324) 


 성공을 거둔 기버는 이타적인 것만이 아니라 자신의 이익을 도모하는 데도 적극적이라 한다. 실제로 게임 이론을 분석한 연구에서 가장 이익을 많이 보는 전략은 '너그러운 팃포탯' 전략이라고 한다. 디폴트는 베푸는 방향으로 가되, 나에게 손해를 끼치는 '테이커'를 만나면 매처로 돌변해 나를 지킨다. 거기서 끝나는 게 아니라 3번 중에 1번은 그러한 테이커에게도 용서와 기회를 주는 것이다.  


 나는 기버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에 내 이익도 챙겨야 한다는 사실은 까맣게 잊고 있었던 것 같다. 그렇기에 내 상황에서 무리한 행동도 감행할 때가 있었고, 그게 반복이 되자 오히려 그런 베풂의 기회를 피할 때도 많았다. 내 영혼까지 내어주는 섬김이 되어서는 안 된다. 그것은 이기주의가 아니다. 정확히는 이기적 이타주의이다. 그런 줄타기를 잘하는 것이 성공하는 기버의 덕목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3. 내 몫을 줄여 남을 돕더라도 그것이 결국 파이를 키우는 행위라면 내가 먹을 부위가 더 커진다

성공한 기버는 자신과 타인을 모두 이롭게 할 기회를 찾는다. (...) 덕분에 파이를 나눌 때는 전체 크기가 충분히 커져 상대에게 나눠주고도 자기 몫이 많이 남는다.
(p.346) 


 결국 관점과 믿음의 차이인 것 같다. 당장 눈앞에 보이지 않아도 내 가치관에 대한 믿음을 가지고 희생하고 섬김으로써 공동체의 이익을 도모한다. 결국 내 옆 사람이 잘 되고 성장하면 그 효과는 돌고 돌아 결국 내가 받게 된다. 주변에는 남을 돕는 것을 즐거워하는 사람들이 은근히 많이 있다. 하지만 '적극적으로 남을 도왔을 때 호구가 되지는 않을까, 중간만 가자' 그런 생각에 망설이는 사람도 많은 것 같다.  


 기버의 리더십이란 그런 물꼬를 터주고 마중물을 부어주는 게 아닐까 생각한다. 결국 그 분위기의 시작을 이끌어 내어 모든 사람이 서로를 섬기고 돕는 공동체가 된다면 내가 희생하는 것도 많지만 받는 것은 더 늘어나는 기적을 경험할 수 있지 않을까. 그게 성경에서 말하는, 하나님의 나라가 이 땅에 도래한다는 것이 아닐까 싶다. 내가 그렇게 쓰임을 받는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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