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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ateBloomer May 21. 2024

옳은 일과 옳다고 느끼는 일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른 사람의 험담을 해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험담하는 게 나쁘다는 것을 다들 알지만 험담하지 않고는 못 배기는 상황이 있기 마련이다. 험담을 해봐서 알겠지만, 험담을 하는 순간의 그 카타르시스는 다른 어떤 쾌락과도 비교하기 힘든 것 같다. 나 또한 억울한 일을 당하면, 나를 이해해 줄 사람을 본능적으로 찾게 되고 공감해 주길 원한다. 하지만 험담을 한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이것을 깨닫고 난 후, 나는 험담하는 것을 자제하려 노력했다. 인생에 도움도 안 되는 행동을, 들키면 관계를 잃을 리스크가 있는 행동을 해야 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험담을 하는 이유는 내 스트레스 해소나 험담의 대상을 징계하려는 목적만 있는 게 아니었다. 


 험담은 너와 나 사이에 공감대를 형성하고 관계를 더욱 굳건히 만든다. 사람에게 제일 큰 정신적 고통은 바로 ‘소외감’이라고 한다. 소외감을 느낄 때 스트레스 호르몬은 증가하고 면역력은 떨어지며 불안감이 커진다고 한다. 사람은 본능적으로 소외감으로부터 벗어나려 한다. 그래서 내 의견에 동조해 줄 누군가를 찾게 되고, 험담을 통해 공감을 얻게 되면 비로소 자아는 안정을 되찾는다. 


“개인이 사회에서 떨어져 나가고 사회의 모든 구성원이 그 사람을 전혀 알아봐 주지 않는 상태로 지내는 것만큼 사악한 처벌은 없다. 그렇게 되면 잔혹한 신체적 고문마저 안도감을 느끼게 된다” _윌리엄 제임스 (p. 321) 


 이 외에도 책에서는 사람이 사회적 동물로서 가지는 한계에 대해 많은 것을 설명한다. 히틀러는 어떻게 군중심리를 이용해 세계대전을 일으켰을까. 청소년들이 또래와 어울려 다닐 때 행동이 더 과감해지는 이유. 내 생각이 집단의 구성원들과 판단이 다를 때 다수의 의견이 틀렸더라도 거기에 자신의 의견을 맞추려 하는 이유.

  

 한 가지 재밌는 사례를 소개하려 한다.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을 점령하고 있는 카르네이 숌론이라는 곳에서 자살 테러가 일어났다. 범인은 18세 소년이었다. 더 놀라운 것은 그가 테러에 자원했다는 것이고, 자살 테러를 지원하는 이들이 줄을 섰다는 것이다. 테러 후 유가족들에게 돌아가는 사례금이나 보험금은 일체 없다. 

이 지역에서, 자살 테러로 적에게 심각한 피해를 입히는 것은 영웅적인 행위로 드높임을 받을 수 있다. 어린 소년들은 누군가에게 중요한 사람이 되고픈 욕망에 이끌려 테러범에 지원한다.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는다. 아무리 그 욕망이 중요하다지만 죽어버리면 다른 사람의 인정이고 뭐고 하나도 남는 것이 없을 텐데. 하지만 인간의 동조 심리는 그것을 가능케 한다. 


“우리가 남들과 같은 행동을 하고 싶어 하는 이유는, 그러는 편이 더 낫다고 생각해서가 아니라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함께한다는 사실 자체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누구나 집단에 속하고 집단의 구성원들과 동질감을 느끼고 싶어 한다.” (p. 47) 


 책을 읽으며 인간은 참 나약하구나 싶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해가 되기도 한다. 나 역시 인간이고 사회에서 타인에게 수많은 영향을 받고 비합리적인 선택을 해왔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나는 ‘타인의 영향력’에서 자유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인간이 사회의 힘에 취약하다는 사실을 더욱 명확히 인식하지 못하면 집단 학살이나 살인적인 정권을 막아내기 어렵다. 


 주변사람이 (또는 나 자신이) 왜 이렇게 비합리적으로 행동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면, 간혹 인간관계에 회의감이 든다면 이 책을 읽어보길 바란다. 그러면 이해되지 않는 주변 사람들을 조금은 덜 미워하게 될 것이다. (아니면 인간 심리를 완벽히 이해하고 사내정치에서 승리하여 회사를 장악하게 될지도 모른다) 


“당신이 어머니, 오빠 또는 형, 사회복지사, 금융업자, 미국인, 친구, 내향적인 사람, 운동선수, 예술가가 되는 이유는 남들이 당신을 그런 사람으로 보기 때문이다” (p. 327) 


타인의 존재가 우리를 잘못된 길로 이끌기도 하지만 

타인의 부재는 우리를 훨씬 더 험한 길로 몰아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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