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적응
님아~ 방가방가~
첫 온보딩 때 이름 끝에 '님'을 붙여 부르라길래 혼자 속으로 배꼽 잡고 웃었다.
실리콘밸리 문화를 지향해서 '님'문화를 적극적으로 도입했다는 설명에는 왜 이렇게 한국에서 죄다 실리콘밸리를 찾는지, '그런다고 한국의 수직적 문화가 없어질 리 없지.. 할 거면 제대로 '님'도 떼고 이름만 불러라' 하고 혼자 삐뚤어졌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곧 님 문화에 적응이 되어갔다.
더 이상 더듬더듬 남자를 붙이지 않아도 자연스레 입에서 나왔다.
더 한국스럽고 더 자연스럽다고 생각했는데 뭔가 위/아래 상하관계가 나뉘고 내가 밑에 있는 기분이었다.
이상했다.
팀의 경력직 신규 입사자가 말끝마다 나를 '틸다 씨'라고 부르자 괜히 기분이 상했다.
- 고작 한두 살 더 많다고 나 무시하는 거 아냐?
- 온보딩 교육받았으면서 이러는 건 일부러 그러는 건가?
- 계속 그러면 따로 한마디 해야겠어!
하고 별별 생각을 다 하다 아차! 싶었다.
OO씨나 과장님~ 대리님~이 익숙한 우리나라에서 신규 입사자들은 신입이건 경력직이건 처음에는 다들 조금씩 버벅대고는 했고 그분도 마찬가지였다.
다행히 그분도 곧 익숙해져 모든 사람들에게 '님'자를 붙여 불렀다.
직급, 나이, 경력, 입사 시기 등등 정말 다양하고 복잡하게도 상하관계가 나눠져 있는 우리나라에서 보여주기 식일지라도 '님'자를 붙여 버릇해야 서로 존중하는 문화로 나아갈 것 같다.
어설프게 닉네임 사용한다고 영어 이름을 죄다 사용하는 것보다는 차라리 님 문화가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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