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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꾼 Feb 03. 2021

외투 벗기기 내기처럼

"배가 고파 신호를 보내면 바로 우유를 주는구나."

   

 “무심코 던진 돌멩이에 개구리는 죽을 수 있다.” 

 “무심코 한 말에 어떤 사람은 쓰러질 수 있다.” 

 아무리 가벼운 말일지라도 자신이 한 말에 영향을 받는 사람이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는 말이다.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다면 서로에게 득이 되겠지만, 의도와 관계없이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주로 어떤 말을 사용하며 어떻게 말하는지 점검이 필요하다. 내 말은 언제 긍정과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지 알고 사용하자.


 말의 영향력은 사람을 변화하게 한다. 엄밀히 말하면 듣는 사람 본인이 스스로 변화하게 하는 것이다. 말하는 사람이 상대를 변화시킨다기보다 듣는 사람이 스스로 변하고 싶게 만드는 것이다. 그럴 수 있도록 동기를 유발하는 것이 영향력이다. 《어린 왕자》의 작가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의 말은 말의 영향력에 관해 잘 표현하고 있다.

 

“배를 만들고 싶은가? 사람들을 숲으로 불러 나무와 도끼, 망치를 주고 만드는 방법을 알려줘야 할까? 아니다. 광활한 바다를 꿈꾸며 나아가고 싶은 마음이 들도록 동경심을 심어 줘라.”


 변화하고자 하는 주체가 말하는 사람일 때는 강제성과 완력으로 듣는 이가 수동적일 수 있다. 수동적이라면 변화는 쉽지 않다. 듣는 사람이 변화하고자 하는 욕구와 의지가 있다면 그 주체는 능동적으로 움직일 것이다. 스스로 변화하려는 능동적인 태도가 갖추어졌다면 말은 듣는 이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준 것이다. 


헤더 포레스트(Forest, Heather)의 그림책 《해와 바람》은 

외투 벗기기 내기에서 긍정적인 영향력과 부정적인 영향력의 차이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바람이 강제로 사람의 옷을 벗기려 하니 부정적인 영향을 받은 사람은 저항한다. 

그러나 해는 따스한 햇볕을 사람에게 비춰주니 긍정적인 영향을 받은 사람이 스스로 옷을 벗는다.     





미러링 효과    

 아이는 어른의 말을 닮는다. 어른이 하는 말을 듣고 그 말을 배운다. 갓난아기는 엄마의 말과 반응을 접하며 자기 이미지를 만들어가고 세상을 알아간다. 배가 고파 울면 엄마는 우유를 준다.

 “우리 아가, 배가 고프구나. 얼른 먹자. 어구구, 배고팠어? 그래그래, 아이 예뻐라!” 

 아기는 자신이 접촉하거나 본 것으로 세상을 느낀다. 

 “배가 고파 신호를 보내면 바로 우유를 주는구나. 포근해서 참 좋아. 세상은 이렇게 따뜻하구나.” 

 엄마는 아기의 욕구와 감정을 읽어 반영한다. 엄마의 말은 그대로 습득되어 자기 말이 되고 자기감정을 알게 되며 세상을 느끼게 한다. 엄마가 어떻게 반영하며 반응하는가에 따라 아이의 인식은 달라진다. 엄마 말이 아이에게 큰 영향을 미친다. 


 이를 ‘미러링 효과(Mirroring Effect)’라고 한다. 상대의 말이나 행동, 감정을 거울 보듯이 그대로 따라 하는 것이다. 마음에 드는 사람이 말하면서 머리를 만지면 자신도 모르게 머리를 만진다. 어떤 사람과 친밀해지고 싶다면 그와 대화할 때 그의 말을 그대로 미러링 해준다. 그의 행동을 눈치채지 못하게 한 박자 쉰 후 따라 한다. 한 실험의 결과로 여성들은 미러링 기법을 사용한 남자에게 더 큰 호감을 느꼈다. 칼 로저스(Carl Rogers)의 연구를 기초로 한 말 따라 하기(verbal mirroring)는 누군가와 잠깐만에 친밀감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이다.


 미러링 효과는 ‘거울 뉴런(Mirror Neuron)’으로 설명할 수 있다. 거울 뉴런은 다른 사람의 말을 듣고 행동을 보는 것만으로도 마치 자신이 그 말과 행동을 할 때처럼 같은 반응이 나타나는 신경세포이다. 원숭이 실험을 통해 사람이 아이스크림 먹는 것을 보기만 해도 먹이 먹을 때와 같은 뇌의 활성화가 이뤄짐을 확인했다. 이처럼 말과 행동은 미러링과 거울 뉴런을 통해 서로에게 큰 영향을 주고받는다. 



 아기와 엄마 사이뿐 아니라 모든 관계에서 사람의 말은 미러링 효과를 통해 서로 닮는다. 서로 영향력을 끼치며 변화를 요구하기도 하고 변화하고자 하는 의지를 갖는다. 내가 하는 말이 내 소중한 사람에게 조금씩 스며든다. 내 말투가 누군가를 슬프게 한다고 상상하면 실망스러울 것이다. 아이들이 따라 해도 괜찮을 말투를 사용하자. 당신의 말을 듣는 이가 스스로 변화하고 싶은 마음이 든다면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영향력이 아닐까?       



2020년 8월 출간한 책 김정기의 "참 괜찮은 말_마음을 담다"에 수록된 글입니다. 


https://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6440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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