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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연 Jan 29. 2023

첫 번째 학기가 끝났다

과연 나에게 1,000만원의 값어치가 있었느냐 물으신다면

첫 학기가 끝난 지 언 한 달이 지났다. 방학이 이렇게 좋은 건지 대학생 때는 전혀 느끼지 못했다. 근데 십 년이 흐른 지금 회사와 공부를 병행하는 야간 학생에겐 방학이란 궁극의 귀한 여유다. 며칠 전 있었던 동기모임에서 어떤 분은 방학이 되니 조금 허전하기까지 했다고 했다. 솔직히 나는 허전함보단 '와~살 것 같다'라는 느낌이 더 지배적이었던 거 같다. (다음학기땐 나도 허전하려나?)


나의 밤공부 첫 학기였던 지난 한 학기 동안 나에겐 수많은 변화의 시동을 걸었던 시기였던 거 같다. 무엇보다도 내가 나 자신을 새로운 세계에 들여놓고 싶어 막대한 자원을 써가며 시작한 만큼 이전까지 살아온 것과는 루틴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이전의 나였다면 절대 하지 않았겠지만, 대학원에서 원우들을 대상으로 참여할 수 있는 행사들이 올라오면 대학생때와는 정반대로 무슨 일이 없는 한 많이 참여하려고 노력했다. 봉사활동, 연합 mba봉사, 학생들이 만드는 네트워킹 행사, 동기모임, 기수 모임 등등 거의 종류별로 한 번씩은 일부러 시간 내서라도 꼭 갔다. 그리고 며칠 전에는 창업 동아리에도 가입했다.


학부생 때는 학부 동기가 200명이기도 했고, 정말 학교 생활에 전혀.. 지극히 관심도 없었다. 심지어 그런 활동들은 나와 다른 DNA를 가진 부류라고 생각하는 관심을 먹고사는 이들의 전유물이라고 생각했으며, 또 하나는 진성고의 여파로 내 인생은 남들보다 뒤처진 레이스라는 생각을 남몰래하면서, 실상 아무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혼자 나 자신에게 더더욱 혹독했다.


그러다 보니 결국 내 스무 살 초반에는 동네 친구들이나 진성고 친구들이 아니고서, 새롭게 만난 친구들이나 주변 사람들에게는 원래도 그렇지만 더더욱 주변사람에게 관심을 두지 않고 살았다. 그런데 지금 이렇게 누가볼지도 모르는 브런치에 이 글을 적고 있는 걸 보면 이젠 정말 그때의 가치관과 사고방식의 나는 지금의 나와는 확연히 다른 사람이 된 거 같다.


마케터뷰부터 브런치까지 글을 쓴 지 3여 년이 된 거 같은데, 20대의 자아보다 이렇게 건강하게 진화할 수 있었던 건 단연코 매번 일요일 아침에 쓰는 글쓰기의 힘이다. 그 시간들을 돌이켜 보니 이 글들은 누가 봐주길 바라며 적는 글이 아닌, 내가 나를 위해서 적었던 글과 기록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를 더욱 발전하고자 움직였던 이런 오기나 불만, 실패나 패배 의식을 연료로 해서 삶의 동력을 얻었던 게 나의 20대였다면 앞으로의 나는, 서른 살부터의 나는 더 건강한 원료들로 나 자신을 나아가게 할 수 있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생각을 하는데 꼬박 10년이 다 걸린 거 같다. 덕분에 지금이 훨씬 단단하고 건강한 자아를 가진 사람이 된 거 같달까


이런 딥한 이야기를 첫 번째 학기가 끝난 글에 쓰는 게 맞는지 전혀 모르겠다만, 요새는 모든 변화나 어떠한 사건이 어떤 하나의 원인이나 누군가의 의지나 노력으로 이뤄진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저 여러 가지 모든 요인들이 시간과의  정반합을 이루면서 생겨나는 거 같달까 (갑분 개똥철학..)


그래서 삼십 평생 안 해봤던 많은 일들을 해봐야지 생각하면서, 스스로 알지 못했던 나의 다른 모습을 많이 발견하기도 하고 처음 만나는 사람들이 보고 느끼는 나란 인간에 대해 듣고 있노라 하면 내가 나를 정말 모르는구나라는 생각도 많이 들었다. 평소에 남들보다 생각을 많이 하는 편이라고 생각했는데, 놀랍게도 정작 나 자신이, 김우연이 어떤 사람인지에 대해 많은 고민들은 비로소 이제야 처음 해보는 거 같다.


이런 심도 있는 내면의 깊은 변화들 외에도, 외적으로도 사업화 승인을 받고 다시 본사로 복귀했고 12월까지는 화요일 수요일은 저녁마다 학교를 가야 했기 때문에 회사에서는 칼퇴몬으로 변했으며, 그러다 보니 물리적 시간의 제약이 생기고, 나의 의사결정에 있어 돈보다는 시간이 우선이 되어버렸다.


재벌집 막내아들처럼 내가 만약, 대학생활을 즐겼다면 어땠을까 하며 누군가가 진도준처럼 다시 한번 준 기회는 아닐까 싶을 만큼 재밌게 잘 지냈던 거 같다. 10년이나 늙어버려서 그때처럼 파릇파릇하지도 설렘도 덜하지만 그렇다면 뭐 그런대로 지금의 나로, 다음학기도 재밌게 즐겨보기로 해본다.


결론 : 1,000만 원을 학비로 지불했지만 현재 가치로서만 보면 체감상 내 인생의 타임라인에서 아깝지 않은 좋은 투자였다. 투자금 상환과 투자대비 수익률이 관건인데, 빠른 시간 내에 실적도 내보는 걸로 해본다ㅎㅎ


+마지막으로는 1학기 성적 인증..! 앞으로도 학기 성적을 자신 있게 인증할 수 있길..!

이 정도면 학부 때보다 나으니까.. 만족(?)스러운 성적인 걸로 해본다...! 3.9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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