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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연 May 01. 2023

정식 플랫폼 오픈을 하루 앞두고

이젠 매사에 변수가 발생하는 것이 디폴트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파잇의 정식 플랫폼 오픈 디데이는 5월 2일이다. 오늘은 5월 1일 원래의 오픈일 하루 전 날이자 노동자의 날, 공휴일이다. 일할 땐 나름 코파운더(?)의 책임감 비스무리한걸 가지고 하려고 하지만 실상 본캐는 월급 노동자다. 어제까지 있었던 대학원 MT에서 대표님들은 이렇게 휴일이 많으면 싫다는데, 난 너무 좋은 걸 보니 아직 영락없는 노동자 그 자체인가 보다.


2월 27일부터 4월 20일까지 우리는 6개 정도 브랜드 펀딩을 추가적으로 진행했었다. 처음으로 단일 브랜드 최대 매출을 찍고 있었는데, 이렇게 펀딩 신청이 많은 적이 처음이었는데!!!! 브랜드에서 갑자기 물량 공급이 어렵다 하여 쇼트 사태를 겪으면서 펀딩 해주신 고객분들께 취소를 해드려야 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아직 내부 관계자들에게만 홍보했던 게 천만다행이었지만 백 명이 넘는 사람에게 일일이 전화를 돌려 취소 해야만 했다.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겨우 맞춘 물량 안에서도 터져서 배송되어 환불 요청이 들어오는 작은 사건사고도 일어났다.


작년 우리가 지은 것은 고객이 들어오는지 테스트해보는 모델하우스였다면 비로소 올해 그때의 경험과 노하우 고객들의 반응을 보고 이제야 비로소 허물고 새 집을 짓는다는 느낌이다. 이제 진짜 본 게임이다. 인내심과 꼼꼼함 그리고 책임감을 가지고 고난과 어려움을 긴 호흡으로 맞닥뜨려야 하는 진짜 현실의 게임.. 얼기설기했던 프로세스들을 실제 실행을 위한 시스템을 위해 더 단단하고 견고하게 만들고 진짜 구조화를 시키는 게 올해의 일이다.


사실 이 프로젝트를 더 할지 하차할지 고민할 때, 그리 재미있는 여정이 될 수만은 없다는 걸 알았지만 사내벤처 지원서에도 썼듯이 기획안만 던지고 튀는 사람이 되기 싫었다. 잘되든 망하든 내 손으로 만들고 기획도 실행해 보고 냉정하게 평가도 받고 설사 뒤로 넘어져서 뒤쳐지더라도 한 번쯤은 온전하게 메이드 해보고 싶었다. 그리고 올해에는 발로 뛰어 많은 사람들을 직접 만나보고 싶단 생각도 했다.


그래서 실제 업계 여러 사람들도 만나보고 리얼 보이스를 듣고 싶었다. 그래서 적극적으로 제휴를 하고자 여러 기업들을 찾아가서 만나기도 해 보고, 인플루언서 분들도 만나보고 이래저래 미팅도 용기 있게 많이 잡아봤다. 물론 미팅의 성과는 있을 때도, 아쉽게 없을 때도 있지만 다양한 업계의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보며 배울 점도 많았고 느끼는 바가 정말 많았다. 오히려 경영 전문 대학원에서 수업 듣는 것보다 이런 미팅에 가서 자기 경험치를 알려주시는 여러 대표님들이나 실장님들한테서 나오는 이야기에 더 무릎을 탁 치고 마음의 울림을 주는 순간들이 많았고 감히 말해 본다.


1분기 내내 나는 서비스 구축을 맡아서, 우리의 플랫폼 구축을 위한 RFP도 작성해서 비딩하고 어르신들 모셔다가 업체 PT도 듣고 협력사도 선정했다.  선정한 업체와 약 2달간, 주마다 업체와 개발 진척을 체크하고 잘 알지 못하는 플랫폼 구축에 관련된 여러 가지 결정을 내리고 어떻게든 알아듣고 캐치해서 대화들을 하고 있자 하면 내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자고 이걸 하고 있지 라는 생각이 안 났다면 거짓말이다.


수많은 결정을 내리다 보니, 나보다 훨씬 그 분야의 전문가들이 이건 어떻게 할까요? 이렇게 할까요, 저렇게 할까요를 물어볼 때마다 '나도 잘 모르고, 당신이 더 잘 아는 거 같은데 대신 결정 좀 해주세요'라고 말하고 싶은 순간이 너무나도 많았다^0^.. 그래도 이 경험들을 통해 잘 모르는 분야에 대해서도 나름의 최선의 결정을 내리는 방법에 대해서 배운 거 같다. 내가 잘 모르는 분야에 대해 창업한다면 어떤 어려움이 있을 건지에 대해서 절실히 깨달았다.


그래서 그렇게 무사히 오픈하는 줄만 알았는데 또다시 고난이 찾아왔다. 오픈을 1주일 앞둔 주간회의에서도 무리 없이 오픈할 수 있을 거라는 협력사의 말을 듣고 주간회의에서 상부에 보고도 해버렸건만, 보안테스트에서 엄청나게 많은 항목들이 걸려서 오픈이 어렵게 되었다. 니탓 내 탓이나 손해배상 뭐 그런 것보다는 일단 문제 해결이 급선무라 생각이 먼저 들었다. 나도 감정의 동요가 일었지만 일단 오픈이 미뤄지면 일어날 일들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다. 불가피할 때, 최선의 대안이 무엇인지 판단하려고 했다.


요새는 정보보안이 걸리면 C레벨 선에서 법적 처벌이 가해지는 터라 보안 테스트에서 치명적인 부분들이 걸리면 오픈을 연기하는 건 어쩔 수 없다고 했다. 머릿속에 어쩔 수 없이 일어나야만 하는 일이라는 판단이 들고 나면 감정을 배제하고, 그 일로 일어날 결과치에 대해 최소한의 피해가 될 수 있도록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생각이 들었다. 사내 플랫폼 부서와 비상 회의를 잡고 어떻게 해결하면 좋을지 논의했다.


이제는 너무 많은 변수와 사건 사고, 결정의 순간을 마주치다 보니 어느새 나도 모르게 확실히 전보다 너무나 초연해진  내 모습을 발견해서 나조차도 신기했다. (너무 초연해서 남들이 서운할 정도였다) 그렇게 정신을 쏙 빼놓는 금요일을 보내고 왔는데 내일 또 출근이다. 이제 내일 회사에 가서 과연 오픈할 수 있을지 한번 더 테스트 결과를 봐야 하지만 늦춰져도 큰일이 일어나지 않게 여기저기 지원을 요청하고 도움을 받고 내 눈에 보이는 것들에 대해서는 조치를 취했다.


이렇게 언제나 변수는 일어나기 마련이고, 내가 컨트롤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이 응당 있으며 그건 디폴트니까 이제 내가 해야 할 것은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역량을 기르는 수 밖에는 없다는 걸 지난 몇 년간 배웠다. 이렇게 많은 변수들 속에서, 사건 사고 속에서 항상 나보다 더 큰 책임감을 가지고 함께 해결해 가는 멤버분들께 항상 많이 배운다.


그런 부분에서 항상 감탄도 하고 때로는 충돌도 하지만, 이토록 우수한 인력들과 함께 일하는 시간이 있어 나는 정말 행운아라고 생각한다(증맬루!) 내일 혹은 이번주 내에 파잇이 자체적인 플랫폼이 되어 세상에 나온다. 이제 돌이킬 수 없는 시작이기도 하다. 예전 같았으면 호들갑이었겠지만, 이제는 부디 무사하기만을 바라며 다시 한번 진인사대천명을 새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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