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이제는 절반을 넘어서 끝을 향해 달려가는 MBA생활
세 번째 중간고사가 끝났다. 와! 이제 세 번째 학기가 지나면 마지막 학기만 남는다. 마지막 학기는 개인의 선택여부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여태까지 누적된 학점이 충분하다면 논문만 쓰고 수업을 안들을 수도 있다. 즉 학교를 안 와도 될 수도 있게 운영 가능하다. 그때의 나는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내가 지금 드는 생각으론 그러기엔 학비가 너무 아까워서 나는 청강으로라도 수업을 들을 계획이긴 하다..!
이 글을 읽는 사람들 중에 예전의 나처럼 블로그나 브런치 보면서 MBA 진학을 고민하거나 실제 준비하는 사람들이 있을 수도 있으니까, 조금 더 적어보자면 수강 말고도 청강으로 수업을 신청할 수 있고, 청강생은 시험을 보지 않고 들을 수 있어서 나는 저번학기에 청강까지 합쳐서 거의 20학점 넘게 말도 안 되게 엄청 많이 신청해 두고 다 가지는 못했지만 듣고 싶은 주제가 있을 때마다 반차를 쓰던 시간연차를 쓰던 들으러 갔다.
두 번째 학기 성적으로 성적 장학금도 받았다! 두 번째 학기 끝내고 이탈리아 비행기에서 9시간 내리 한 번도 안 깨고 쓰러지듯 잘만큼 일과 학교 둘 다 고되게 마쳤던 기억이 주마등처럼 스쳐갔다. 사실 수능 이후로 이런 성적이나 숫자나 줄 세우기에 절대 연연하지 말아야지 다짐하며 학부 때는 약간 세상에 대한 반항으로 더 공부 안 했으니 성적 장학금은 나랑은 먼 얘기였고 사실 MBA에서도 이건 기대도 안 하고 계획에도 없던 일이긴 하지만 모쪼록 기뻤다. 성적 장학금 받았다는 핑계로 사람들한테 맛있는 거 사주겠다고 쓴 돈이 더 많은 거 같다,, (이론을 배워도 실행 안 하면 아무 소용 없..)
가끔 시험 공부 하기 싫다가도 변태 같지만(?) 내가 앞으로 살면서 과연 '시험'이라는 것을 몇 번이나 더 볼까? 영영 안 볼 수도 있을 거 같은데? 이런 생각을 하면서 이런 시험마저도 다신 주어지지 않을 경험이니 즐겨야겠다는 생각도 했다(시험기간엔 이런 이상한 생각 모두 하잖아요..)
이제는 내 뒤로도 2개의 기수가 더 입학해서 왔고 다음 기수도 머지않은 거 같다.. 어느덧 학교에 새로운 사람들도 많아진 느낌이다. 입학할 땐 2년이 정말 까마득했는데 정말 시간이 쏜살같이 흘러가는 걸 느낀다. 입학하고 나서는 거의 중간고사가 끝난 후와 학기가 끝났을 때, 한 학기에 두 편씩 기록을 남기다 보니 어느덧 이제 내가 MBA로 뭔가를 적을 일이 벌써 3번 정도밖에 안 남았다.
시간이 무섭게도 빠르니 좀 더 MBA에 대해 궁금해할 사람들을 위해 디테일하게 적어 보자면 이 학교는 4학기 중 3학기 진학 중인 사람들이 메인 기수가 되는 신기한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그래서 기수에서 운영진을 선정하여 원우회를 1학기 동안 운영한 다. 다른 학교도 다 같은 방식인지 까지는 모르겠다.
초등학생 때 회장, 반장 몇 번 시켜서 한 이후로는 이런 감투에 전혀 흥미가 없어서 어디 집단에 갔을 때마다 제안을 해도 매번 거절하던 나지만, 되도록 2년간 많은 경험을 해보는 게 목표니까 원래의 나였다면 절대 안 했을.. 운영진(=국장)에 지원도 직접 했다. 이런 삶의 태도의 변화나 시도가 장족의 발전 아닐까.,? 대외협력국장은 타 MBA분들과의 행사를 이끌면 되는 역할이다..! 생전 처음 가보는 스타필드에 있는 스포츠 몬스터라는 곳으로 학교 대항전도 갔다 왔고, 이제는 무슨 행사를 하면 이전에는 재미로 참여했지만 요새는 더 의무(?)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학기인 거 같다. 가끔 가기에 너무 피곤할 때도 간혹 있긴 하지만, 내가 살면서 언제 또 이런 거 하겠어라는 생각으로 그래도 가보려 한다.
세 번째 학기 수업으로는 화요일마다 이전에는 조금 덜 친하게 지냈던 새로운 동기 분들과 기술경영이라는 팀플하는 과목을 들으면서 전보다 훨씬 친해진 거 같아서 좋았고, 마지막 논술고사 같은 시험 때문에 조금 지쳤지만 그래도 좋았다.
목요일에는 부동산 세미나와 생애자산관리라는 과목을 들으면서 도대체 인간은 얼마나 피곤한지에 대해 여실히 깨닫는 요일이다. 일도 커리어도 열심히 해야 하고 밤엔 심지어 공부도 하는 것도 빡센데 "것밖에 못해? 자산관리도 해야지!!!"라고 말해주는 수업들 이랄까 당일만 뼈를 맞고 다음날 다 까먹긴 하지만 적어도 그날 하루만큼은 내 인생을 경영해야 한다는 자각과 잠깐의 자극이라는 도움이 되는 거 같다.
토요일엔 이전 학기에 듣고 너무 인상적이었던 물류 교수님의 국제물류 수업도 들었으며 오후에는 서비스 기업 운영 관리론이라는 수업도 들었다. 세 개 과목 모두 8주 수업이라 중간고사로 과목들이 다 벌써 다 끝났다! (야호) 후반 8주에는 사내벤처 하면서, 나를 괴롭혔던 내가 무참히 져버렸던 기업 지배구조..! 수업을 신청했다. 나중에 다시 이런 고난을 만났을 때 또 무지해서 처참히 져버리면 너무 아쉬우니까 꼭 이런 류의 수업이 열리면 들어야지 했는데 마침 발견해서 후반기도 토요일 오전의 늦잠을 포기하고 듣고 있다. 벌써 과제부터 힘든 느낌이 왕왕 들지만 현업에서 궁금했던 기업 지배 구조니까 조금만 더 힘을 내보기로 한다.
세 번째 중간고사를 끝내는 지금이 되니 나름 어떻게 하면 덜 힘든지 과목을 고르는 노하우나 요일배분, 시험에 대한 감도 생긴 거 같고 무엇보다 더 이상 저녁에 학교 가는 게 체력적으로도 심적으로도 버겁지 않다. 오히려 일부로 학교에 일찍 가서 광장 벤치에 앉아 있노라면 하루의 해방감도 느껴지고 짧지만 홀로 벤치에 앉아서 지는 노을을 보며 보내는 30분의 시간이 나만의 케렌시아 같은 느낌도 들었다. 퇴근 후, 이중생활이 정말 괜찮아질 때쯤 되니까 끝이 다가오는 거 같다.
한 10년쯤 뒤에 나는 내 인생에서 MBA 다니던 이 시절을 어떻게 기억할까? 다시 돌아봤을 때도, 행복한 기억으로 남을 수 있게 또 하루하루를 소중히 살아겠노라 하며 세 번째 중간 고사도 마친다. 쫌만 더 힘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