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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연 Jun 22. 2024

마지막 학기도 끝났다 (=는 핑계고 요즘 드는 생각)

돌이켜 보니 정말로 진짜로 선물 같은 시간이었다

어느덧 2년간의 대장정 마지막 학기가 끝났다. 그동안 신상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어쩌다 보니 살면서 한 번도 상상도 못 해본 과장도 되었고 새로운 부서에 발령도 났다. 애정을 가득 쏟아 진행했던 프로젝트는 막을 내렸고 본사로 다시 들어왔다. 그러므로 나는 또 회사원1로 돌아와 새로운 부서로 발령이 났다. 처음 생각했던 부서는 아니지만 그래도 회사가 언제 내가 원하는 대로 되나 생각해 보면,, 그래도 이 정도면 어렴풋이 비슷한 결로 잘 왔다.


그동안 회사에서 맘 같지 않게 내 뜻대로 잘 되지 않는 것에 불만을 느껴서, 정말 내 마음대로 모든 걸 해보고 싶어 도전해 봤더니 모든 책임도 다 짊어져야 하는 것도 깨달았으며, 간접적으로나마 사업자를 경험해보니 기능적인 역할만 충실히 하면 되는 꼬박꼬박 돈 나오는 회사원 1로서의 삶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도 했다. 본사로 돌아와서 새 부서에 오자마자 적응하라는 겸, 드디어 나도 조금 여유롭게 시간을 보내나 했더니 갑자기 tf가 시작되었고 골방에 갇혀 또 그렇게  하루하루 에너지 풀소비 하며 밀도 높게 시간을 보내다 보니 어느덧 마지막 학기도 끝나 있었다.


이번 학기는 모든 과목을 청강으로 신청했다. 정말 그 아무 부담도 느끼고 싶지 않았다. 요새 삶에 전반적으로 느끼는 감정은 최근 본 유튜브에서처럼 인생을 그냥 무엇을 이루고 바라고 성취하고 달성하는 게 아닌 상태로도 좀 살아 보고 싶었다. 아마 스스로 이런 상태로 있고 싶다는 마음을 먹은 건 내 생에 처음인 거 같기도 한데, 언제부터인지 모르지만 항상 무언가를 위해 달려오기만 했던 거 같은 경주마 같던 나의 큰 변화이다. 이것도 학교를 통해 배운 거라면 정말 5천만 원 아깝지 않은 거 같기도 하다,, 나 드디어 쉬는 법을 배웠나 쉴 줄 아는 사람이 되었나


30대가 되기 싫다던 나에게 어른들은 20대 보다 30대가 훨씬 행복하다고 걱정마라고 했는데 이제야, 그 말의 뜻을 어렴풋이 알 것도 같다. 누가 뭐라고 하지 않았지만 혼자 뭔지 모르게 불안하고 열정만이 가득했던 20대에 비해 지금은 훨씬 안정적이다. 아마 그렇게 치열했던 20대를 보내고 나서야 얻어지는 안정감인지 그것의 원천도 모르겠지만 무튼 그렇다, 드디어 나의 아저씨의 말처럼 비로소 편안함에 이른 거 같은 느낌이랄까,


3학기 성적으로 1등 장학금(270만 원)도 받았다..! 그리고  과장이 되어 소급 적용된 나의 앞으로의 월급에 기대어 지난 시간들을 열심히 보내온 나에게 중학생 때 끼던 카시오 시계 빼면 인생 최초로 시계를 셀프 선물했다. 원래 정말 일반인 보다 물욕이 없다고 생각하는 내가 처음으로 한 이례적인 소비다. 그만큼 요새 지내는 내 시간들을 간직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만큼 소중하고 행복한 일상들이다.


학부 때도 안 찍었던 졸업 사진도 찍었다. 더워 죽는지 알았지만 잠시 쉬는 시간에 정말 이것도 다 추억이겠군 싶은 느낌이 스쳐갔다. 촬영이 끝나고 재밌게 술도 먹고 우리 집에 사람들도 초대했다. 집을 보여준다는 일이 참 뭔가 벌거 벗겨지는 느낌이라 정말 친한 친구들 말고는 굳이 초대하지 않지만 이제는 여기서 만난 사람들도 우리 집에 초대해도 될만하게 정이 많이 들었다고 생각했다. 졸업 여행 가서 눈물 나는 거 아닌가 몰라, 이렇게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날 것은 전혀 기대도 안 했는데 끝내려니 시원섭섭한 느낌이다. 2년간의 소회는 마지막 졸업글로 더 기록해 둘거다!


마지막은 4월에 오랜만에 어릴 적 꼬꼬마 친구들과 일본을 갔는데 혼자만 쇼핑을 안 하는 나에게.. 애들이 뭐라고 하길래.. 정말 난 검소한 게 아니라 사고 싶은 게 얼마 없다니까 한 친구가 한 말이


"너는 사고 싶은 것보단 하고 싶은 게 많은 사람이지 “


라는 친구의 말을 듣고 내 진정한 친구구나 싶었다. 이렇게 가끔은 나보다 나를 더 잘 아는 친구들이 곁에 있다고 느껴질 때마다 그래도 난 인생을 참 잘 살고 있구나 생각한다. 이런 친구들도 축적된 시간만이 줄 수 있는 행복이라, 요새 내가 느끼는 삶의 만족감이 그 어느 때보다 높은 거 같다. 이제야 비로소 나를 인정하고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이 돼 가는 건가,


지금처럼만 이렇게 오늘보다 내일의 내가 더 기대되고, 지난날의 나를 아껴줄 수 있는 행복한 삶이면 괜찮은 거 아닌가?라는 생각으로


여태까지 치열했던 과정의 기록이 아닌 이런 행복 푸념글을 처음 써보는 거 같다. 이 소중한 시간들을 담은 이 시계는 나중에 할머니가 돼서 손녀딸 물려줘야지.. 아마 사고 싶은 것보다 하고 싶은 게 많은 건 앞으로도 쭉 그럴 거 같다.


이 학교 생활도 그랬고, 하고 싶은걸, 하기 싫어도 눈앞에 닥쳐진 것들을 해나가다 보면 어느덧 내가 바라는 나보다는, 나도 모르게 어느새 조금 변한 내가 있다는 사실이 너무 재밌고 앞으로가 기대된다. 인생의 묘미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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