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부와 정반대 전략인 쏘스쿨을 듣게 되면서.. 혼돈의 카오스로
저번 글에 호기롭게 월부 커리큘럼을 듣겠노라
선언하고 글을 마쳤다. 10월이었다. 그러다 MBA선배이자 매일 내게 자본주의와 재테크에 대해서만 말하던 분이 있다. 열심히 얘기하셔도 난 관심이 많이 없던 터라 제대로 안 들었지만 최근 내가 부동산에 관심 갖는 걸 알고 부동산 고수라면서 내게 소개해 주신 분이 있었다(인맥의 소중함ㅠ)
2년간 내게 오라고 오라고 했던 독서모임을, 독서를 왜 모여서 하냐부터 시작해서, 독서를 너무 좋아해서 안된다. 독서는 핑계고 다른 목적 있는 사람들이 하는 거 아니냐 음모론 등등을 주장하며 독서모임을 거절했었다.
부동산 고수님이 독서모임 공동 운영자라며, 와서 친해지라는 조언을 받고, 퇴근길에 얼른 유발 하라리 책을 샀다.. 역시 사람은 동기부여의 노예인가 보다.. 그리하여 독서모임에서 만남이 성사되어 이것저것 물어봤다. 지금 관련해서 하고 있는 게 뭐냐 등등 이였는데 월부 얘기도 나왔고 그분 역시 월부도 하셨다고 했다.
11월은 독서가 주인 열반중급, 지방투자기초반, 내 집마련기초반이 열리는 달이였는데, 위에도 언급했듯이 나는 워낙 책을 좋아해서 혼자도 잘보는데 굳이 같이 읽어야 되나 싶었고, 듣는 이유는 향후 실전반 자격 충족을 위해서였다. 또한 지방투자는 지방에 투자할 생각이 전혀 없기 때문에, 경험 삼아 가본다 치기에는 한 달간 시간과 교통비가 너무 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사실 열기로 시작했기 때문에 내 집마련 기초반은 그것과 논리가 대비된다고 생각해서 듣고 싶다는 생각이 많이는 안 들었다. 만약 열기가 월부의 액기스고 핵심이라면 내가 느끼기에 내마기는..약간 틈새시장도 놓치지 않으려는 사업적 판단이 짙게 들어갔다고 생각했다. 아직 투자자의 시각보다는 기업가 시각이 더 예민하게 발동되는 거 같다.
그리하여 11월 커리큘럼은 마음에 들지 않아서 갈팡질팡 하던 도중에 독서모임에서 만난 부동산 고수님이 월부 후기를 물어보셨다. 들어보니 어땠는지, 요새는 어떤 전략을 내세우는지! 나는 무슨 논리로 돈 벌겠는지는 알겠는데, 지금 이런 정책과 상황에 비추어 볼 때 과연 맞는 방식인지 알쏭달쏭 하다고 말했다.
감사하게도 부동산 고수님께서는 독서모임 기반으로 임장모임을 만들어주시고 이끌어주셨다. 이미 다주택자셨으며 압구정 할머니가 되는 게 인생의 목표라 하셨는데, 지금처럼만 하신다면 되실 거 같으셨다. 그렇게 첫 임장으로 반포, 잠원 임장을 가게 되었다. 반포는 임장으로 두 번째? 세 번째 가는 거였고,.. 전에 놀러 갔다 살기 좋은 느낌 팍팍 들어 반했던 잠원동도 기대되었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그분을 통해 나에게는 또 하나의 새로운 세계관이 열린다. 내가 진짜 원하는 게 뭔지, 월세가 따박따박 들어오는 삶인 건지, 아니면 내가 좋은 동네에 사는 건지 그걸 알아야 한다고 하셨다. 부동산마저도 나와 마주 보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약 두 달간을 매주 주말을 모두 임장에 쓰고 있었는데 확신 없이 액셀을 밞는 느낌이었다. 방향성에 대한 확신 없이 애매한 김에 잘됐다 싶어서 머리도 정리할 겸 반대쪽은 뭐라 하나 들어보자 생각했고 쏘스쿨을 시작하게 되었다. 반대일 줄은 알았는데, 생각보다 너무 반대라 놀랐다.
쏘스쿨은 주말에 강의가 3시간 오프라인으로 열린다. 강의가 끝나면 뒤풀이에서 강사가 직접, 그리고 강남 3구에 등기 친 선배들이 상담을 해준다. 대신 강의비도 꽤 된다..!(99만 원..)
월부는 레버리지 없이 갭투로 시스템을 만든다였다면, 쏘스쿨은 내 집마련에 집중한다. 대신 총력전으로..내집마련...내가 처음 이 매거진 이름을 내 집마련의 꿈으로 지어놓고 월부를 듣고는 2채는 있어야 돈을 번다고 적었으니.. 나도 돈에 솔깃해 초심을 잃은 거다.
쏘스쿨에서는 최대한 영끌하여 모든 힘을 다 끌어모아 총동원하여 네가 할 수 있는 최고의 입지에 들어가라고 한다. 이렇게 짧은 시간 동안 정반대의 강의를 들어봤더니 혼돈의 카오스로 빠져들어갔다. 서로서로 반대쪽이 리스크가 크다고 하니..말이다.
난 월부도 2달밖에 안 했으므로 사실 뭐가 더 옳은지 판단불가다. 그리고 두 가지 다 좋은 투자전략이다. 뭘 선택하던지 가치관의 영역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 강의에서 내 맘에 와닿은 부분이 있다.
왜 처음에 나는 부동산에 대해 아무것도 모를 때, 왜 우리 부모님의 성공사례를 보고도 시스템투자가 아닌, 서울에 내 집 한 채가 목표였을까? 이걸 알려고 하면 내 인생을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남들보다 일찍 철이 든 건지, 사춘기 시절 반항심이 있던 건진 모르지만 어린 나이에도 꼭 이 동네를 떠나리라 마음먹었다
공부해서 열일곱에 집을 떠나고 나서부터 마음 한편에는 항상 내 집 마련의 꿈을 가지고 있었는데, 서울까지 생각했을 뿐 강남까지는 사실 상상하지도 않았다. 오히려 강남은 욕심 많은 부자들이 사는 동네라는 프레임도 가지고 있었다. 이런 프레임 때문인지 오늘 조원분들과 임장 중에도 얘기했지만 사실 어릴 땐 강북이 더 좋고 옛 서울이 더 내 취향이다 생각했던 적도 있다(광화문과 종로의 고즈넉함 서촌바이브고궁 등등...ㅎ)
하지만 부동산은 내가 원하는 게 아닌 많은 이의 수요를 생각해야 된다는 말은 논리적으로 맞다. 그리고 이왕 부동산이 내 종잣돈 올인의 자산이라면 가장 안전한 건 강남이라는 사실에 아무도 반박하지 못한다. 알고 있지만 결국 그것을 가로막고 있던 건.. 나를 비롯해 가지지 못한 사람들이 만든 프레임과 편견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강남을 욕망의 땅이라고 생각했는데, 속세에 단절되어 살게 아니라면 욕망에 솔직할 줄도 알아야 한다는 생각도 어렴풋이 들었다.. 나 자신을 마주한다는 게 이런 건가 라는 생각도 했다. 어쩌면, 가지지 못한 자들의 핑계를 내가 대고 있는 건 아닐까 내 욕망에 내가 솔직하지 못한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
근 2주간 여러 이야기들을 나누며, 여러 생각들이 교차해서 너무 일기장에 쓸법한 이야기들을 가득 쓰고 있지만 그래도 결론은 아직 내 삶에서 낭만을 잃지 않는 범위 내에서 욕망에 솔직하고 싶다!! 꼭 낭만이란 게 돈을 펑펑 쓰면서 나오는 건 아니니깐, 결국 집도 '나의 조금 더 나은, 그리고 행복한 삶을 위한 거니깐'이라는 본질을 잃지 않고 내년 대출 옥죄이기 전에 꼭 등기 쳐야지!!
1주일 내내 회사일에 치여 피곤했는데, 그 생각은 날 틈도 없이 부동산 고민으로 꽉 차버려서 잠깐 골치 아픈 현생이 잊히기도 하는 좋은 효과도 있을 만큼 어질어질한 요즘이다. 같이 고생하고 있는 친구가 되어주는 우리 모두 결국은 행복한..! 내 집마련 되시길 바라며..!
사실 나조차도 이 레이스가 이렇게 길고, 깊게 될 줄은 꿈에도 상상 못 했다. 그저 종잣돈이 모인 김에 은행보다 이율이 좋을 만한 인플레 헷징용으로 어디엔가 묻겠다는 그 정도 생각이었는데, 부동산 하나 알려다가 되려 세상의 이치를 배우는 기분이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전반 그리고 무엇보다 대중들의 심리가 이렇게 촘촘히 연결되어 있음을 배운 것이 정말 큰 깨우침이다. 이제 내가 목표로 하는 매수시기, 내년 상반기쯤 되면 내가 출사표를 던지는 1년 정도 된다. 이 1년간의 수많은 고민 끝에 결국 나는 어떤 선택을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