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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그림자 Sep 14. 2024

ᴇᴘ. 100 아침

[일기]



아침에 일어나 햇살이 뿌리내린 곳을 슬그머니 쓰다듬어 보았다 아마도 당분간 빛의 촉감이란 지난밤을 온전히 나와 함께한 이부자리의 느낌으로 기억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보슬보슬 언젠가 잠든 당신의 머리칼을 어루만지듯 그 단잠을 방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빛의 파생은 나를 잠시 동안 멍하니 그곳에 머물게 하였다 시간이 흘러 쏟아진 햇살이 어디론가 스며들자 그제야 졸린 눈을 비비며 커피 한 잔을 내렸다 잠에서 일어난 부스스한 모습으로 커피 한 잔의 향과 어제 읽다 잠든 소설의 남은 부분을 읽는 일은 행복하다


이야기가 결말을 향해가자 얼른 확인하고 싶다는 느낌보다는 괜히 좋았던 구절들로 되돌아가서 밑줄 그어둔 문장들을 차분히 되새겨보았다 그즈음 나는 매일을 그렇게 살았다 좀처럼 끝은 확인하고 싶지 않았던 모양이다 해피엔딩도 끝이라는 사실에는 부합하니까 이기적이지만 한사코 시작에 머물고픈 바람이 있었다 하여 오래전에 서술된 일기 속의 나를 열어보았다 다소 서늘해진 가슴으로 결말을 기다리는 누군가가 되어서는 이렇다 할 맥락도 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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