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교보문고 eBiz본부 eBiz마케팅팀 이은이 입니다.
2020년 7월 코시국 교보문고에 입사해 어느덧 1295일, 3년 7개월이란 시간이 흘렀습니다.
eBiz마케팅팀 광고 담당자의 퇴직으로 인한 업무 공백, 오프보딩 일정을 사전에 공유받은 유관부서 분들은 제 퇴사 소식임을 아셨거나 전해 들으셨을 텐데요.
매년 가파르게 변화하는 조직을 바라보며 드디어 결론을 내렸습니다.
이 조직에서 더이상 미래를 그리기 힘들겠다, 떠날 때가 되었다는 결론을요.
교보문고는 제 커리어 10년 여정의 네번째 회사입니다.
새로운 곳으로 이직을 할 때마다 회사를 평가하는 저의 기준은 심플합니다.
- 조직에서 누가 인정받고 보상 받는가
- 어떤 사람이 떠나는가
- 위기의 순간 조직을 이끌 리더십이 존재하는가
이 기준은 곧 조직문화를 만들고 회사의 미래를 점쳐볼 수 있는 지표이기도 합니다.
제가 이곳에서 마침표를 찍게 된 이유 또한 위의 기준을 바탕으로 결정한 것임을 밝힙니다.
퇴사하는 마당에 왜 이런 메일을 쓰는지 의아해 하실텐데요.
저희팀은 23년 12월 첫 퇴사자 발생 후 '페어웰 문화'를 만들기 위해
‘오프보딩’과 관련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그중 하나인 '넷플릭스 퇴사자 부검메일'을 레퍼런스 삼아 본 메일을 작성했습니다.
이를 통해 교보문고를 떠나기로 결심한 계기와 이유를 공유 드립니다.
1. 넥스트 프로젝트의 실패
2. 창사 최초 희망퇴직
3. 통합 리더십의 부재
저는 얼리 스타트업에서 4년동안 기업문화&채용 브랜딩 서비스의 총괄 PM을 맡아 시리즈A 투자 유치에 기여한 경험이 있습니다. 이후 비바리퍼블리카(Toss)의 조직문화 담당자로 영입되어 이승건 대표를 직속 상사로 두고 일했으며, 퇴사 후 창업가의 삶을 계획하고 교보문고에 오게 되었습니다.
교보문고에 재직하는 동안 소속된 팀에서 일하는 방식 개선과 주도적인 커리어 개척을 위해 부단히 노력했으나, 이 조직은 모기업과의 관계로 구조적 한계가 명확해 개선의 여지가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개인의 커리어 패스와 성장을 위해 이커머스 사업단을 떠나지만, 한 사람의 독자와 고객으로서 여전히 교보문고를 애정합니다. 책과 문화를 사랑하고 브랜드를 진심으로 아끼는 사람이 조직을 이끄는 리더가 된다면 아직 희망은 있습니다. 그 희망의 불씨를 꺼뜨리는 일이 더이상 일어나지 않기를, 교보문고가 역사 속 뒤안길로 사라지지 않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부디 이 부검메일를 통해 뉴노멀의 폭풍속에서 갈피를 잡지 못하는 조직에 작은 균열이라도 생겼으면 합니다.
'사람은 책을 만들고 책은 사람을 만든다'는 창업주의 격언이 어느때보다 절실한 시점입니다.
어떤 브랜드도 대체할 수 없는 교보문고만의 가치와 헤리티지를 무시하고,
현업에서 그동안 쌓아온 것들을 폄하하는 리더와 실무진의 비율이 조직에 늘어날수록
브랜드는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게 될 것입니다.
그동안 전 국민이 사랑하는 곳에서 후회없이 일했고, 좋은 인연을 많이 만나 행복했습니다.
이곳에서 경험했던 것들을 소중히 여기고, 앞으로 잘 나아가보겠습니다.
더 높은 곳에서 환한 얼굴로 만날 날을 고대해봅니다.
마지막으로 한치 앞을 알 수 없는 위기의 시대에 상기했으면 하는 문장을 끝으로 메일을 마칩니다.
"우리가 변화한다고 해서 더 나아질 것이라고 장담하지는 못한다.
하지만 더 나아지기 위해서는 반드시 변화해야 한다."
- 독일 물리학자 리히텐베르크
2024년 1월 29일
상암 오피스에서 이은이 드림
*부검메일의 본문은 대외비 사항으로 일부만 공개하는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저의 글이 조직 내에서 변화를 꿈꾸는 모든 이에게 용기와 위로를 드리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