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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은 zaceun Feb 05. 2024

교보문고를 떠나며 남기는 마지막 인사

안녕하세요,

교보문고 eBiz본부 eBiz마케팅팀 이은이 입니다.


2020년 7월 코시국 교보문고에 입사해 어느덧 1295일, 3년 7개월이란 시간이 흘렀습니다.

eBiz마케팅팀 광고 담당자의 퇴직으로 인한 업무 공백, 오프보딩 일정을 사전에 공유받은 유관부서 분들은 제 퇴사 소식임을 아셨거나 전해 들으셨을 텐데요. 


매년 가파르게 변화하는 조직을 바라보며 드디어 결론을 내렸습니다.

이 조직에서 더이상 미래를 그리기 힘들겠다, 떠날 때가 되었다는 결론을요.


교보문고는 제 커리어 10년 여정의 네번째 회사입니다.

새로운 곳으로 이직을 할 때마다 회사를 평가하는 저의 기준은 심플합니다.


- 조직에서 누가 인정받고 보상 받는가
- 어떤 사람이 떠나는가
- 위기의 순간 조직을 이끌 리더십이 존재하는가


이 기준은 곧 조직문화를 만들고 회사의 미래를 점쳐볼 수 있는 지표이기도 합니다.

제가 이곳에서 마침표를 찍게 된 이유 또한 위의 기준을 바탕으로 결정한 것임을 밝힙니다.


퇴사하는 마당에 왜 이런 메일을 쓰는지 의아해 하실텐데요.

저희팀은 23년 12월 첫 퇴사자 발생 후 '페어웰 문화'를 만들기 위해

‘오프보딩’과 관련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그중 하나인 '넷플릭스 퇴사자 부검메일'을 레퍼런스 삼아 본 메일을 작성했습니다.

이를 통해 교보문고를 떠나기로 결심한 계기와 이유를 공유 드립니다.


1. 넥스트 프로젝트의 실패

2. 창사 최초 희망퇴직

3. 통합 리더십의 부재


저는 얼리 스타트업에서 4년동안 기업문화&채용 브랜딩 서비스의 총괄 PM을 맡아 시리즈A 투자 유치에 기여한 경험이 있습니다. 이후 비바리퍼블리카(Toss)의 조직문화 담당자로 영입되어 이승건 대표를 직속 상사로 두고 일했으며, 퇴사 후 창업가의 삶을 계획하고 교보문고에 오게 되었습니다.


교보문고에 재직하는 동안 소속된 팀에서 일하는 방식 개선과 주도적인 커리어 개척을 위해 부단히 노력했으나, 이 조직은 모기업과의 관계로 구조적 한계가 명확해 개선의 여지가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개인의 커리어 패스와 성장을 위해 이커머스 사업단을 떠나지만, 한 사람의 독자와 고객으로서 여전히 교보문고를 애정합니다. 책과 문화를 사랑하고 브랜드를 진심으로 아끼는 사람이 조직을 이끄는 리더가 된다면 아직 희망은 있습니다. 그 희망의 불씨를 꺼뜨리는 일이 더이상 일어나지 않기를, 교보문고가 역사 속 뒤안길로 사라지지 않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부디 이 부검메일를 통해 뉴노멀의 폭풍속에서 갈피를 잡지 못하는 조직에 작은 균열이라도 생겼으면 합니다.


'사람은 책을 만들고 책은 사람을 만든다'는 창업주의 격언이 어느때보다 절실한 시점입니다.

어떤 브랜드도 대체할 수 없는 교보문고만의 가치와 헤리티지를 무시하고,

현업에서 그동안 쌓아온 것들을 폄하하는 리더와 실무진의 비율이 조직에 늘어날수록

브랜드는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게 될 것입니다.


그동안 전 국민이 사랑하는 곳에서 후회없이 일했고, 좋은 인연을 많이 만나 행복했습니다.

이곳에서 경험했던 것들을 소중히 여기고, 앞으로 잘 나아가보겠습니다.

더 높은 곳에서 환한 얼굴로 만날 날을 고대해봅니다. 


마지막으로 한치 앞을 알 수 없는 위기의 시대에 상기했으면 하는 문장을 끝으로 메일을 마칩니다.


"우리가 변화한다고 해서 더 나아질 것이라고 장담하지는 못한다.
하지만 더 나아지기 위해서는 반드시 변화해야 한다."
- 독일 물리학자 리히텐베르크


2024년 1월 29일

상암 오피스에서 이은이 드림


*부검메일의 본문은 대외비 사항으로 일부만 공개하는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저의 글이 조직 내에서 변화를 꿈꾸는 모든 이에게 용기와 위로를 드리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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