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일 100 글]84일, 여든네 번째 썰
운전을 시작한 이후, 나는 운전연수도 받을 겸 엄마와 함께 주말마다 드라이브를 나간다. 주로 양평, 파주, 을왕리, 남양주, 김포 등에 당일치기로 다녀오고, 정읍에 있으신 할머니 댁에 1박 2일로 다녀올 때도 있다. 짧게는 도심에 있는 백화점으로 데이트도 간다. 나가서 맛있는 음식도 먹고 풍경 좋은 카페에 앉아 기분전환을 한다. 유명한 드라이브 코스를 따라 달리며 멋있는 풍경을 눈에 담기도 한다. 사실 엄마와 이런 식으로 돌아다닌 것은 정말 최근 일이다.
엄마와 난 사이가 나쁜 것은 아니었다. 그런데 좀 애매하다고 해야 하나. 앞선 글에서도 밝혔듯이 엄마와 난 타고난 성향 자체가 많이 다르다. MBTI로 따지자면 T와 F, S와 N 정도의 차이가 되려나. 어떤 한 가지 일에 대해 받아들이는 것 자체가 다르다. 그래서 어렸을 때부터 부딪히는 부분이 많았다. 사회물을 조금 먹은 지금은 그나마 철이 들어서 친해지기는 했지만 함께 외출을 해도 2 시간 안에 해결하고 돌아오는 정도였다. 그러다 거의 하루 종일 함께 있는 일이 많아진 것이다.
갑자기 늘어난 엄마와의 시간에 걱정이 됐다. 어떤 식으로 돌아갈지 우리의 미래가 눈앞에서 그려졌기 때문이다. 예상했던바 그대로, 초반에는 엄마와 언쟁 아닌 언쟁이 많았다. 사유는 기억도 안 날 정도로 사소하고 작은 것이었다. 나는 지나치게 예민했고, 엄마는 나의 그런 모습을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다. 서로가 서로를 이해 못 했고, 왜 이해 못 하는지를 이해하지 못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티격태격하는 시간이 짧았다는 것. 그리고 좋은 곳에 가서 맛있는 것을 먹고 좋은 것을 보니 기분이 사르르 풀리곤 했다. 마지막에 그 성질머리 어떻게 할 거냐는 핀잔을 듣긴 했지만 말이다. 그렇게 올해 봄을 보냈다. 꽃구경도 가고 따뜻한 바람을 쐬러 나가기도 했다. 그리고 여름이 왔을 때쯤 우리의 분위기는 또 달라져 있었다. 북한강에서 엄마의 최애 카페를 찾은 날, 집에 돌아오는 길에 엄마는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이렇게 돌아다니면서 너랑 좀 친해진 것 같아서 엄마는 참 좋다.”
생각 못했던 갑작스러운 말이었다. 그때 당시 엄마한테 좀 못되게 굴어서 혼자 머리 박고 있었는데 저런 말을 들을 줄은 몰랐다. 사실 이제 혼자 돌아다녀도 되겠다고 생각했던 터라 더 죄스러웠다. 죄책감으로 쓰린 속을 부여잡고 나도 그렇다고 답했던 것 같다.
그때부터 주말에 갈 장소를 열정적으로 찾기 시작했다. 기존에도 내가 일정을 짜긴 했지만 어디를 가야 엄마가 좋아할 까 더 생각하고 고민했다. 블로그 리뷰도 찾아보고 몇 개 장소를 추린 뒤, 초보 운전자가 주차하기 용이한 곳으로 장소들을 골랐다. 주로 불륜 커플들이 많이 보이는 곳들이라 몹시 안타깝지만 그래도 엄마는 좋아하니 나름 뿌듯한 작업이다.
내일은 엄마의 요청으로 청평에 간다. 엄마가 가고 싶었던 곳을 들린 뒤 점심을 먹을 예정이다. 전에 우리 둘 다 마음에 들어 했던 식당이 있는데 그곳을 갈지 아니면 새로운 곳을 갈지는 아직 고민 중이다. 혹시 모르니 몇 군데 알아보려고 한다. 이번 주말에도 엄마와 더 친해지기 위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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