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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떤사람 A Aug 10. 2022

노래를 듣기 위해 가을을 기다리는 일 #1

가을은 정준일, 이소라, 규현의 계절

누구나 남들이 이해하지 못할 특이한 규칙이 있다. 나 같은 경우는 커피는 꼭 '아로마노트' 원두로만 마셔야 한다던지, 니트나 스웨트셔츠를 입을 때 안에 입은 티가 넥라인 위로 올라오면 안 된다는 것 정도가 있다. 타인이 볼 때는 정말로 쓸데없고 사소한 문제지만 스스로에게 그런 것들은 항상 문제가 된다. 극단적인 결벽이나 강박이 있는 것이 아닌데도 괜히 신경 쓰이는 그런 것들. 


위에 언급한 것들은 남들 역시 어느 정도 이해해 줄 거라고 생각하지만, 내 생각에도 너무 이상해서 주변 사람들에게 쉽게 얘기할 수 없는 것이 딱 한 가지 있다. 다른 계절엔 절대 들으면 안 되며, 세 계절을 꾹꾹 참다가 가을에만 들어야 하는 가수들의 곡이 있다는 것. 바로 가을을 닮은 가수들, 정준일, 이소라, 규현이다. 이들의 앨범 중에서도 특히나 가을에만 들어야 하는 앨범들이 있다. 약간을 더운 듯한 낮의 볕을 참다가 셔츠나 카디건을 걸친 채 통째로 들어야 하는 앨범들


#1. 규현

 슈퍼주니어의 규현이 아닌 솔로 가수 규현의 이름으로 발매한 EP들은 내게 모두 '가을에 들어야 하는 앨범'에 해당한다. 내게 모든 앨범을 가을에 들어야 하는 것으로 한정하는 가수는 규현이 유일하다. 그도 그럴 것이 앨범 발매일, 노래의 정서와 멜로디 모두 가을의 한가운데에 서 있다. 가장 많이 알려진 '광화문에서', '블라 블라', '밀리언 조각'뿐 만 아니라, 수록곡들 역시 가을이라는 정서에 차곡차곡 쌓인다. 카페에서 눈이 부신 가을 햇살을 맞으며 듣는 규현의 노래들은 마냥 슬프다기보단 추억과 회상이라는 지점에 더욱 알맞다.


규현 첫 번째 미니앨범 '광화문에서'


 규현 같은 경우, 본인이 과거 방송에서도 언급한 적이 있듯이 타이틀곡의 이름을 난해하게 가져가는 편이다. '광화문에서', '밀리언 조각', '블라 블라'등의 제목은 듣는 이에게 거부감을 주기도 한다. 회사 차원에서 마케팅을 위해 '유명한 프로듀서', '특이한 제목'으로 승부를 본 것은 다소 아쉬운 부분이 있다. 하지만 타이틀 곡 외에도, 사실 수록곡이나 싱글들 중 아름답고 매력적인 곡이 많은 것이 규현 앨범의 큰 특징이다. 

 

 영화 '이터널 선샤인'을 모티브로 하여 만든 동명의 노래 '이터널 선샤인'이나 상대적으로 가벼이 들을 수 있는 '긴 팔', '바람', '마음 세탁소' 등 가을 발라드의 불규칙한 면모를 다양하게 발견할 수 있는 곡들이 많다. 갑작스레 닥친 가을바람에 괜히 센치해진다면 '멀어지던 날', 바람에 쏟아지는 낙엽을 보며 산책할 때는 '그리고 우리'가 안성맞춤이다. 고르고 골라 몇 가지 곡을 추천해보자면,


1. 이터널 선샤인

2. 이별을 말할 때

3. 바람

4. 피아노 숲

5. 그리고 우리

6. 멀어지던 날

7. 다시 만나는 날

8. 뒷모습이 참 예뻤구나

9. 좋은 사람

10. 마음세탁소


정도가 있다. 술 먹고 우는 소리만 하는 보급형 발라드에 피로함을 느끼는 이들이나, 가을에 들을 수 있는 가벼운 발라드가 필요할 때 규현의 노래는 독보적이다. 다른 이야기지만, 간혹 아이돌이라는 이유로 슈퍼주니어나 슈퍼주니어 내 보컬들의 음악을 평가절하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슈퍼주니어 내에서도 예성, 규현과 같은 보컬들의 음색은 다른 발라더들의 보컬보다 색이 짙고 특별하게 느껴진다. 나와 같은 진성 발라드 러버들에게 규현이나 슈퍼주니어 보컬 유닛인 '슈퍼주니어-K.R.Y.'의 곡은 무조건 호일 수밖에 없다.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려욱이나 예성, K.R.Y의 곡들도 소개하고 싶다. 


 나의 최애 가수, 정준일과 이소라의 얘기를 하자니 벌써 장황한 글이 될 것 같다. 보는 사람도 몇 명 없는 글이 될 테지만 열심히 다듬고 다듬은 후에 그들의 곡을 소개하려고 한다. 습하고 무거운 여름은 가고, 시원한 가을이 어서 찾아왔으면 좋겠다. 규현의 음악을 들으며 마시는 아메리카노는 여름의 그것보다 훨씬 맛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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