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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름다운 징구리 Aug 30. 2021

너희가 거저 받았으니 거저 주어라.

“우리의 보험”

   제가 서울의 모 대학교에서 계절학기 강의하고 있을 때 동료 교수님께서 저에게 무선 이어폰을 선물로 줬습니다. 한국 내 체류 기간 동안 감사히 사용하고 있다가 다시금 프랑스로 오면서 새로운 무선 이어폰으로 바꾸게 되었습니다. 그리고는 옛날 무선 이어폰을 다른 친구 교수에게 넘겼습니다. 처음에 제가 선물 받았던 모습 그대로 말이죠. 어느 날 그 친구 교수가 무선 이어폰을 바꾼 것을 보고 이전의 무선 이어폰에 대한 행방을 물어봤었습니다. 그 친구 교수는 자신이 받은 그 무선 이어폰을 다른 사람에게 팔았다고 말했습니다. 그때 저는 안타까운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친구 교수도 거저 얻어진 무선 이어폰을 거저 줄 것으로 생각했던 것입니다. 어차피 준 것이니까 그에 대해서 아무런 생각하지 않으려고 해도 계속해서 남는 안타까움은 어쩔 수 없었습니다.


   우리의 모습도 그런 것 같습니다. 나에게 주어진 것들이 내 것으로 생각하게 되었을 때, 우리는 나의 것을 잘 내놓지 못합니다. 내가 가지고 있는 그것, 그것이 가지고 있는 가치를 먼저 생각하고, 그것을 통해 할 수 있는 다른 것들/얻어질 이익을 생각하게 됩니다. 그것을 가지고 할 수 있는 또 다른 어떤 것을 찾습니다. 나의 것을 계속해서 늘리려고 하죠. 나에게 주어진 그것이 나를 대변해준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끊임없이 부자가 되려고 합니다. 그것을 통해서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이 늘어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미래의 것들을 걱정하면서 우리는 지금의 삶을 자연스럽고 자유롭게 살아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실질적으로 생각해보면 나의 것 모두가 나에게 주어진 것입니다. 내 것이 아닌 그것을 가지고 우리는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것을 내 것으로 생각하는 순간, 그것에 대한 욕심이 생기고 그에 따른 불행이 시작됩니다. 이 사람이 내 것으로 생각하는 순간, 우리는 그 사람에 대한 주도권을 가지고 놓지 않으려고 하고, 그에 따른 다툼이 일어납니다. 아이가 내 것으로 생각하는 순간, 아이에 대한 욕심이 생기고 아이와 엄마의 불행은 시작됩니다. 이 물건이 내 것으로 생각하는 순간 우리는 더 큰 것들을 얻기 위해서 오늘을 버리는 삶을 살아가게 됩니다.

   ‘너희가 거저 받았으니 거저 주어라.’란 말처럼 거저 받은 그것들을 거저 내어놓을 수 있었으면 합니다. 내가 가진 그것이 내 미래를 보장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것을 채워주고 있는 세상의 마음이 우리의 보험입니다.




                                      *마음의 소리, 데생, 4B연필, 종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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