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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름다운 징구리 Sep 06. 2021

내가 없는 나

“진정한 얼굴”

   오늘 저의 관심은 온통 머리 모양에 있습니다. 머리를 깎으러 가는 중에도 상대방의 머리 모양을 보면서 이런 모양이 나에게 어울릴까 저런 모습이 나에게 어울릴까 생각합니다. 머리를 깎는 중에도 나중에 비칠 내 모습에 대해서 기대하고 있습니다. 머리카락을 다 깎고 머리를 손질할 때에도 나의 온 관심사는 나의 머리 모양에 있습니다. 그리고 머리를 깎고 나와서도 나의 관심사는 사람들의 머리 모양에 있습니다. 이렇게 했으면 더 좋았을 걸 하고 다른 사람의 머리 모양을 부러워하기도 하고, 저 사람은 머리를 깎아야 하겠다고 혼자 생각하기도 하면서 이 사람 저 사람의 머리 모양을 평가하는 데 여념이 없습니다.


   이렇듯 우리의 시각은 한정된 어떤 것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머리 하는 날에는 온통 머리에, 신발을 사러 갈 때는 사람들의 신발에, 옷을 사러 갈 때는 사람들의 옷차림에, 혹시나 성형하게 되면 내가 성형하게 될 부분에 우리는 온 관심사를 당연한 듯이 내가 신경 쓰는 그곳으로 돌립니다. 다른 것은 우리 눈에 보이지 않습니다. 다른 사람이 어떤 이야기를 한다고 해도, 그것이 눈에 들어오지 않습니다. 우리는 우리 눈에 보이는 것만을 보면서 살아갑니다.

   여러분은 무엇을 보면서 지내고 있습니까? 무엇을 보려고 합니까? 무엇을 비추려고 합니까? 이 모든 것의 대답에 ‘나’라고 답했으면 좋겠습니다.


  사람들의 작은 모습들 안에서 나를 바라볼 수 있을 때, 세상의 모든 일에서 나의 업적을 바라볼 수 있을 때, 내게 있는 모든 시련 속에서 나를 바라볼 수 있을 때, 그때 우리는 나의 진정한 모습을 만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언제부턴가 우리는 내가 없는 나로 살아가고 있는 듯합니다. 조금 늦었다고 생각하는 지금 잃어버린 ‘나’를 찾아보시길 바랍니다.



                            *각자의 모습, 수채화 연필, 종이 250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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