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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막시 May 03. 2022

수학학원 그만두고 혼자 공부한다는 딸에게

중3 딸에게 전하는 아빠의 편지


아빠는 중학교 때 영어가 무척 어려웠다. 문법 위주의 영어시험에서 70점을 넘기기가 쉽지 않았다. 공부하는 학생이 거의 없는 시골에서 그 정도였으니 전국 평균으로 하면 분명히 하위권이었을 것이다. 간혹 90점을 넘기기도 했으나, 그럴 땐 교과서를 통째로 외웠을 때였고 가뭄에 콩 나듯 드물었다.

고등학교 들어가니 영어를 잘하는 친구들이 많았다. 시간이 갈수록 그들과 격차가 났다. 영어를 잘하고 싶은 마음은 늘 있었다.


지금이야 학원과 과외가 많지만, 30여 년 전에는 그런 것은 남의 일일 뿐이었다. 공부는 늘 혼자서 했다. 그 당시 친구들은 맨투맨 기본 영어나 성문영어를 봤는데, 그 책들도 어려웠고 이해되지 않았다. 어떻게 알게 됐는지 모르지만 아빠는 성문 기초영어로 공부했다. 그건 이해할 수 있었고 한 권을 다 공부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도 않았다.


친구들 모두 맨투맨 기본 영어를 보는데 나만 기초영어를 보는 것 같아 조금 부끄럽기도 했지만, 영어를 깨치는 기쁨이 더 컸다. 사실 공부는 혼자 하는 것이라 남들이 내가 무슨 책을 보는지는 별 관심이 없었다. 성문 기초영어는 아빠에게 두 가지 큰 선물을 주었다. 하나는 영어실력 향상과 또 다른 하나는 잘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었다. 고등학교 문법도 기초영어로 충분했다. 다행히 그때가 고등학교 1학년 1학기 초였다. 2학기부터 영어실력이 조금씩 올라갔고 2학년부턴 단번에 영어실력 우수자가 되었다.


한편, 수학 실력도 영어와 마찬가지로 좋지 않았다. 안타깝게도 수학은 영어공부처럼 하지 못했다. 늘 어렵게 느꼈던 수학의 정석만 봤고 한 번도 끝까지 보지 못했다. 아빠가 지금 너라면 두 가지 방법을 선택할 것이다.  중학교 1학년 교과서부터 다시 보는 것과 친절한 과외선생님을 구하는 것. 당시에 과외 선생님을 구하는 건 불가능했기에 더 쉬운 학습서를 찾아야 했다. 그러지 않아서 아쉬운 건 어쩔 수 없구나.


고등학교 2학년 2학기 무렵 대구의 국립대학교에 갈 수준이 됐다. 그때부터 공부시간의 절반을 수학에 쏟았다. 오로지 정석 수학과 학습지로 공부했는데 기초가 안됐으니 늘 사상누각이었다. 졸업할 때까지 아빠의 수학 성적은 전혀 나아지지 않았고 그 정점은 대학 수학능력시험이었다. 살면서 받아본 최하점수였다. 그렇다고 인생이 최하가 되는 건 물론 아니란다. 얼마나 다행인지.^^


아직 너에겐 많은 시간이 남았다. 1년이 엄청 길 것 같지만 백 년 인생 중에 고작 1년일 뿐이다. 조급해하지 말고 다시 기초부터 다지면 된다.


마침 혼자 공부하겠다는 너를 보니 기특하다. 누군가의 시선이나 도움 없이 자기 주도 학습을 하면 더 나은 성적을 올릴 수 있을 것이다. 이미 너는 과학 성적으로 그것을 증명했잖아!!!


파이팅이야~~ 대신 학원가던 시간에 빈둥대면 안 된다. 그럼 말짱 꽝이고 더 뒤로 멀어져.^^

사랑해 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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