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가에게 작업실은 어떠한 의미가 있을까? 일반적으로 예술가의 작업실은 지극히 개인적인 장소이자 작가의 독립성이 잘 지켜지는 공간으로 여겨져 왔다. 어떠한 방해도 받지 않고 오롯이 자신과 싸움하며 작품이 탄생하는 은밀한 곳으로 말이다. 우리에게 작업실은 궁금하지만, 쉽게 갈 수 없는 그야말로 낯선, 미지(未知)의 공간이다.
하지만 예술가의 사적인 공간을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공간으로 오픈한 곳이 있어 다녀왔다. 바로 중곡동에 위치한 마을예술창작소 ‘잼잼클럽’이다. 작업실의 전형적인 틀에서 벗어나 지역민들의 사랑방 역할을 하고 있는 ‘잼잼클럽’의 신하정, 임진세 두 작가를 만나보자.
마을예술창작소 ‘잼잼클럽’에 대한 간단한 소개 부탁드린다.
‘잼잼클럽’은 서울시 마을공동체 지원 사업 중 하나인 <마을예술창작소> 활동이 이루어지는 공간이다. 원래는 개인의 작업실로 쓰이던 공간이었는데, 지역 주민과 문화/예술로 소통하고 싶어 2019년 <마을예술창작소>로 오픈하게 되었다. 많은 분들이 예술가 혹은 예술이라고 하면 마치 거창하고, 어려운 것이라고 생각을 한다. 그래서인지 작업실(예술가의 공간)을 방문하는 것도 낯설어하시고. 가정에서 요리하는 것도 일종의 문화이자 생활예술인데, 유난히 예술을 어려워하시더라. 어떻게 하면 지역 주민들과 함께 편하게 예술로 만날 수 있을까?라는 생각에서 소소한 예술 공간을 만들게 되었다.
어떻게 하면 지역 주민들과 함께
편하게 예술로 만날 수 있을까?
처음 인터뷰를 의뢰했을 때, 무엇보다 이름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잼잼클럽’ 이름에 대한 특별한 뜻이 있는지 궁금하다.
특별한 뜻 보다는 아이가 처음 접하는 놀이인 ‘잼잼’에서 따왔다. (웃음) 아이가 처음 첩하는 놀이이자 감각인 ‘잼잼’처럼 이 공간을 통해 사람들이 예술을 접하고, 예술에 대한 감각을 깨웠으면 하는 바람에서 이름을 지었다.
사실 예술가의 작업실은 개인적인 공간의 특징이 강한데, 지역 주민 누구나 이용 할 수 있는 <마을예술창작소>로 오픈한 이유가 있는지
서울시에 약 70개의 <마을예술창작소>가 있다고 들었다. <마을예술창작소>마다 운영하는 형태나 공간의 특징 등 지역마다 다른 것으로 알고 있는데, ‘잼잼클럽’은 지극히 개인적이었던 작업실을 <마을예술창작소>로 오픈한 케이스이다. 사실 작가로서 작업실을 오픈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아이를 갖게 되면서 개인 작가로서 작업 활동을 이어가기가 쉽지 않더라. 이전에는 집과 작업실을 오가며 가까운 친구들을 주로 만났었는데, 아이가 생기니 자연스레 아이를 키우는 분들과의 만남이 잦아지더라. 그러다보니 동네에 보다 다양한 분들을 만나고 싶어졌다. 보시다시피 넓은 이 공간을 방치하기는 아깝고, (웃음) 아이 엄마들 혹은 주민들이 모일 수 있는 장소로 활용하면 좋을 것 같아 오픈하게 되었다.
‘잼잼클럽’ 운영 전에는 개인 작업실로서 공간을 꾸렸다고 하셨는데, 작업실을 광진구에 마련한 이유가 있는지 궁금하다.
광진구에 오래 거주했기 때문에 자연스레 이곳에 자리 잡은 것 같다. 자양동(건대입구), 구의동을 거쳐 중곡동까지 오게 되었다. 특별한 이유보다는 높은 임대료 때문이었다. 중곡동으로 오기 전에는 마포에 작업실이 있었다. 예술가들이 쉽게 모일 수 있고, 활동 영역이 넓어 좋았지만 비싼 임대료가 부담스러웠다. 같은 임대료라도 작업실 크기를 훨씬 키울 수 있을 것 같아 광진구를 선택했다.
‘잼잼클럽’에는 주로 어떤 분들이 방문하시는지
<마을예술창작소> 목적에 맞게 주민 분들이 가장 많이 찾아주신다. 한 번은 수영을 함께 다니는 분들에게 ‘잼잼클럽’을 소개해 드렸는데, “네가 작가였어?”하며 놀라시더라. (웃음) 본인 가까이에 예술가가 있다는 것에 많이들 놀라신 것 같다. ‘잼잼클럽’ 프로그램에 특별히 대상을 정하진 않았는데, 아이를 키우다 보니 주로 젊은 엄마들이 자주 방문하시는 것 같다. 그래서 작업실 한 쪽에 놀이방을 마련해 놓기도 했다. (웃음)
공간에 들어오자마자 볼풀장이 눈에 띄었는데, 이제 궁금증이 해소 된 것 같다. (웃음) ‘잼잼클럽’을 운명하시며 가장 힘들거나 어려운 점이 있다면 무엇인지
홍보가 가장 어려운 것 같다. 생각보다 홍보할 수 있는 곳을 찾기가 쉽지 않더라. 포스터 하나를 붙이려 해도 절차가 복잡해 어렵더라. 프로그램적인 면에서는 주민들에게 <마을예술창작소>가 많이 알려져 있지 않다보니 기획에도 어려움이 많다. 주민 분들이 어떤 프로그램을 좋아 할지, 원하는 문화/예술 활동이 무엇인지 파악하기가 쉽지 않은 것 같다. 현재 네이버 밴드를 운영 중인데, 이 외에도 다양한 홍보 방안을 모색해 다방면으로 홍보해볼 계획이다.
계획 중인 프로그램이 있다면, 저희 <광진 문화연구소>에 언제든지 알려 달라. 나루사이에 큼지막하게 담아 드리겠다. (웃음) 이제 질문을 두 작가님으로 돌려보겠다. 두 분이 어떻게 함께 작업하게 되었는지, ‘잼잼클럽’ 운영 전에는 어떤 활동을 하셨는지 궁금하다.
우리는 2007년 ‘기는 풍경’이라는 회화 작가 그룹에서 처음 만났고, 작품으로 호흡을 맞춘 것은 2011년부터였다. 매번 각자 작업을 하다 다른 시도를 하고 싶을 때나 함께하면 좋은 그룹 작업이 있을 때 프로젝트처럼 진행해왔다. 대표적인 작업으로는 2012년도에 진행했던 ‘한 곳에서’라는 작품이 있는데, 같은 장면을 나눠서 각자 그리고 컴퓨터로 합성해서 하나로 출력하는 방식의 작업이었다. 이외에도 <꿈다락토요문화학교> 같은 예술 교육 지원 사업에도 참여했었고, 벽화 작업도 주로 했었다.
지역을 기반으로 활동하시면서 느낀 광진구 문화/예술에 대한 두 작가님의 생각이 궁금하다.
20년 넘게 광진구에 살며 느낀 건 광진구의 교육적인 수준이나 구민들의 경제 수준은 나쁘지 않은데 문화예술 향유의 접점은 아직 많이 부족한 것 같다. 구 자체적으로 예술가나 작업실을 조사한다면 많은 것들이 달라질 것이라 본다. 재미있는 일들도 많이 생길 것 같고.
사실 저희 재단에서 지역문화 사업의 일환으로 지역 예술가와 문화 공간들을 4년째 조사하고 있다. 네트워크도 구성되어 있고. (웃음) 저희의 홍보가 미흡했던 것 같다. 다음 모임 때에는 저희가 작가님께 꼭 연락드리겠다. (웃음) 요즘 취미활동으로 그림을 그리는 분들이 늘어나고 있는데, 그림을 시작하는 분들에게 작가로서 줄 수 있는 팁이 있다면
그림을 자주 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것 같다. 카페에 걸려있는 그림을 보고 감상평을 내본다던가. 작품을 구매해본다던가. 개인적으로는 그림의 안목을 키우는 살롱이 많아졌으면 하는 욕심도 있다.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그림 경매도 생겼으면 좋겠고. 그림 경매라고 하면 부자들의 전유물이라는 사회적 인식이 있는데, 이러한 인식들이 많이 변화되었으면 좋겠다. 실제로 경매장에 가면 그림을 구매하지 않아도 좋은 작품을 직접 볼 수 있는 기회가 많은데, 일반 대중들에게는 아직 낯선 세계인 것 같아 아쉽다. 미술과 미술품에 대한 경매가 대중화되면 보다 나은 환경에서 예술가들도 작업할 수 있을 것 같다. 예술가로서 작업만 하고 살기는 어렵지 않나. (웃음)
‘잼잼클럽’이 지역 주민들의 사랑방이나
살롱의 공간으로 자리 잡혔으면 좋겠다.
어느새 마지막 질문이다. ‘잼잼클럽’ 운영 목표나 개인적인 계획이 있다면
원래 계획이 많았었는데 코로나 때문에. (웃음) 작년에는 ‘잼잼클럽’ 운영의 첫 해여서 주민들이 어떤 프로그램을 원하는지 파악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를 했었다. 미술, 판화 수업부터 태몽 그리기, 김장, 필라테스, 리스 만들기까지. 그 중 아쿠아리움에 방문해 간단한 드로잉 후 물고기 도감을 만드는 프로그램이 가장 인기가 많았는데, 올해에는 지역의 특성을 살려 진행해볼 계획이다. 광진구 식물/동물도감, 나무, 장소 등 지역의 특성을 살린 예술 활동으로 프로그램을 진행할 예정이니 관심 있는 분들의 많은 참여를 부탁드린다.
더불어 ‘잼잼클럽’이 지역의 주민들의 사랑방이나 살롱의 공간으로 자리 잡혔으면 좋겠다. 큰 노력이 필요하겠지만 주민들이 함께 모여 이 공간을 운영하는 날이 왔으면 한다. 함께 소통하는 것 자체가 새로운 창작소가 되는 지름길이 아닐까 싶다.
글 최윤아 사진 이기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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