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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day Oct 02. 2023

교토

​누군갈 진심으로 잊기 위해 갔다


​여행자이면서 현지인처럼

그 묘한 거리감에 설레며 걸었다

“여행은 좋았습니다.”

그 표현이 마음에 들지 않을 만큼

그저 좋았는데요

그리움 그리움 그리움 그리움

그런 무거운 마음이 들면 계속 걸으면 되었고

어떤 식으로든 설렜거든요

아침 6시 반 읽을 수 없는 간판 앞에서 마주친

수많은 눈동자들

간간이 양산을 펼쳐 들고

내게 올 것이 분명한 무언가를 기다리는 일

이미 넘어진 시폰케이크를 또 한 번 일으키는 일

끊임없는 뒷모습들과 새로운 동그라미들

초록과 파랑을 번갈아 볼 때마다 영수증 펴듯 희미한 얼굴들을 곱게 폈다

처음 보는 사람 옆에서

수평한 긴장감으로 라멘을 먹고 초밥을 먹고 소바를먹고 오늘의 정식을 먹고

책도 읽었다

취향 맞는 책을 읽으니 글씨도 되려 반듯해졌다

누군가를 단정하게 사랑하게 될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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