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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목가적일상추구 Oct 19. 2023

애너벨 리- 에드거 앨런 포

인간사 가장 슬픈 일을 가장 아름답게 쓴 시(詩)

에드거 앨런 포(1809.01.19~ 1849.10.07)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역시 추리소설의 이미지가 제일 먼저 떠오른다. 최초의 추리소설가로 알려져 있으며 그 자신이 추리소설이나 엽기적인 살인사건과 마치 연결이 있는 삶을 살았던 사람처럼 느껴진다. 아무래도 에드거 앨런 포를 주인공으로 한 미스터리 영화가 많고 근래에도 그런 영화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하지만 에드거 앨런 포는 샤를 보들레르에 의하여 유럽에 소개된 후 말라르메. 발레리 같은 프랑스 상징주의 작가들에게 많은 영향을 준 위대한 작가로 남아있다.

'모르그가의 살인사건'의 탐정 듀팡은 후세 '셜록 홈스'등 추리소설의 장르를 개척하고, 그의 시(詩)는 후에 기존에 시의 한계를 무너트리고 산문시가 탄생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 주었다는 존경에 찬 평을 받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역시 시대를 앞서갔던 샤를 보들레르가 한때 집중했던 것이 저 먼 미국의 작가 에드거 앨런 포의 작품을 불어로 번역함을 과업처럼 행했던 시기가 있었던 점 그리고 그가 발굴한(?) 많은 예술가들이 후대 인정받았던 것을 떠오르면 보들레르와 에드거 엘런 포 그리고 에두아르 마네까지 살아생전 가난과 홀대로 살아냈지만 샤를 보들레르의 심미관엔 황홀함 그 자체였던 점에서 그들의 삶과 예술이 묘하게 닮았다.


오늘은 미국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서정시로 노랫말로도 유명한 '애너벨 리'를 감상해 보자.

출처:pixabay.com



애너벨 리

   - 에드거 앨런 포


여러 해 하고도 여러 해 전.

바닷가 한 왕국에,

한 처녀가 살았다 네가 알지도 모르지

이름이 애너벨 리였다:

그리고 이 처녀 그녀가 살았다 다른 생각 전혀 없이

나를 사랑하고 내 사랑받는 것 말고는.


내가 아이였고 그녀가 아이였다,

이 바닷가 왕국의,

그러나 우리 사랑했다 사랑 이상(以上)인 사랑으로-

나와 나의 애너벨 리-

사랑, 천국의 날개 달린 치품천사들이

그녀와 나를 시샘한 그것으로.


그리고 이런 까닭에, 오래전,

이 바닷가 왕국에,

바람이 구름에서 불어와, 차게 식혔지

나의 아름다운 애너벨 리를:

그래서 그녀의 고귀한 태생 친척들이 왔고

빼앗아 갔다 그녀를 내게서,

그리고 가둬버렸지 그녀를 돌무덤에,

이 바닷가 왕국의.


천사들, 천국에서 반만큼도 행복하지 않았으니,

시기하게 된 거였다 그녀와 나를:-

맞다!- 그게 이유였다(모든 사람들이 알듯이,이 바닷가 왕국의)

바람이 밤을 틈 타 구름에서 나와,

차게 식히고 죽인, 나의 애너벨 리를 말이다.

하지만 우리의 사랑 그것이 훨씬 더 강했지 사랑,

우리보다 더 나이 먹은 사람들의 그것보다-

우리보다 훨씬 더 현명 많은 이들의 그것보다-

그리고 위로 천국의 천사들이건,

단 한 번도 떠어낼 수 없다 나의 영혼을 영혼,

아름다운 애너벨 리의 그것에서:-


왜냐면 달이 비추면 반드시, 가져다준다 내게 꿈,

아름다운 애너벨리의 그것들을:

그리고 별들이 뜨면 반드시, 내가 느낀다 그 밝은 눈,

아름다운 애너벨리의 그것을:

그리고 그래서, 밤 밀물 내내, 내가 누워 있다 곁,

나의 사랑하는- 나의 사랑하는- 나의 생명이자 나의 신부 곁에,

거기 바닷가 돌무덤의-

소리 나는 바닷가 그녀 무덤의.

많이 알려진 사실이지만 이 시(詩)는 에드거 앨런 포의 13살 연하의 아내이자 사촌동생이었던 버지니아 클렘의 죽음을 애도하고 지은 시이다.

불우했던 가정환경 속에 자란 유년 시절과 방황 그리고 가난과 알코올 중독으로 고통받았던 에드거 앨런 포, 그런 그의 곁에 있었던 아내 버지니아 클렘이 경제적으로 풍족하면서 건강과 행복을 누렸을 일은 가당치 않았을 것이다. 제대로 된 이불이 없어 짚으로 온기를 가두었던 침대에서 24살이라는 꽃다운 나이에 폐결핵으로 숨진 버지니아 클렘.

에드거 앨런 포는 그녀를 잃고 더욱 큰 절망에 휩싸여 알코올에 의존하던 삶은 악화일로 였다고 한다.

그리고 그 자신도 아내가 죽은 후 채 삼 년이 되지도 않은 1849년 10월 3일 술에 만취되어 의식이 없는 채 발견되어 10월 7일 눈을 감았다고 한다.


오늘 소개하는 시 '애너벨 리'는 그의 사후 2일 만에 공개된 시로 그가 아내를 얼마나 사랑했는지를 보여주는 시(詩)로, 죽음이라는 가장 가혹한 인간사를 가장 아름다운 서정시로 표현한 명시로 지금도 미국에서 노래로 불리며 가장 사랑받는 시로 유명한다.


특히, 폐결핵으로 사망한 아내를 구름에서 불어온 바람이 하늘로 데려갔다는 표현에서 '숨=부드러운 공기의 흐름(삶)=거친 공기의 흐름(죽음 또는 질병)=바람'같은 연쇄적인 메타포 반응을 이끄는 점은 실로 놀랍기 그지없다.

또한 사랑스러운 부드러운 음률을 여성적 이름 '애너벨 리'와 그녀의 비극적 죽음을 상징하는 '바닷가 돌무덤'을 반복함으로써 일으키는 그 애절한 감정도 백미이다.


살아생전 인정받지 못하고 비운의 작가로의 삶을 살아간 에드가 앨런 포.

그가 사랑했던 13살 연하의 사촌동생이자 아내 버지니아 클렘을 정말 죽도록 사모하며 지은 시 '애너벨 리'.

그 애잔한 마음에 감동하고 아름다운 서정시의 낱말의 조합과 운율에 또 한 번 감동하게 되는 시(詩)를 에드거 앨런 포를 기리는 마음으로 감상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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