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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목가적일상추구 Dec 20. 2023

안티고네- 소포클레스

아이스퀼로스, 에우리피데스와 함께 그리스 3대 비극 시인으로 꼽히고 있는 소포클레스.

그는 기원전 496년 또는 497년에 지금의 아테네 인근인 콜로로스에서 태어나 기원전 406년 또는 405년 나이는 90~92세 정도에 아테네에서 숨을 거둔 이로 지금으로부터 약 2,500여 년 전 인물이다.

살아생전 왕성한 작품 활동을 하여 극. 송가. 비가. 잠언 등 123편의 작품을 썼다고 하나 현재까지 전해지는 작품은 단 7편뿐이다. 특히, 오이디푸스 왕.콜로노스의 오이디푸스. 안티고네 해서 전해지는 이른바 오이디푸스 3부작으로 유명하다.


오늘은 오이디푸스 3부작의 두 번째 집필한 작품이자 내용상으로는 마지막에 해당하는 '안티고네'를 소개하고자 한다.

특히,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사회 부조리에 저항하다 끝내 스스로 목숨을 끊는 모습에서 하이데거는 '인간존재의 섬뜩함'으로, 자크 라캉은 타인의 욕망이 아닌 자신의 의지(욕망)를 희망하다 죽은 '죽음을 향한 존재의 승리'로, 그리고 이탈리아의 철학자로 정치권력이 인간의 모든 것을 박탈하여 살아도 살아있는 인간이 아닌 자를 뜻하는 '호모 사케르'라는 개념으로 근. 현대사회 비인권적 정치권력의 행태를 고발한 조르조 아감벤의 그 '호모 사케르' 개념의 표상으로 해석되었던 이 비극의 주인공 '안티고네'에 대하여 좀 더 다각적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장 아투안 테오도르 지루스트의 <콜로노스의 오이디푸스>

우선 책의 줄거리를 살펴보도록 하자.

작품을 온전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사실 소포클레스의 오이디푸스 3부작만으로는 미흡하다.

스핑크스의 수수께끼에 관한 그리스 신화뿐만 아니라 앞서 언급한 아이스퀼로스의 '테베를 공격한 일곱 영웅', 에우리피데스의 '포이니케 여인들' 같은 오이디푸스의 쌍둥이 아들인 에테오클레스와 폴리테이케스의 서로를 죽이는 비극을 직접적으로 다룬 이야기까지 함께 읽어야 그 내용에 좀 더 쉽고 깊게 다가갈 수 있다.


극히 일부의 작품만이 현재까지 전해지는 고대 그리스 비극 시인들의 특성상 그 플롯의 이해는 당시 서로 경쟁했던 작가들의 현실에 비하면 현재의 우리는 상호보완적으로 그리스 비극의 감동과 정신을 통해 많은 부분에서 좋은 영감을 받고 있다고 할 것이다.


우선 오이디푸스 왕의 비극적 이야기는 생략하고 오롯이 '안티고네'의 이야기에 집중한 줄거리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테바이의 왕 에테오클레스와 아르고스왕의 사위 폴리테이케스는 쌍둥이 형제지만 테바이의 왕위 수호와 쟁탈을 위해 전쟁을 일으키고 이 둘은 서로를 죽이는 비극을 저지르고 만다.

오이디푸스 왕의 처남으로 그가 두 눈을 찌르고 아테나이로 쫓겨났을 때 거의 섭정을 했던 크레온은 테바이의 왕으로 죽은 에테오클레스는 정성을 다해 장례를 치러주지만 아르고스의 장군들과 테바이를 침략했던 폴리테이케스의 시신은 매장하지 않은 채 내버려 두어 지나가는 개와 새가 그 시신을 먹게 내버려 두는 일종의 유기령을 명한다.

이 소식을 듣고 그들의 여동생 안티고네는 아테나이를 떠나 테바이로 오게 된다.

'콜로노스의 오이디푸스'에서 폴리테이케스가 아르고스의 장군들과 테바이를 침략하겠다는 이야기를 듣고 만류하였지 만 죽음을 각오한 그를 더 이상 어쩔 수 없어 그 장례만은 약속했던 안티고네. 그녀는 그런 소식을 접하고 크레온의 명령이 사실상 국가의 법이었던 시절 이를 어기고 자신의 신념대로 오빠 폴리테이케스를 매장하고 간단한 장례의식 치르다 끝끝내 테바이의 왕이자 자신의 외삼촌인 크레온에게 죄인 신분으로 끌려온 처지가 된다.

그리고 그녀는 이미 크레온의 아들인 하이몬과는 약혼한 사이로 크레온에게는 조카이자 예비 며느리였던 것이다.

폴리네이케스를 매장하는 안티고네. 세바스티앙 노블링

이제 안티고네는 앞서 이야기한 대로 각기 다른 철학가들이 분석한 아주 심각한 상황에 놓이게 된다. 그녀 역시 이러한 상황에서 현실에 굴복한 비루한 인생이라 할 수 있는 하이데거의 표현에 의하면 '비본래적 실존'을 통해 삶을 연명하며 아감벤의 사회적 죽음을 의미하는 '호모 사케르'적 존재로 남을 것이냐, 아니면 사회통념적이며 자신의 신념과도 일치하는 정의를 행하며 죽음으로 나아가며 '죽음을 향한 존재의 승리'의 존재자가 될 것인지 바야흐로 삶과 죽음이 서로 방향을 달리하는 부조리한 상황에 놓이게 된 것이다.


물론 이 상황에서 우리가 아는 대로 안티고네는 자신의 신념대로 오빠를 매장하고 예를 지킨 후 크레온에 의해 지하에 갇히게 되고 끝내 스스로 목을 매어 삶을 마감한다.

비극은 이에 그치지 않고 크레온에게도 손을 벋쳐 오이디푸스와 같이 여러 조언을 무시하고 자신의 오만으로 비극을 맞이했던 것과 다를 바 없이 테바이 원로회의 소극적 또는 우회적 반대와 눈먼 예언자 테이레시아스의 강경한 반대 그리고 인륜과 예비 아내를 지키고자 적극적으로 아버지의 의견에 반대했던 하이몬의 의견을 무시하고 왕정국가의 왕으로서 법으로 폴리케이케스의 장례를 금지하고 안티고네의 처벌을 명했던 그도 그런 아집과 오만에 하이몬의 분노를 자아내어 죽은 안티고네를 보며 아버지 크레온에게 칼부림을 하게 되고 그는 놀라 도망친다. 하이몬 역시 분에 못 이겨 스스로 목숨을 끊고 그 소식을 들은 왕비 에우뤼디케 역시 스스로 칼에 몸을 던져 생을 마감하고 그렇게 파멸한 크레온의 좌절을 비추며 무대는 막을 내리게 된다.

소포클레스의 흉상

이렇듯 다른 그리스신화나 비극과 달리 프리드리히 니체의 책 제목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내용의 '안티고네'이다.


자신의 신념에 따라 한치의 굽힘도 없이 단칼에 과업을 해내는 헤라클레스나 테세우스 그리고 그나마 인간적이었지만 주저 없이 자신의 사명을 다했던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의 영웅들과는 달리 그저 오빠라는 혈육의 시신이 개와 새에게 뜯기다 썩어 뼈가 땅 위에 나뒹구는 흉측한 모습을 볼 수 없었기에 소박한 장례만이라도 치르어 주고 싶었던 안티고네.


호메로스의 '일리아드'에서조차 피 한 방울 썩이지 않았던 헥토르의 시신을 능욕하다 늙은 트로이의 왕 프리아모스의 간절한 부탁에 시신을 넘겨주고 장례를 치르게 했던 희랍의 영웅 아킬레우스의 관용은 온데간데없고 자신의 조카의 장례조차 허락하지 않았던 크레온의 편협함.


어쩌면 소포클레스의 '안티고네'는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이 아닌 '비인간적인 너무나 비인간적인'모습을 통해 인간답게 사는 것이 무엇인지 묻고 있는 최초의 기록이 아닌가 싶을 정도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희곡에서 현대적 정신의 표상을 여러 위대한 철학가들이 보지 않았나 싶다.


하나하나 벗겨보면 자만과 편협 그리고 아집으로 물든 그야말로 우리네 인생살이를 가장 드라마틱 하게 풀어놓은 것이 소포클레스의 '오이디푸스 3부작'이 아닐까 한다.

그래서 당시 그리스 비극의 왕이라고 칭했던 아이스퀼로스를 왕좌에서 끌어내리고 경연에서 대상을 몇 번이고 수상했다고 했던 것이 아닐까?

2,500여 년 시공을 초월한 감동과 인간적인 삶이란 무엇인가라는 끝없는 질문과 답에 대한 힌트를 주고 있는 영원한 희랍의 고전 '안티고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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