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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sther K Mar 28. 2021

잘 주무시고 계신가요?

맘 편히 푹 한 번 잠 자 보았으면 좋겠다~

늘 피곤하다. 현대 직장인의 필수품, 만성피로. 5~6시간씩은 자고, 종종 점심시간에도 책상에 엎드려 쪽잠을 자거나 이동하는 동안 살짝 잠들기도 한다. 그런데도 늘 피곤하고 매일같이 주말만을 손꼽아 기다린다. 


잠자는 것에 대한 죄책감


학창 시절엔 잠을 줄여가며 공부를 했다. 여전히 그 말이 통하는지 모르겠지만 "4당 5락" 그래서 4시간 자면 합격하고 5시간 자면 대학에 떨어진다는 속설이 있었다. 실제로 정말 4시간씩 자면서 공부를 했고 그 명제를 증명이라도 해야 한다는 일념 하에 정신없이 살았다.  


회사원이 됐다고 달라진 것은 없었다. '워라벨'이란 단어가 생기기도 전에 시작한 회사생활의 미덕은 출근 시간은 있었지만 퇴근 시간은 없었고, 주구장창 자리에 있어야 했던 시절이었다. 야속하게도 팀장님 상무님은 아침잠이 없으신지 새벽부터 출근해 계셨고, 선뜻 먼저 퇴근도 못하고 습관적으로 야근을 밥 먹듯 하던 시절... 그땐 그랬다.  


주 5일이 정착되고, 주 40시간을 주창하면서 많이 나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야근은 존재하고, 잠자는 것에 대한 죄책감은 여전하다. 나는 신사업 실무 총책임자이기 때문이다. 해외 연결선에서는 새벽에 메일이 온다. 협력사 분들도 밤을 새워가며 일해주실 때도 있다. 그래서인지 왠지 잠들면 안 될 것 같다. 미안하기도 하고, 조금이라도 빠르게 피드백을 주어야 할 듯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40년 가까이 잠에 대한 죄책감을 느끼게 하는 사회에 살고 있는 듯하다. 


'죽으면 실컷 잘 것인데, 뭐하러 잠에 집중하느냐'는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요즘은 잠의 중요성에 대해서 토로하는 경우도 많지만, 왠지 잠을 강조하면 부지런지하지 않거나 열정이 없는 사람으로 비칠까 봐 노심초사한다. 나만 그런 것일까? 


푹 잠들지 못하는 나날들


마음을 달래서 잠을 청해도 솔직히 깊게 잠들지도 않는다. 너무도 다행인 것은 머리를 대고 누우면 3초 안에 잠이 든다. 불면증에 뒤척여 본 적은 별로 없다. 혹자는 그 정도로 혹사했으면 바로 잠드는 게 정상이라고 하지만, 실상은 빨리 잠이 들어도 푹 자지 못한다. 다음날 개운하지 못한 것은 물론 이거니와 자는 동안에도 꿈으로 건, 생각으로 건 자유로웠던 적은 거의 없다. 학창 시절엔 시험, 입시, 교우관계 등으로 깊게 잠들지 못했다. 회사에서는 보고서 걱정, 보고 걱정, 신사업 걱정, 평판 걱정이 잠을 푹 자지 못했다. 그 외에도 푹 잠들지 못하는 이유들은 수두룩하다. 그런데 정말 나만 이런 건가?


일찍 잠자리에 들지 못하는 아쉬움


너무 피곤해서 작정하고 퇴근을 한다. '오늘은 기필코 집에 가자마자 씻고 자야지!!' 생각한다. 그런데 집에 가면 뭔가 아쉬운지 냉장고를 뒤진다. 배가 고프거나 말거나 상관없이 반자동적 반사 행동처럼, 뇌를 거치지 않는 행동들이 나타난다. 하이에나처럼 어슬렁거림 먹을 것을 찾는다. 이는 운동을 하고 온다고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운동했으니 좀 먹어도 된다는 합리적인 논리가 있으면 더 먹는다. 좀 더 적극적으로 심리적 허기일지도 모를 것을 채우기 위해 육체적 먹을 것을 찾는다. 


그렇게 먹고 나면 정처 없이 핸드폰을 보던지, 의미 없이 멍하게 티브이만 바라본다. 좀비인가?


그러고 나면 12시, 1시. 아.... 또 실패. 마음먹고 퇴근한 게 아쉽게, 오늘도 영락없이 12시, 1시에 잠이 든다. 무거운 몸, 멍한 정신, 핸드폰 게임으로 욱신거리는 손가락, 내일 출근의 걱정....


근심거리 한가득으로 잠자리에 들며 일찍 자지 못한 나를 탓한다. 나만 이러는 거면, 내가 바보인 거고....


내일은 맘 편히, 푹, 일찍 잠들겠다는 일상의 다짐들


조도를 낮추고, 소리를 통제하고, 습도를 맞추고, 침구를 바꾸고, 반신욕도 해보고, 걱정을 덜어보지만 그래도 큰 차이는 없다. 어제 했던 그 마음 가짐 그대로 또다시 늦게 잠자리에 든다. 기절 배게가 나오는 홈쇼핑을 보면서 내적 갈등에 휩싸인다. '저걸 사면, 푹 잘 수 있을까?'를 고민하기 때문이다. 초점 없는 눈으로 아무 의미 없이 티브이 화면을 바라보다가 또는 유튜브 채널을 유영하다가 저려오는 눈을 감고 이제 잠이 든다. 


'내일은 일찍 퇴근해서 바로 자야지...' 


이미 알고 있다. 내일은 내일의 야근이 있고, 일찍 와서도 습관적으로 티브이를 틀 것이고, 아무 의미 없이 시간을 죽이다가 또 이렇게 다짐과 자책의 사이에서 '정신병인가?' 고민하다가 잠들 것이라는 것을...


그래도 너무 감사한 것은 그렇게 잠들면 3분 안에는 잠이 든다는 것. 그리고 아침 6시 정도면 알람에 일어나서 다시 출근을 할 수 있다는 것. 지난밤 나만의 내적 갈등은 아무도 모른다는 것. 그렇게 또 아무렇지 않게 하루를 시작하고, 주말을 기다린다. 빠르게 지나가는 시간들, 벌써 아침 해가 밝은 시간이 빨라지는 것을 체감하며, '은퇴하면 인생을 즐길 수 있을까?'라는 불가능한 상상으로 사무실에 도착한다. 그렇게 일상이 다시 시작된다. 나만 이렇게 사는 건 아니겠지? 알게 모르게 다들 그렇게 살고 있겠지? 다들 잠은 잘 자고 출근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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