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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각을 요리하다 Sep 28. 2021

[올리브나무] 말하지 않아도 알아요? 말을 해야 알죠!


  올림픽 세대, 우리 동년배들은 이 노래 모르는 사람 없을 걸. 말하지 않아도 알아요 ♬ 초코파이 정 ♬



  물론, 말하지 않아도 아는 것들이 있긴 하다. 주말 저녁 넷플릭스 볼 때 남편의 얼굴에서 보이는 맥주에 대한 갈증이라거나, 우리 고양이들 눈에 담긴 간식 욕심 같은 거. 근데 그건 진짜 친밀한 사이에서의 얘기고, 살다 보면 말해줘야만 알게 되는 것들이 더 많더라.

 

  이 생각은 나와 식물과의 관계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거실 한 켠, 볕이 가장 잘 드는 공간에 초록이들 몇몇 녀석이 자라고 있다. 그중 가장 고참은 사진에 보이는 녀석, 올리이다. 지중해가 원산지인지라 덥고 건조한 환경을 좋아한다고. 물 주는 것은 정해진 시기가 없고, 흙이 바싹 마르면 주라고 하더라.

 


  겉흙이야 직사광선을 쪼이니 금방금방 마르지만 화분 안 쪽 올리의 속 사정을 내가 어찌 헤아릴 수 있으랴. 대충 일주일에 한 번쯤 주면 적절한 것 같아서 그렇게 길러오고 있었다.

  

  복병은 장마였다. 유난히 비가 많이 왔던 올여름이 올리에게는 너무 습하고 꿉꿉했는지, 때가 되었기에 별 생각 없이 물을 주고 났던 다음 날 - 올리는 잎에 얼룩이 잔뜩 생긴 채 시들어가고 있었다. 좀 억울한 마음이 들었다. 장마 땜에 물 필요 없으면 말해주지 그랬어, 하는 기분이었을까.


  이렇게 답답한(?) 올리 녀석과 달리 똑 부러진 녀석이 하나 있다. 율마나무, 율리.



  처음 율마를 들이기로 결심한 날, 식물 박사인 엄마에게 상의 비슷한 걸 했었다. 엄마는 율마가 키우기 얼마나 까다로운데, 조금만 물이 부족해도 죽고 말거든, 하며 말리셨다. 근데 왠지 잘 키울 수 있을 것 같은 근자감이 들어서 입양을 강행했던 거고.

 

  반전은 오히려 이렇게 예민하고 손 가는 율리가 올리보다 더 키우기 수월하다는 거다. 흙이 말랐는지 안 말랐는지, 비가 와서 공기가 습한지 아닌지 따위는 걱정할 필요가 없다. 그저 매일 아침 물을 주기만 하면 알아서 잘 자란다. (물론 수형을 잡으려면 순 따기를 해 줘야 하지만 생존만 언급하자면 그렇다는 거다) 한 번도 시들해진 적 없고, 점점 풍성하고 예쁜 모습으로 자라나고 있다.

  


  저는 딱히 정해진 건 없구요 그냥 흙 말랐을 때 물 주시면 돼요 하하하- 하는 올리보다, 저는 매일 물 주세요! 많이 주세요! 하고 요구하는 율리가 더 편하다. 매사를 인간관계에 빗대어 생각하길 좋아하는 나는 이렇게 올리와 율리에게서 또 사람 사는 모습을 본다. 이유도 없이 거리 두는 친구보다 야 이거 서운해, 너 나한테 그러지 마- 하고 말해주는 친구와 오래간다. 겉으로만 칭찬하고 뒷담화 하는 상사보다 적당히 필요한 잔소리는 해 주는 상사가 더 도움된다. 억지로 가기 싫은 술자리 따라가서 죽상인 얼굴로 앉아있는 것보다, "저는 일이 있어서 가볼게요!" 하는 게 오히려 깔끔하더라.

 

  어쩌면, "미운 놈 떡 하나 더 준다"는 속담은 미워할수록 잘해주라는 뜻이 아닌 거 아닐까? 내가 자꾸 떡 달라 해서 저 사람이 나를 미워할지언정, 결과적으로 나는 떡을 얻어먹으니 이득, 뭐 이렇게도 볼 수 있지 않나. (당연히 아님)



  말하자, 표현하자. 그 누구도 내 마음을 나만큼 잘 알아주지 못한다. 손절당할 정도로 위험한 수위의 발언이 아니라면, 이 말 안 했을 때 내가 나중에 뒤끝 생길 거 같다면 꼭 꼭 말해주자. 생각보다 사람들은 나에게 관심이 많지 않기에 내가 말하기 전까지는 내 마음을 짐작조차 못 했을지도 모르니까.






  올리야, 너도 물기가 많은 것 같다 싶으면 하루아침에 그러지 말고 조금씩 미리 티 내주면 안 될까? 오래오래 잘 자라줘 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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