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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비 Mar 05. 2024

내가 기분을 풀고 싶은데 잘 안 돼

아이가 커가며 점점 말이 통해서 좋다.

이렇게 대화할 수 있는 날이 오다니 감개무량할 때가 있다.


하지만 덩달아 말이 통하니 티격태격 싸울 때도 많다.

도대체 어디서 이렇게 얄밉게 말하는 법을 배운 건지,

솔직히 고백하면 가끔은 한 대 쥐어박고 싶을 때도 있다(다행히 심호흡으로 대신하지만)


말이 통해 가장 좋은 점은 어디가 불편한지 추측하느라 애쓰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아기 때는 배가 고픈가, 어디가 아픈가 신경을 곤두세우며 추측했는데,

아이가 되니 어디가 불편하다, 배가 고프다, 이거하고 싶다 시원하게 말해주니깐.


알아들으니 나도 알려주게 된다.

이럴 땐 이렇게 해야 되고 저럴 땐 저렇게 해야 된다고.

가르쳐 줬는데도 안 하면 혼내기도 한다.

(하지만 훈육보다 싸우는 모습에 가까운 나를 반성해야지)


요즘은 아이에게 감정을 표현하는 방법에 대해 많이 이야기한다.

아이는 곧잘 적용한다. 어쩌면 나보다 나은 것 같기도 하다.


어제도 아이가 화를 내는 아이에게 말했다.

"엄마가 이야기했잖아. 화가 날 때 그냥 화만 내면 엄마는 왜 화가 났는지 모르는 걸. 연호의 마음이 어떤지, 왜 화가 났는지 이야기해 줘야 엄마가 알 수 있어"


나름 친절히 설명했는데도 계화를 내는 아들에게 결국 언성을 높였다.

"그만! 화 다 풀고 얘기해!"


"엄마 나도 풀고 싶은데 잘 안 돼"


아차.

감정은 말한다고 순식간에 해소되는 게 아닌데.

감정이 올라간 만큼 내려올 시간도 줘야 하는데, 난 아이에게 말했으니 이제 그만하라고 말했던 것이다.

순간이동처럼 바로 내려오길 바랐던 것인가.


생각해 보면 어른들 사이에서도 종종 같은 실수를 저지른다.

누군가에게 감정이 상했을 때, 혹은 누군가가 나로 인해 마음이 상했을 때

다행히 나는 잘 묻고 또 잘 표현하는 편이다.


하지만 문제는 내가 설명했으니 바로 이해해 주길 원한다.

상대도 받아들이고 소화시키는 시간이 필요한데,

때론 소화시키는 데 오래 걸릴 수도 있고, 또 때론 체할 수도 있는 건데,

무조건 바로 소화하길 기대하는 것이다.


소통(疏通)
1. 막히지 아니하고 잘 통함
2. 뜻이 서로 통하여 오해가 없음.


사전에서는 소통의 뜻을 위와 같이 정의한다.

막히지 않고 잘 통해야 비로소 진정한 소통이 이뤄진 것인데,

우리는 종종 일방적으로 전달해 놓고

"내가 이만큼 이야기했는데!" 라며 바뀌지 않는 상대에게 실망해 버린다.


상대에게도 내 말을 소화할 시간이 필요하다.

그리고 혹시 상대의 입맛에 맞지 않는다면 다른 방법으로 요리를 해보는 것도 필요하다.

표현방법을 달리하는 것이다.

어차피 주재료(본질)는 변하지 않을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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