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봄비 Feb 27. 2024

6살에게 배운 칭찬의 정석  

 

외동인 우리 집 여섯 살은 언제나 모든 가족들의 관심을 독차지한다. 특히나 외가에서는 유일한 아이라 아주 난리도 아니다. 할머니들이 쭉 모여 앉아 하루종일 아이의 세상에서 함께 한다. 작은 행동 하나에도 까르르 넘어가고 박수를 친다. 당연히 모든 대화는 아이가 주도한다. 모두 저마다의 육아방식이 있고 각각 장단점이 있을 테니 우리가 잘하거나 못한다는 이야기를 하려는 게 아니다. 그냥 우리는 이런 모습으로 아이랑 살아가고 있다.


 이렇게 관심이 집중되다 보니 본인에게 관심이 좀 덜한 상황에선 관심을 적극적으로 요구하긴 한다. 본인이 무언가 보여주고 싶을 땐 혹은 칭찬받을 행동을 했을 때는 신나서 날 보여준다. 문제는 난 섬세함이라고는 없는 성격이라는 거.

 

"우와...."

그런데 다음에 무슨 말을 해야 하는지 딱히 모르겠다.

아이의 표정이 조금 실망스러워 보여 다시 한번 말해본다.  

"우와 멋지다. 잘했는데?"


아이는 아쉬워했다. 그런데 사실 더 이상 어떤 칭찬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출처: EBS 다큐멘터리 '칭찬의 역효과'


다행히 많은 부모들이 어려워하나 보다. EBS에서 칭찬에 대한 내용으로 다큐멘터리를 제작한 적이 있는데 비슷한 내용이 나온다. 아이가 그림을 그리고, 혹은 어떤 활동을 하고 부모에게 칭찬해 주라고 했는데 대부분의 부모가 '잘했어'이상의 대답을 하지 못했다. 10년에 훌쩍 넘은 다큐멘터리인데도 여전히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회자된다는 건, 지금도 여전히 다들 비슷한 고민을 한다는 거겠지.



출처: EBS 다큐멘터리 '칭찬의 역효과'


결국 한 엄마가 아이에게 물었다. 어떤 칭찬이 듣고 싶냐고. 그리고 제작진에게 물었다.


"칭찬은 어떻게 하는 거예요?"


다큐멘터리에선 아이의 대답이 나오지 않았다. 사실 나도 아이에게 고대로 물어보고 싶었다. 나도 칭찬을 제대로 해주고 싶었으니까. 그런데 과연 6살이 저 대답을 할 수 있을까. 그리고 아이가 말한 그대로 내가 칭찬하면 와닿을까 싶었다. 그래서 방법을 달리 했다.


"우와 뭘 그린 거야? 엄마가 연호 설명을 들으며 제대로 감상하고 싶어!"

그러자 아이가 신나게 설명한다. 그냥 우와 뭐야 할 때보다 제대로 감상하고 싶어서 설명해 달라고 했더니 좀 더 자세한 느낌이다. 내 느낌인가.


중요한 건 설명을 듣다 보니 생각보다 칭찬할 거리가 나왔다.

나라면 놓쳤을 것 같은 하늘 위의 새들, 단순하게 초록색으로만 표현했을 것 같은 나뭇잎들, 그리고 예상치 못한 그림의 탄탄한 줄거리까지. 설명에는 두서가 없었지만 아이의 세상은 가득했다.

생각보다 쉽게 이어서 질문할 있었다.

"와, 여기서 어떻게 느리게 가는 친구 새를 기다릴 생각을 했어?"

또 신나서 대답하는 아이를 물끄러미 바라보다 보니 진심이 담긴 칭찬이 나왔다.

"와, 연호는 친구를 생각하는 마음이 정말 멋지구나"


칭찬을 못 했던 나의 첫 번째 문제, 칭찬을 해줘야 해!라는 생각이 먼저 마음속에 가득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그림을 제대로 보기 전에, 아이의 자랑을 제대로 듣기 전에 리액션부터 나왔다. 다행히 마음이 담겼을 리가 없다. 처음에 내가 해야 했던 건 칭찬이 아니라 관심이었다.


그리고 있는 그대로, 아니 이왕이면 좋은 점들을 발견하려 노력했다. 더러워진 집 대신 열심히 그림을 완성한 아이의 노력을, 거꾸로 쓴 글씨 대신 힘줘서 끝까지 써 내려간 흔적들을 말이다.


생각해 보면 나도 그렇다. 오랜만에 일찍 들어와 가족들의 저녁을 차려줄 때면, 맛있게 먹는 모습만으로도 기쁘지만, 솔직히 칭찬이 듣고 싶다. 그래서 어때? 어때? 계속 물어보게 된다. "와 맛있어!" 만으로는 무언가 아쉽다. 그러다 보니 또 물어본다. "이건 어때? 인스타에서 봤는데 너무 맛있어 보이더라고! 그래서 내가 오는 길에 가지를 사 왔는데~~~" 이것저것 알아줬으면 좋겠다. 내 아들도 마찬가지겠지.


내가 듣고 싶은 방식으로 표현해 줘야겠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댔으니까.  


이전 05화 내가 몇 년 동안 망설인 일을 6살은 하루 만에 해냈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