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봄비 Feb 20. 2024

내가 몇 년 동안 망설인 일을 6살은 하루 만에 해냈다

무엇이 나를 주저하게 만들었을까



아들이 유튜버가 되었다. 사실 그동안 유튜브를 찍고 싶다고 몇 번 말했었지만 우리는 흘려 들었다. 아들이 또 말했다. 우리는 연습하고 있으라며, 이름도 정해야 되고 그렇게 쉽게 만들 수 있는 게 아니라고 말했다. 그런데 너무 강하게 어필한다. 그냥 넘어가기가 어려워 인터넷을 검색해서 급하게 채널을 만들고 영상을 하나 찍어주었다. 그렇게 내 아들은 하루 만에 갑자기 유튜버가 되었다.


사실 나도 몇 년 동안 고민했던 일이다. 직업이 직업인지라 자기 홍보가 필요한 나에게 오히려 유튜브는 필요했지만, 엄두가 나질 않았다. 그렇게 몇 년을 미뤄오던 새에 어느덧 유튜브로 이름을 알린 지인들도 여럿 있다. 처음엔 구독자도 적은데 고군분투하는 모습들을 보며 '저것 봐 저게 되겠어' 내심 안심했던 것 같다. 그러다 점점 구독자가 늘어나는 걸 보며 내가 더 괜찮은데 하는 질투와, 저러다 정말 잘 되는 거 아냐 하는 불안감이 공존했다. (못났네 정말, 하지만 솔직한 심정이었다) 그러다 어느 순간부터 내가 따라잡을 수 없는 영역으로 이르렀고 이제는 저 높은 곳으로 가버린 그들을 보며 부러움만 가득하다. 그리고 그렇게 나는 아직도 부러워만 하고 있다. 그런데 내가 몇 년을 머릿속으로만 망설이던 걸 아들은 순식간에 해냈다. 기특하면서도 부럽다. 우린 뭐가 다르기에 그럴까.


1. 시작에 주저함이 없었다.

- 스스로 만들 줄만 알면 아마 더 빨리 했을 거다. 그냥 하고 싶으면 하는 거다. 자신이 재밌게 보니 하고 싶었고, 자신이 좋아하는 춤이 있으니 찍어보고 싶었다. 그게 전부다. 옷 좀 차려입고 하자니 괜찮단다. 결국 내복 바람으로 첫 영상을 촬영했다. 반면 나는 하고 싶기보다 해야 하기 때문에 주저하는 것 같다. 그래서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주저하고 있다.


일어나자마자 내복차림으로 찍은 첫 영상


2. 다른 사람들 시선이 안 보인다

아직 한글도 잘 모르고, 숫자 크기의 개념도 없기에 댓글이나 조회수에 연연하지 않는다. 구독자가 11명이 되었다고 하니 기뻐한다. 댓글이 달렸다고 읽어주니 재밌어한다. 근데 그게 다다. 더 이상의 관심이 없다. 그냥 본인은 채널을 개설했고 영상을 올렸으니 마냥 뿌듯하다.

난 못 그랬을 것 같다. 얼굴이 없는 브런치 글 하나만 올려도 매일 들어와서 조회수를 확인하게 된다. 조회수가 적은 날은 괜히 의기소침해져서 글을 지웠다 올렸다를 반복한다. 얼굴 없는 브런치에서도 그런데 유튜브는 오죽할까. 물론 내가 유튜브를 시작한다면 마케팅이 목적이니 사람들 반응을 고려해야 하겠지만, 조금은 담대해질 필요도 있는 것 같다.


3. 자신감이 넘친다

우리 가족은 모두 몸치다. 내 눈에는 너무 예쁜 내 아들이지만 객관적으로 몸치와 몸치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도 몸치다. 하지만 자신감이 넘친다. "사람들이 연호 잘 춘대~" 얘기하면 머쓱해하기보단, "내가 좀 잘 추지" 으쓱하며 춤 한 번 더 보여준다. 그래서인지 동작 하나하나에 힘이 있다. 자신감이 있으니 보는 사람도 신이 나긴 한다. 과연 될까, 내가 있을까 라는 소심함에 많이 위축되고 망설이는 내가 배워야 부분이다.


아들이랑 직업에 대해 이야기하는데, 게임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했다. 연호 유튜브 하고 싶다 하지 않았냐 물었더니 그건 이미 꿈을 이뤘다고 이야기한다. (맞다! 이젠 진짜 유튜버지!) 가족 외에구독자가 생겼다. 신기하다. 그런데 40세 아저씨가 썸네일을 다니 MZ스러움이 없는 게 아쉽다.  나른한 오후에는 나루토춤이라니 맙소사. 그 친구들이 댓글을 다니 댓글도 아재스러움이 가득하다. 춤을 보니 낙지 탕탕이가 생각난다니 맙소사. 그래도 관심을 가져주는 게 고맙지 뭐.


멋지다 꿀떡여노! 엄마도 좀 더 용기 내볼게!



이전 04화 오징어가 문어를 만나 악수를 합니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