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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람 여행자 Feb 21. 2022

이직 없이 낮은 연봉 극복하기

업계 최저 수준 초봉을 받은 신입사원의 멘탈관리

월급날이 되면 기분이 별로 좋지 않습니다. 화면에 찍힌 숫자를 보면 입맛이 뚝 떨어집니다. 또래 친구들보다 월급이 50~100만 원 낮아 느끼는 자격지심입니다. 월급날에 기분 좋게 초밥 하나 먹어도 될법한데, 스스로 그럴 자격이 없다고 생각하는 걸 보면 자해에 가깝습니다.


그토록 원하던 산업과 직무로 취업에 성공했지만, 기쁨은 오래가지 않았습니다. 낮은 연봉은 입사 1년 동안 줄곧 저를 괴롭혔습니다.


취업준비생일 때는 연봉이 우선순위에 들지도 않았습니다. 자기소개서는 쓰는 족족 불합격하고, 면접 기회조차 없었죠. 합격만 시켜준다면 삼보일배하면서 출근할 생각이었습니다. 그러던 찰나 지금 회사에 정규직 전환형 인턴으로 합격했어요. 인턴 3개월 동안 행복하게 회사를 다녔습니다. 물론, 전환이 안 될 수도 있다는 불안감에 매일 줄타기하는 기분이었지만, 그래도 행복했습니다.


마침내 근로계약서를 쓰는 날이 왔습니다. 공교롭게도 제 생일에 정규직 전환이 됐죠. 최고의 생일선물이구나 라는 기쁨도 잠시, 계약서 적힌 연봉을 보고 조금 당황했습니다. 원래 신입사원들은 이렇게 받는가 보다 하고 일단 넘어갔어요.


정규직이 된 이후에는 그동안 못 봤던 친구들과 술자리를 많이 가졌습니다. 취업준비생일 때는 마음 놓고 술 한 잔 마실 시간도, 돈도 없었죠. 이제 갓 회사에 입사해 애사심 가득한 신입사원들. 대화의 주제는 연봉입니다. 많이 버는 친구들은 물어보지 않아도 연봉 이야기를 꺼냅니다. 그렇게 듣다 보니 제가 받는 돈이 얼마나 작고 귀여운지 깨달았어요. 친구들은 저보다 1천만 원은 더 많이 받는 현실을 직시했습니다.


직무와 산업이 만족스럽고, 심지어 함께 일하는 상사도 좋았습니다. 그런데 연봉 하나 때문에 만족도가 너무 떨어졌어요. 하루하루 손해 보는 기분이 들고, 취업을 너무 성급하게 했나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적어도 친구들만큼, 평균적인 연봉을 받고 싶었어요.


그렇게 1년간 스트레스를 받으니까 한없이 우울했습니다. 정말이지 구차했어요. 커피 마시러 스타벅스를 갈 수 없었습니다. 버거킹이나 매머드 커피처럼 1천 원대 커피를 마셨죠. 옷을 살 때도 스파 브랜드로 갔습니다. 자책이죠. 벌을 준거예요. 스스로 불편해야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탈출할 거라 생각했거든요.


지금은 낮은 연봉에서 느끼는 스트레스를 대부분 해결했습니다. 이직한 것도 아니고, 수입이 늘어난 것도 아니에요. 그 과정을 정리해보니 3가지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1. 솔직하게 털어놓고 조언 구하기

일단은 고민을 털어놓아야 합니다. 1년간 혼자 끙끙 앓아봤는데 번뜩이는 해답이 나오지 않더라고요. 물론, 많은 용기가 필요합니다. 특히, 약점에 대한 이야기는 선뜻 입을 열기 어려워요. 그런데 스트레스가 너무 심하니까 결국 입을 열게 되더라고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으로 선배들에게 얼큰한 술 한 잔과 조언을 구했습니다. 그중에서 가장 마음에 와닿았던 조언 2가지를 말씀드리겠습니다.


돈을 벌려면 연봉이 아니라 투자를 해야 한다


저는 금융문맹입니다. 주식 계좌를 만든 것도 불과 1~2달 전이었고, 생애 첫 공모주는 LG애너지솔루션(22년 1월 상장)이었어요. 그때 받은 공모주 1주를 상장 당일 팔려고 했는데, 파는 법을 몰라 상사에게 부탁할 정도였죠. 금융지식이 전혀 없기에 돈 버는 방법이 연봉만 있다고 생각한 겁니다. 하지만, 연봉을 아무리 올려도 내 집 마련은 어렵고, 돈에 대한 스트레스 해결할 수 없다고 하더라고요.


한 마디로 돈이 없는 건 연봉이 낮아서가 아니라 금융지식이 부족하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금융지식을 배운 적이 없습니다. 공부 열심히 해서, 좋은 대학 가서, 연봉 높은 대기업(또는 안정적인 공기업)에 취직하는 게 성공인 줄 알았어요. 비교 대상이 연봉과 안정성 밖에 없는 거죠. 학교에서 키워진 우물 안의 개구리였습니다.


또, 지속적인 이직을 통해서 연봉을 높이는 것도 좋지만, 그만큼을 투자 공부에 쏟는다면 더 많은 돈을 벌 수도 있다고 하더라고요. 물론, 둘 중에 하나만 선택하는 건 아니지만, 요점은 돈을 벌고 싶다면 투자를 공부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연봉이 불만족스럽다면 지금 회사에서 더 잘해야 한다


"저도 경섭님이 받는 연봉과 크게 다르지 않을걸요? 저도 되게 적게 받아요. 그런데 지금 받는 연봉이 영원할 거라고는 생각 안 해요."


한 선배는 지금 받는 연봉이 영원하지 않다고 대답했습니다. 결국, 자기 능력에 맞게 연봉을 받을 거니까, 지금 맡은 일에 집중해서 더 성과를 낼 거라고 했어요. 조바심 내지 말라는 조언이었습니다.


현재 직장에서 받는 연봉이 불만족스럽다면, 그만큼 더 좋은 성과를 내야 한다는 것. 신선한 충격이었습니다.  


(1년 전 이렇게 조언했던 선배는 당시 저와 연봉이 비슷했습니다. 그런데 최근 이직을 하면서 연봉을 1천 이상을 올렸더라고요. 자기가 뱉은 말을 몸소 실천하는 그는 그저 빛과 소금...)


2. 스트레스 원인 객관화하기 : 낮은 연봉이 정말 나를 괴롭힐까?


- 돈을 벌고 싶으면 연봉이 아니라 투자에 신경 써라

- 연봉이 불만족스러울수록 현재 회사와 맡은 일에 더 충실하라


두 조언은 충격적이었습니다. 제가 기대했던 대답은 하루빨리 중고 신입으로 연봉 더 주는 회사에 가라는 것이었죠. 하지만 어느 누구도 그런 조언을 하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고민을 털어놓고 조언을 구하다 보니 객관화가 됐습니다. 정말 연봉이 낮아서 스트레스를 받는 걸까 곰곰이 생각해봤어요. 뜻밖의 원인을 발견했습니다. 돈을 적게 버는 것도 싫었지만, 능력을 인정받지 못하는 게 더 싫었습니다.

낮은 연봉에서 오는 스트레스의 원인
1. 금전적인 두려움: 돈을 많이 벌지 못해 가난해질까 봐
2. 커리어에 대한 두려움: 내 능력이 저평가될까 봐

낮은 초봉으로 시작하면 이직할 때 연봉 인상에 한계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니까 저와 누군가가 똑같이 5천만 원 치 일을 할 수 있다고 가정해볼게요. 저는 전 직장에서 받은 연봉이 낮아서 4천을 받고, 누군가는 전 직장에서 받은 연봉이 높아 6천을 받는 상황이 두려웠던 거죠. 즉, 제가 노력해도 낮은 초봉에 발목을 잡혀 저평가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오만이었습니다. 이전 회사에서 얼마를 받았는지도 중요하지만, 결국 어떤 성과를 냈는지가 가장 중요하니까요. 그래서 인정을 받으려면 지금 당장 맡은 일을 더 잘해야 한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3. 스트레스 원인별로 대처하기

연봉 스트레스를 받는 이유는 두 가지였습니다. 그 우선순위를 저울질해봤어요. 놀랍게도 커리어에 대한 두려움이 금전적인 두려움보다 더 컸습니다. 비율로 따지면 7:3 정도였죠. 그래서 그 비율대로 자기 계발하기로 했습니다.


자기계발에도 편식이 있다

기존에는 더 나은 이직을 위해 마케팅 직무 관련 자기 계발만 했습니다. 마케팅 관련 서적 읽기, 포트폴리오 만들기, 경력기술서 작성하기 등 오직 더 나은 직장을 위한 공부만 했죠. 편식이었습니다. 공부하고 싶은 것만 공부하는 편식이었죠. 이제는 30% 정도를 투자 관련 서적과 유튜브를 보는 데 씁니다.


낮은 연봉을 더 높은 연봉으로 해결하지 말자.

지난 1년간 낮은 연봉으로 받은 스트레스와 그것을 해결하려고 노력한 끝에 얻은 깨달음을 한 마디로 요약해봤습니다. 커리어적으로 성공을 하고 싶으면 지금 맡은 일부터 제대로 하고, 돈을 더  벌고 싶으면 투자 공부를 하는 것입니다.


대기업과 금융권이 아닌 이상, 초봉에 만족하는 사람은 많이 없을 것 같아요. 또, 연봉을 높여도 그 기쁨은 그렇게 오래가지 않는다고 들었습니다.  혹시 저와 같은 고민으로 스트레스를 받는 또래 주니어있다면, 이번 글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면 좋겠습니다. (반면 이 글을 읽고 계시는 인생 선배분들께는 제가 잘 생각한 건지 되묻고 싶습니다. 언제든지 가볍게 댓글 부탁드려요!!)




관광지보다 새로운 사람 알아가는 걸 좋아하는, 사람여행자 윤경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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