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 이번 주 집 밖을 처음 나왔네”
주중의 마지막인 금요일이었다. 돌이켜보니 작년 한 해 절반 이상은 재택이었다. 2020년 2월 코로나가 본격적으로 발발하고 회사에선 원격근무를 공지했다. 한두 달이 지나고서 잠잠해질 즈음 회사를 나가긴 했는데 그것도 잠깐이었다. 다시 코로나 2차 유행이 시작되고선 주 1회 출근 요일을 정해 순환근무를 하다가 다시 원격근무가 되어 한 해가 끝나도록 동료들과 마주하지 못한 채 새해를 맞았다.
하루에 확진자가 1천 명이 넘게 나오는 나날이 계속되다 주춤할 즈음이었다. 햇빛을 쬔 기억이 언제인지 가물가물하고, 바깥공기를 온몸으로 느끼고 싶어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점심을 간단히 먹고는 마스크를 쓰고 커피라도 사 올 겸 나섰다. 문을 열고 나가 공동 현관문이 열리자마자 훅 들어오는 바람은 과연 작은 창을 통해 코 끝으로 느낀 공기와 차원이 달랐다. 온몸으로 상쾌한 공기를 맞으며 좋아하는 카페에서 사 온 커피를 안고 돌아오는 그 행복감이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만화 속 시들다 못해 쪼그라든 주인공이 에너지를 한 몸에 받아 뼛속까지 충전된 기분이랄까. 이런 햇빛에 죽고 못 사는 내가 일주일에 한두 번이 아니라, 일 년에 한두 달 날이 좋을까 말까 한 아일랜드에선 어떻게 지냈는지 모를 노릇이다.
날씨가 좋지 않은 것도 아닌데 집에만 있다 보니, 이렇게 사람 만나는 일 없이 보내는 게 어색하면서 꽤 익숙해졌다. 종종 내가 어떤 스타일의 사람인지 알아보는 성격, 성향 테스트를 친구와 직장 동료, 가족과 해본다. 나의 공통 키워드는 ‘인간관계’와 ‘사회적’이었다. 제법 그럴싸한 결과가 나오면 내가 꼭 그런 사람이 된 거 같았는데, 그것도 함께 할 사람들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었다.
사람들 속에서 나를 똑 떼어내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지금, 내가 어떤 사람인지 더 극명하게 다가오는 것도 같다. 생각지 못하게 사람을 못 만나는 것보다 햇빛을 쬐지 못하는 것에 기력을 차리지 못했던 것처럼. 하루라도 빨리 자유롭게 내리쬐는 햇빛을 만끽하며 보낼 날들을 꿈꾼다.
“광합성 중입니다. 건드리지 마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