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10km 마라톤 완주라는 걸 목표를 잡고 나가기 때문에 처음에 러닝 머신 위에서 시작했다. 러닝머신에서 1분 뛰고 2분 걷고를 10번 하다 20번으로 채워 1시간을 했고 그러다 뛰는 시간을 조금씩 늘려서 9km 속도로 30분을 뛰었을 때부터는 시간을 계속 늘렸다. 50분 이후부터는 진짜 나지산과의 싸움이었지만 그것보다 힘든 건 발목과 무릎의 컨디션이었다.
통증이 살짝 씩 오길래 내 몸은 내가 잘 알기에 러닝머신을 다 한 후에는 많이 쓰는 쪽 라인을 폼롤러로 마사지를 하면서 풀어줬다. 그리고 뛸 때 필요한 근육을 웨이트로 단련시켜 조금씩 밖에서 뛸 준비를 했다.
매일 러닝 머신 위에서 30분 이상 달리는 연습을 하다가 진짜 오랜만에 1시간을 달렸다. 진짜 30분도 겨우 겨우 채워가며 달리던 내가 1시간 동안 달릴 수 있다는 걸 알고 난 뒤부터는 자신감이 붙었다.
그 뛰는 과정에서도 시간과 거리를 보면서 나 자신과 타협과 합리화를 해가면서 몇 번이나 정지 버튼을 누를까 말까 고민을 하면서 뛰었다.
그랬기에 1시간 10km를 뛴 후에는 그 성취감이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처음으로 밖에서 뛴 날.
집 근처에 뛸 수 있는 곳은 한 바퀴에 3km 되는 공원이 있었다. 경사가 있는 오르막길도 있어 걱정을 많이 하면서 뛰었는데 생각보다 할만했다. 평지보다는 오르막길을 치고 올라가야 한다는 생각이 많이 들어서 그런가 훨씬 재미가 있었다.
내 정신과 육체적인 체력과 수십 번 싸워가면서 10km 완주를 했을 때는 묵직한 무언가가 내 몸을 두드리는 것 같았다. 할 수 있다는 메시지와 함께 제자리에서 뛰는 러닝머신 위가 아닌 앞으로 치고 나가야 하는 실외에서의 운동이 오히려 막막하지만 성취감과 정신적 피로도가 덜 쌓이는 느낌이었다.
한번 하고 난 뒤 탄력을 받아 지금까지 3번을 뛰었는데 그래도 아직은 몸이 무거운 느낌이었다. 전날 저녁에 단백질 보충이라는 핑계로 몸살 200g 구워 먹었더니 다음날 아침에 뛰는 데 몸이 얼마나 무겁던지! 그때 뛰면서 느낀 건 절대적으로 마라톤은 가벼워야 하고 전날 저녁에는 소식으로 뛰어야 한다는 걸 느꼈다. 마라톤 대회가 얼마 안 남은 상태라 밖에서 뛸 수 있는 시간이 없어 평일에는 실내에서 10km를 계속 뛰면서 시간 단축을 하고 주말에는 밖에서 뛰면서 페이스조절을 잘해서 10km 완주를 연습해야겠다. 조금씩 나만의 훈련방법과 나만의 음식패턴들이 자리가 잡혀가고 있다.
무언가를 최선을 다해 준비하고 그걸 또 완주를 하게 되면 내 마음도 내 몸도 다시 새롭게 단정될 거라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