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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요마 Oct 16. 2018

그럼에도 요가는 쉬지 않았다.

워낙 습관적으로 바쁘게 사는 나 같은 성격의 사람에게는 마음 놓고 쉬는 것도 어려운 일이다.


근 몇 달 동안, 아니 1년이 넘는 시간 동안 없는 시간을 짜내어 하고 싶은 일들을 하려고 꾸역꾸역 이 일 저 일 벌이고만 다녔더니 바쁘긴 바쁜데 뭐 하나 제대로 하는 게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고 싶은 것은 항상 많지만 내가 정말 집중해야 할 일이 무엇이고, 또 어떤 것을 정말 포기할 수 없는지, 어떤 것을 과감히 버려야 하는지 가지를 쳐내는 작업이 필요한 시점이었다.


그러던 중 업무적으로 막중한 중압감을 받고 있던 일이 끝난 후, 때 마침 추석 연휴를 시작으로 연이어 휴일들을 맞이 하게 되었다. 그리고 나는 이 휴일들이 지날 때까지는 업무 시간에 일하는 것 외엔 ‘아무것도 하지 말기’를 목표로 시간을 최대한 허비하면서 보내기로 작정했다. 바쁘고 혼란스러운 것들이 어느 정도 정리되기를 내심 기대하면서.


노는 것도 해본 사람이 더 잘 한다고, 아무것도 하지 않고 시간을 흘려보내는 것은 (적어도 며칠간은) 나에게 견디기 어려운 일이었다. 당장이라도 노트북을 손에 잡고 뭐라도 찾아보거나 두들기기라도 해야 할 것 같았지만 이번만큼은 정말 그렇게 하고 싶지 않았다. 통근 시간에 기를 쓰며 독서하려고 하지도 않았고, 주 1회는 꼭 글을 쓰겠다는 스스로와의 약속도 과감히 제쳤다. 새롭게 언어를 배우려는 궁리도, 이미 구사하는 언어를 더 잘하려는 노력도 하지 않았다.


휴식 시간이 이어지자 몸은 이내 편한 상태에 익숙해져 갔다. 템플스테이에서 편히 쉬기도 하고, 여행도 다녀오고, 미뤄왔던 친구와의 만남도 갖고, 예전에 좋아했던 드라마도 다시 한번 정주행 하면서 처음의 불안감은 차츰 잊혀져 가고 나도 누구나 그러는 것처럼 평온하게 시간을 즐기게 되었다.


그럼에도 요가는 쉬지 않았다.

요가가 나에게 있어서 단지 운동에 지나지 않았다면 나에게 온전한 휴식을 주는 이 기간 동안 수련을 했을 리 만무하다. 하지만 나는 하고 있는 모든 것을 다 놓기로 한 이 기간에도 요가 만큼은 평소처럼 수련했다. 요가 수련은 나에게 있어서 반드시 해야 하는 강박적인 활동이 아닌 심리적 안정을 주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평온함을 찾기 위한 이 기간에도 나에게 반드시 필요했던 활동이었던 셈이다.


자타공인 요가 전도사인 나는 항상 다른 사람들에게 요가가 마음의 안정을 가져다준다고 입버릇처럼 이야기하곤 한다. 그렇지만 아직 수련의 경험이 부족한 탓인지 막상 요가가 어떻게 심적 안정을 가져다줄 수 있는지 명쾌하게 설명하진 못한다. 근육의 긴장을 풀어내는 스트레칭이 핵심인 것 같기도 하고, 동작과 동작을 연결하는 흐름 자체에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요가 선생님이 수련 중 전달하는 말에서 안정감을 느끼는 것 같기도 하다.


내가 구독 중인 한 유튜브 채널의 요가 강사는 요가를 '움직이면서 하는 명상'이라고 말하곤 한다. 개인적으로 아주 마음에 드는 표현인데, 내가 느끼는 요가 또한 움직이면서 신체를 단련하고, 동시에 명상을 통해 마음도 다질 수 있는 수련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이유야 어찌 됐건 단 한 가지 확실한 것은, 20대 초반부터 지금까지 다양한 종류의 운동을 접했었지만 요가만큼 운동 효과와 함께 심적 안정을 가져다주는 것은 없었다는 것이다. 요가 수련을 하고 난 후에 드는 심리 상태가 운동 후 느끼는 뿌듯함보다는 평온함과 차분함에 더 가까운 것을 보면 확실히 그렇다.


여하튼 그렇게 요가는 휴식 기간에는 나에게 더 큰 평온감을, 다시 돌아간 일상에서는 쉬어갈 여지를 가져다 주며 나를 더 유연하고도 단단하게 만들어주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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