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여기까지만 적어봤습니다.
소녀가 죽었다. 그러나 나는 장례식에 가지 않았다. 어쩌다 마주치는 사람, 딱 그 정도다.
물론 죽음은 안타깝다. 소녀, 그 삶의 진도는 어제로 끝났다. 어제 죽었다. 소녀는
갈색 머리, 파란 눈, 작은 손, 그것만 기억난다. 그게 내가 소녀를 기리는 방식이다.
맘에 들지 않아. 내가 이 정도밖에 기억을 못 한다는 게
어제 반했는데, 어제 죽었다.
기억을 하나 더 하자면, 손이 참 찬 사람이었다. 우연히 닿은 손은 얼음보다 차가웠다.
끝. 더 이상 기억하지 않기로 해. 이미 세상을 떠나 죽은 사람이야
나보단 어렸을까. 어려 보이긴 하는데. 기억하지 않기로 했잖아. 그럼 기억을 멈춰야지.
기억을 거역하지 못했다. 거역하기엔, 너무 슬픈 추억이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