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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히 Apr 27. 2024

시집가는 내 친구 딸에게

은아 드디어 결혼하는구나! 엄마가 얼마나 좋아할까, 진심으로 축하한다.


마음을 터놓고 지냈던 내 유일한 절친이었던 친구의식을 잃고 쓰러졌다는 소식에 눈앞캄캄했던 그때가 벌써 아득한 과거가 되었구나. 울면서 엄마의 사고를 내게 전했던 너의 음성이 지금도 생생하다. 


힘든 신장 투석에도 즐겁게 수다를 떠는 내 친구와 사는 얘기로 깔깔댔던 시절이 언제였던가 싶다. 자식이라면 눈에 넣어도 안 아프다며 큰 딸인 니 얘기에 침이 마르도록 자랑일색이던 엄마였단다.


딸만 둔 자신과 달리 아들만 있는 나를 많이도 부러워했던 내 친구.

그랬던 친구딸들의 지극정성으로 지금까지 잘 버텨내고 있으니 모두 너희 자매들의 사랑이 답이었구나. 큰딸인 네가 동생들과 아빠를 위로하며 엄마에게 얼마나 큰 힘이 되었는지 알았으면 좋겠다.


초등학교시절부터 차분하며 똑똑했던 큰 딸 예은이를 위해 세상에 모든 것을 해주고 싶어 했던 내 친구. 너의 중학시절 내내 딸을 위한 최고의 고등학교를 알아보며 어렵게 결정한 열린 학교를 우리는 함께 방문하며 많은 얘기를 나누었단.


의 미래를 위해 고민하고 준비하는 모든 것이  친구의 로망처럼 느껴졌었다. 성악을 전공하고 미국유학 후 이루지 못했던 자신 꿈보다 딸의 미래가 자랑스럽기를 바랐던 친구.  마음은 오직 딸의 성장과 행복바라는 엄마의 진심이었음말해주고 싶구나.


감사하게도 잘 자라 멋진 직업에 반듯한 모습의 너를 볼 때마다 내 친구의 젊었던 그 시절이 상상이 되곤 다. 찐한 연애로 결혼 후 남편이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났던 남편바라기 내 친구가 너의 남자친구를 소개받았던 날이 떠오른다. 저녁 늦게 전화한 친구 미래 사위얘기에 시간 가는 줄 모른 채 통화를 이어갔었지.


"은이 신랑감을 사진으로 봤었는데 오늘 직접 보니까 영락없는 은이 아빠인 거야! 어쩜 그런 남자를 골랐는지 ㅎㅎᆢᆢ

우리 큰 딸은 꼭 지아빠를 닮았어, 순진하면서도 어른스러운 모습이 ᆢᆢᆢ"


내 친구가 자신의 남편을 얼마나 좋아하며 미래 사윗감이 얼마나 마음에 들었는지가 그대로 전해지는 시간이었다. 전화기 넘어 이어지는 친구의 수다는 큰 딸인 너를 향한 무한 사랑 바로 그것이었단다.


의식은 찾았지만 언어를 은 채 표정과 소리로만 표현하는 세상에서도 친구가 지금까지  버텨주어 감사하다. 수다가 취미였던 친구가 나를 알아보며 보여주는 반가움의 목소리와 표정이 그 어떤 말보다 더 절절해 감사하고 감사하다.


예정보다 늦었지만 결혼하는 은아 진심으로 축하한다. 걸을 수 없는 친구 옆에서 사랑하는 친구 의 결혼식에 함께하는 기쁨을 허락해 주어 고맙다.


엄마의 사고가 너희 부부에게 더 큰 사랑과 이해를 주며 깊은 삶의 의미를 알게 해 줄거라 믿는다.


어느 날 할아버지 닮은 손주를 안게 되면 그 큰 눈을 더 크게 뜨며 함박웃음 지을 내 친구가 눈에 선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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