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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히 Aug 10. 2024

차속에서 겪은 한 여름밤의 납량특집


함께하는 합창단의 여름 공연이 끝나고 뒤풀이를 위해 만나기로 한 저녁이었다. 단합대회 장소는 시내에서 한참 떨어진 교외 식당이었다.


을 마치고 서둘렀지만 늦게 도착한 나는 먼저 온 단원들과 눈인사를 하며 선배옆에 자리했다. 다들 즐거운 표정으로 고기를 굽고 한잔씩 나누며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었다.


늦게 먹은 점심이 잘못됐던지 영 속이 안 좋아 수다만 떨며 시간을 보냈다. 식사가 마무리될 때쯤 불멍을 준비했다는 단무장의 말에 모두가 식당 밖 정원으로 나가는 분위기였다. 나는 안 좋은 몸상태를 이유로 빠져나와 차에 올랐다. 깜깜한 밤의 식당 주변은 내가 사는 도시가 아닌  방향 구분도 안 되는 낯선 곳처럼 보였다.


일단 네비에 내가 사는 아파트를 찍고 출발했다. 한참을 달리다 보니 유턴 표시가 나오는 것이었다. 자동차 도로여서 그런가 싶어 유턴 후 다시 네비 속 방향지시와 도로를 보니 회전구간 표시였다. 가로등도 없는 시골길을 천천히 운전해 확인한 회전구간의 방향은 무려 3개나 되는 미로 같은 표시로 순간 아찔했다. 다행히 뒤에 오는 차가 없어 멈춘 채 눈을 부릅뜨고 회전방향을 바라보았다.

인적이 드문 캄캄한 도로에 허옇게 보이는 원이 표시하는 회전형 화살표 도로는 내겐 미스터리 써클같이 의미 없는 그림일 뿐이다. 도대체 어느 방향을 의미하는지 알 수 없어 대충 어림잡은 방향으로 들어선 확인한 도로 표지판은 아무래도 집방향과는 다른 엉뚱한 곳인 것 같았다.


 네비는 직진을 표시했고 그렇게 한참을 달리다 우회전 안내에 오른쪽 도로로 접어들었다. 그런데 이상했다. 들어선 도로는 좁디좁은 산길이었다. 불현듯 두려운 마음이 들었지만 네비의 직진 표시는 계속되었다. 그대로 달리다 보니 공사현장 같은 곳이 나타나며 그곳은 막다른 길이 되어 내 앞을 가로막았다. 칠흑같이 어두운 시골 좁은 길에 중단된듯공사현장 쓰레기와 연장들이 뒤섞인 모습은 드라마 속 범죄현장 딱 그것이었다. 인적 없는 시골의 낯선 길이 주는 상황이 얼마나 무서운지 심장이 벌렁벌렁 뛰며 뒷골이 뜨거워졌다. 차문이 잠겼는지 얼른 확인 후 나온 혼잣말은 이런 곳에 오게 한 네비를 향한 분풀이 같은 막말이었다.


"아오 진짜 이 네비**가 미쳤나! 야, 너 완전 맛이 갔다 갔어. 진짜 어이가 없네!"


반응 없는 네비에게 사람인양 화를 냈지만 묵묵부답인 네비는 반응도 없고 기가 막힌 나는 서둘러 차를 돌려 던 길을 다시 나왔다. 큰 도로에 접어들기까지 '정신 차려'를 무한 반복하며 나는 운전에 집중했다. 


도로에 진입한 후 확인 네비는 2km 이상을 직진 후 우회전과 유턴 표시였다. 아닌 밤중에 홍두깨가 아닌 똥개 훈련인가 싶었지만 어떡하리. 이 상황에 내가 믿는 생명줄은 바로 네비뿐인걸. 라디오 음악도 이 황당한 상황에선 공포영화음악 같아 꺼버린 채 네비와 도로를 뚫어지게 보며 중얼거렸다.


"오늘 밤 안으로는 도착하겠지. 설마 집에 못 갈까"


불안한 마음을 안은채 네비의 표시대달리면서 도로 표지판 하나하나를 확인했다. 어느 순간 익숙한 도로명이 눈에 띄었고 유턴 표시는 직진과 좌회전으로 바뀌어 있었다. 그제야 마음이 놓이며 라디오를 켜는 여유도 생겼다. 지나는 차들이 반갑기 그지없고 흐르는 익숙한 노래정신이 돌아온 듯 마음이 편해졌다. 시계를 보니 세상에!  9시가 었다. 15분 걸렸던 거리를 40분이 넘게 헤매고 다닌 것이었다.


호랑이가 아닌 네비 헛발질잡혀갈뻔하 구사일생 아니 무사무탈로 살아 돌아온 한여름밤의 납량특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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