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가히 May 11. 2024

그는 누구인가

아침이슬의 그 사람


긴 밤 지새우고 풀잎마다 맺힌 진주보다 더 고운 아침 이슬처럼.....


 TV에서 김민기란 사람의 다큐멘터리가 방영되고 있었다. 70년대 학생이었던 나는 그를 '아침이슬'을 부른 가수로 기억한다. 데모나 시위에 참여하지 않았어도 나는 이 가수의 노래를 많이 듣고 따라 불렀던 기억이 새롭다. 소박하지만 진심이 담긴 노래가 흐르며 여럿의 유명 배우들이 그를 설명다.


"선생님은 스스로를 '뒷것'이라고 부르셨어요."

"어두운 곳, 보이지 않는 곳에 있는 존재란 의미였죠" 


무대 위 연기하는 제자들을 '앞것'이라 부르자신을 '뒷것'으로 칭하며 기꺼이 보이지 않는 역할에 진심을 다했다는 가수 김민기.

스스로를  부른 그를 따르고 존경하는 많은 배우들의 설명이 이어졌다.


"합동결혼식을 하는 공장 노동자들을 축복했었죠" "올림픽에서 메달을 따지 못해 낙담한 선수들을 위로했던 분이에요."


 그는 "돈 되는 일만 하다 보면 돈 안 되는 일을 못할 것 같아서” 힘없고 가난한 예술가들을 위한 극단 <학전>을 이끌었단다. 화면 속 내레이터는 그가 이끌던 극단이 재정난으로 문을 닫았다는 사실을 확인해 준다. 척박한 연극계에서 계약서란 형식으로 후배들에게 당당한 을의 경험을 주었다는 이야기. 돈 많은 기업인들을 지인으로 두었어도 신세 지는 것엔 거리를 두며 자신이 세운 원칙을 평생 지켰다는 이야기들이 뒤를 잇는다. 


이념의 시대를 지나며 노래로 저항했던 사람이지만 세상에 알려진 가수의 삶이라 하기엔 스스로를 낮추는 겸손의 태도가 놀라웠다. 자료 화면 속 그의  모습과 그저 동네 아저씨 같은 차림으로 화단에 꽃을 심는 뒷모습에서 투박하지만 진심이 느껴졌다. 한 사람의 말과 행동의 일치가 그 무엇과 비교할 수 없는 울림이 되어 다가왔다. 


오디션으로 성공한 가수들, 우연한 기회에 셀럽이 되고 인기 유투버가 된 사람들이 세상 부러움이 되는 이다. 어린 초등학생들의 꿈 1위가 유투버가 된 지는 오래전이다. '돈이 만능이고 삶의 목표'라고 말하는 현실에서 그의 삶은 참 많은 것을 느끼게 다.


예술이 돈이 되고 부를 이루는 것이 당연한 것처럼 말하는 현실에서 김민기란 한 사람의  낯설지만 특별함이  마음 한쪽을 울렸다.

비슷한 시대를 살았다는 사실 말고는 그 어떤 관련 없는 화면 속 한 사람에게 공감을 넘어 감동이 느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베란다 밖 5월의 햇살이 눈이 부시게 밝고 환하다.

아름다운 자연을 즐기는 스스로를 누군가에게 보여주는 것이 만족이고 기쁨이 된 세상이다. 이런 시대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누군가를 돋보이게 하는 '뒷것'의 역할은 특별함을 너머 귀한 존재로까지 느껴진다.


나는 살면서 누구의 '뒷것'이 되었던 적이 있을까.

둔탁하게 가라앉은 그의 목소리가 가슴을 울린다.


아하, 누가 나의 손을 잡아주면 좋겠네

내가, 너의 손을 잡았으면 좋겠네

높이 높이 두터운 벽 가로놓여 있으니

누가, 그렇게 잡았으면 좋겠네


내가, 저 들판의 풀잎이면 좋겠네.

내가, 시냇가의 돌멩이면 좋겠네

하늘 아래 저 들판에 부는 바람 속에

아하, 내가, 그렇게 되었으면 좋겠네


ㅡ김민기 작사 <아하, 누가 그렇게>중에서













매거진의 이전글 국수예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