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아홉에 만난 어린 왕자를 육십이 넘어 다시 만났다. 여전히 어린 왕자는 어른이 된 내게 잊고 있던 그곳의 이야기를 다시 들려주었다.
장미와의 열병으로 가슴 먹먹하던 그때처럼 왕자의 발그레한 심장이 내 마음을 두드렸다. 서툰 거짓말뒤 부드러움을 눈치채지 못한 어리고 어설펐던 주인공의 나를 소환하면서.
이제는 긴 시간을 돌아 나만의 행성 속 허영과 권위와 시간에 쫓기는 덧없는 주인이 된 내게 그는 아름다운 슬픔으로 다가왔다.
"멋진 일이니까 아주 쓸모 있는 일이기도 해ᆢ
하지만 조금도 어리석어 보이지 않는 사람은 이 사람뿐이야. 그건 어쩌면 그가 자신보다 다른 것을 더 돌보고 있기 때문일 거야'
눈에 보이는 껍데기만 향했을지 모를 내게 장미와 길들여짐과 사막 속 우물을 함께 할 누군가가 있었을까. 아득하게 멀어지는 과거라는 별을 지나 이제는 지는 해를 바라보는 내게 그는 대답했다.
"이제 생각났다. 길들여진 다는 건 그로 인해 조금 울게 될지도 모른다는 뜻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