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도 때도 없이 맛있던 라면이었다. 밥 생각이 없어도 라면은 언제나 별미였고 건강에 나쁘다는 이런저런 말에도 참을 수 없이 땡기던 그 라면이었다.
그런데 맛이 없다.
왜일까. 라면맛이 변했을까. 내 입맛이 변한 걸까.
이유는 바로 늙어서란다. 참 어이없는 이유다.
늘 맛있던 음식들이 어느 날 맛을 잃는다면 바로 나이가 원인이라 말하는 친구들의 대답이 그럴듯하다. 늙는 것도 서러운데 별것이 다 사람 속을 상하게 한다 싶다.
아침에 눈을 뜨면 먹는 타령의 딸이 부러운 듯 한마디 하셨던 엄마가 생각난다.
" 너는 참 좋겠다. 날마다 먹고 싶은 것이 그리 많으니"
넋두리 같은 엄마 말을 무심히 지나쳤던 딸은 이제 그 나이의 엄마가 되어 그리움과 서러움을 삼키는 세월과 함께 가고 있다.
" 엄마 나도 이제 뭐가 맛있는 게 없어. 라면도 별로인 나이가 되었네"
울 엄마 대답이 내 귀에 들려온다.
'그럼 뭐 먹을래, 뭐든 먹고 싶은 음식 생각해 봐.
엄마가 얼른 해줄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