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이 오기 전에
입추가 지난 오늘
한풀 꺾인 더위가 새삼 자연의 이치련가 싶다. 여전히 뜨거운 햇볕, 한여름 나뭇잎에 실려 오는 바람 끝이 달라졌다.
반가운 사람들과 이런저런 수다로 한 나절을 보내고 오니 뉘엿뉘엿 지는 해 넘어 여름 속 저 멀리 가을기척이 어렴풋한 저녁이다. 폭염의 8월이 아직은 당당한데 마음은 벌써 저만큼 건너간다.
이 계절의 틈에 서며 변함없는 자연의 흐름에 숨을 고른다. 여름의 어느 자락, 이 짧은 찰나의 계절 앞에서 문득 흩어지는 마음을 모아 본다.
그리고 계절 앞에 선 나를 다독인다.
" 세상은 죽을 때까지도 다 볼 수 없을 만큼 크고 넓으며, 삶은 말 할 수 없이 아름다운 축복이란 것을."
ㅡ유시민 작가 <청춘의 독서>중에서 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