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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멈춰본다

아다지오처럼 천천히

by 가히

찜통더위가 한결 가셨나 싶은 아침, 라디오에서 흐르는 비발디의 가을이 내 안의 계절을 깨운다.

주체할 수 없는 자신의 화를 토로하는 편지 속 주인공에게 진행자는 물 흐르듯 담담하게 말한다.


"그럴 수 있죠.

그럼에도 이해 안 되는 상대와 차오르는 분노의 자신을 잠시 바라보는 멈춤이 필요할 때가 있지 않을까요. '어째서' '왜'라는 날 선 감정조차 내 안에 잠시 머물다 흘러가는 물결이라 여기면, 그 속에 휩쓸리지 않고 그저 가만히 지켜보는 것도 답이 될 수 있으니까요."


그의 잔잔한 대답이 물 흐르듯 내게 와 머문다.


그래. 이유를 찾아내 다그치며 해결을 찾기보다 그냥 그 자리에 앉아 숨을 고르고 있는 것 또한 나를 지키는 한 방법일 것이다. 쉬운 듯 어려운 답이 마음 어딘가에 멈춘다.


삶은 언제나 완벽한 균형을 요구하지 않는다. 화도 있고 웃음도 있듯 후회와 감사의 순간도 있으니 말이다. 날마다 흔들리면서도 우리는 다시 일상의 길 위에 서 하루를 살아가는 인생이 아닌가.


깊은 곳 어디쯤의 나를 들여다본다. 셀 수 없이 많은 감정의 순간들이 지나는 것을 바라다보면 언젠가 고요해질 수 있을까. 그때쯤이면 모두에게 조금 더 너그러워질 수 있을까 생각해본다.


<모차르트 클라리넷 협주곡 2악장 아다지오>가 내 마음에 내려앉는다. 나도 몰랐던 날 선 마음의 모서리를 하나씩 스치며 잔잔한 선율은 조용한 위로가 되어 간다.


음악이 흐르는 이 아침 살아 있음이 선물처럼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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