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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가을이 내게 왔다

by 가히

사라졌나 싶었던 가을이 한창이다.

문득 마음이 먼저 알아차린 계절, 한낮의 햇살 속 10월을 제대로 느끼고 싶었다.


괜히 커피 한 잔을 들고 운동복대신 겨자빚 스웨이드 재킷을 걸치고 집을 나섰다. 가을의 상쾌한 바람이 얼굴을 스쳤다. 햇살이 묻은 은행빛의 점퍼가 나를 감싸며 계절이 단숨에 스며들었다. 길가의 나무들은 바뀌는 계절로 물들고 보도블록 위 낙엽이 발끝에서 바스락거렸다. 손에 든 따뜻한 커피 향을 느끼며 마신 한 모금에 이 가을이 나에게 내려앉았다.


계절은 이렇게 무심한 듯 천천히 내 안에 스며들었다. 한 줄기 바람, 기분 좋은 햇살, 커피 한 잔의 따뜻함 그리고 이유 없는 발걸음.


짧지만 선명한 계절,

깊어가는 가을이 온몸으로 쏟아졌다.

아끼며 꺼내고 싶은 10월의 마지막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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