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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굴비선생 Aug 02. 2024

인생맛 굴비(屈飛) 정식 #3

견디는 삶에 대하여

우리의 삶은 그와 같을 것이다. 매일, 정해진 리듬에 따라 하우스뤼켄Ausricken(나가다) 아인뤼켄Einrickern(들어가다), 나갔다가 들 어올 것이다. 일하고 자고 먹고, 아팠다가 낫거나, 죽을 것이다.


….. 언제까지? 이런 질문을 하면 고참들은 웃는다. 이런 질문을 하는 사람이 수용소에 갓 들어왔음을 알아차린다.


그들은 웃기만 할 뿐 대답을 하지 않는다. 그들에게 미래의 문제는 몇 달 전부터, 몇 년 전부터 빛을 잃었다.


눈앞의 급박하고 구체적인 문제 앞에서 먼 미래의 중요성은 모 두 사라져 버렸다. 눈이 오지 않을까, 부려놔야 할 석탄이 있을까, 오늘은 얼마나 먹을 수 있을까 하는 문제들 앞에서. -


’ 이것이 인간인가 ‘의 저자 ‘프리모 레비’는 이탈리아에 살던 유태인이었는데 파시즘에 저항하는 지하운동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아우슈비츠 제3수용소로 끌려갔습니다.


죽음의 수용소에서 겪었던 끔찍한 경험을 담백한 어투로 쓴 책인데, 당시 저도 고통 속에서 벗어나려, 나보다 더 고통스러운 삶을 엿봄으로써 저를 구해내고 싶었습니다.


2009년 커다란 실패를 경험한 당시 순간은 받아들이기 어려웠고,

그렇게 힘든 시간을 보내도록 만든 그 사람을  원망하는 것에 모자라 복수심으로 온 정신을 불태웠습니다.

트럭을 몰고 가 그를 깔아 버리고 남은 인생을 감옥에서 살 생각을 지우는 데 걸린 시간은 꼬박 1년이 걸렸습니다.


그다음의 1년은 스스로를 돌아보고 모든 원인을 저에게로부터 찾고 소위 바둑에서 하는 복기를 하는데 시간을 쏟았습니다.


힘이 들고 인생의 부침이 극에 달했다고 느끼시거든 그것이 운동이던 책이던 무엇이던 간에 무언가라도 해보시길 권해 드립니다.


오늘 북카페에서 15년 만에 다시 읽어 보았습니다. 지금은 절대 그때만큼 고통스럽지는 않습니다.  나아가고, 웃고, 이겨내고 있습니다.

읽고 나면 우울해질 법한  몇 구절을 더 소개합니다.


- 내 발등에는 벌써 치료 불가능한 상처가 아무 감각도 없이 곪아가고 있다.

나는 수레를 밀었고, 삽질을 했고, 비에 젖었고, 바람에 몸을 떨었다.

내 육체는 이미 내 것이 아니었다.

배는 볼록하게 나왔고 팔다리는 장작 같았으며 얼굴은 아침이면 부었다가 저녁이면 홀쭉해졌다.

우리들 어떤 사람은 피부가 누렇게 혹은 잿빛으로 변했다. 사나흘 만나지 못하면 서로를 알아보기도 힘들었다.


우리 이탈리아인들은 매주 일요일 저녁 수용소 한쪽 귀퉁이에서 만나기로 약속했다. 하지만 곧 그만두어야 했다.

숫자를 세는 게 너무 슬펐기 때문이다.

우리의 수는 매번 줄어들었고 매번 몰골이 더 사납고 더 비참해졌다.

모임에 나가려고 몇 발짝 떼어놓는 것도 힘이 들었다.

다시 만나게 되면 필연적으로 기억을 떠올리고 생각을 하게 되었는데, 그렇게 하지 않는 편이 더 나았다. -


오늘 저는 행복한 하루를 살았습니다.


wake u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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