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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크레피오 Jul 15. 2020

현존의 맛

오전부터 내내 흐리고 마른 벼락이 치더니 오후가 되어 기어이 소나기가 억수로 퍼붓는다. 그러나 일기예보를 보니 오후 6시 정도면 다시 비가 그친다고 나온다. 지금 3시가 조금 넘었는데 한 1시간 가량 지 성질대로 퍼붓고 나면 좀 잠잠해지려나 모르겠다. 


그러나 이것도 다 여름을 즐기는 맛이다. 여름 한철 아니면 이렇게 제 성질 못 참고 퍼붓는 소나기의 강렬함을 언제 즐길 수 있단 말이더냐. 계절은 딱 계절다운 맛이 있다. 

여름 즐기는 맛 중에 또 하나 내가 좋아 하는 것은 창문 열어 놓고 스르르 잠에 들고 나면 아련히 들려오는 매미소리이다. 마치 파도처럼 천천히 시작했다가 귓볼까지 와서 와르르 부딪치며 절정에 이른 후 다시금 시나브로 잦아드는 그 매미소리도 여름 한철이 주는 맛이다.


현재에 존재한다는 것, 그게 뭐 별 거 아니다. 이성이니 논리니, 사회가 나름대로의 이유 때문에 만든 과거의 틀에서 벗어나 타고난 감각과 직관을 활용하면 현재에 존재할 확률도 그만큼 높아진다. 

소나기 소리 들으면서 퇴근길 걱정하지 말고, 다른 계절에 들을 수 없는 것이니 만큼, 청각을 곧추세우고 소리라도 즐기라. 

살아 있음이 시원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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