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께서 법인카드 4개를 들고 있는 친구분께 "나는 복지카드 2개다~"라고 자랑을 하셨단다. 여군인 내가 드린 복지카드 하나, 여경인 여동생이 드린 복지카드 하나. 이렇게 두 개.
"딸내미 둘을 군인, 경찰을 시켰냐~~"는 질문에 아버지께서는 "허허~ 학교 다닐 때부터 사내아이들이랑 놀러 다니더구먼 군인, 경찰이 되어버렸네~"라고 하시면서 우리 자매를 자랑스러워하신다.
자식 농사 성공했다며, 뿌듯해하시는 부모님의 대화를 듣고 있으면 가끔 민망해지기도 한다. 지난번 휴가 때 이야기다. 가족 외식을 위해 갔던 식당에서 아버지께서는 연례행사처럼 식당 주인에게 딸 자랑을 시작했다.
"우리 딸내미가 육군 대위야! 지금은 전방에서 나라 지키고 있는데, 오랜만에 휴가 나와서 밥 먹으러 왔어~ 작은 딸내미는 이번에 경찰 합격해서 엊그제 첫 출근했어~"
호탕한 웃음과 함께 자랑하시는 아버지의 모습을 보면서 "아직 대위 아니야~ 대위(진)*이라고!!"라고 말을 해도 들리지 않는다. 자식 자랑은 몇 번을 해도 지겹지 않으신 모양이다.
* 계급 뒤에 (진)이 붙는 것은 진급발표는 났지만 아직 진급은 하지 않은 상태인 것이다.
평소에 조용한 우리 어머니께도 자식 자랑은 비껴가지 않는다. 친구분들 사이에서도 군인인 딸내미가 유명하다고 하셨다. "이게 달팽이 크림인데 얼굴에 쫀득쫀득한 게 00 엄마 피부 미인 비결이래~", "이게 금가루 크림인데~ 안에 금가루가 들었는데도!! PX에서는 얼마 안 한대~" 처음에는 화장품 구매 부탁을 하는 것이 불편하고 번거롭기도 했지만, 화장품 선물을 드리면서 나의 자랑을 하신다는 어머니의 이야기를 듣고 종종 택배를 보내드리고 있다.
풍요롭게 하고 싶은 거 다하면서 키우지는 못했지만, 남들 하는 거는 다하면서 키우기 위해서 노력하셨다는 아버지께 지난번 휴가 때는 여동생과 함께 복지카드를 드렸었다.
"아버지, 복지카드를 전방에서는 별로 쓸 수 있는 데가 없더라고요~ 이게 근데 또 유효기간이 있어서 지역 근처에서 사용하시면 될 것 같아요~"
전방에는 복지카드를 쓸 수 있는 곳이 많지 않으니 아빠가 쓰면 될 것 같다. 고 드린 의미였는데, 아빠 나름대로 기분이 많이 좋으셨나 보다.
"국방부가 주는 돈 쓰는 재미가 있겠네~" 분기마다 얼마 들어오지도 않는 포인트였지만 아버지께서는 괜스레 자랑스러움과 행복함을 느끼는 것 같았다.
"법인카드 4개? 기업에서 주는 돈 부럽지 않아~~ 나는 복지카드 2개라고~~"
아직도 집에 가면 임관 사령장(육군 장교로 임관을 하면 주는 것)과 학교기관에서 받은 상장, 메달이 아버지의 전시장 한가운데서 자리를 차지하고 집에 오는 손님마다 소개해드린다고 한다. 부끄럽긴 하지만, 존재만으로도 누군가의 자랑이 되고 행복이 될 수 있다는 것이 부모가 아니면 누가 할 수 있겠는가?
아버지께 말씀드려야겠다. 3분기 복지포인트 들어왔다고. 부유하진 못해서 법인카드를 쓸 수 없겠지만 복지카드로 내 돈은 얼마든지 쓸 수 있게 해 드려야겠다고. 행복하게 해 드려야겠다고 다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