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반은섭 Jul 09. 2022

필즈상 수상과 나의 단상들

수학이란? 우리는 얼마나 깊게 생각할 수 있는가?


미국 프린스턴 대학 교수이자 한국 고등과학원 석학교수인 수학자 허준이(39)님이 한국계 최초로 ‘수학 노벨상’인 필즈상을 받았는 소식을 접했습니다. 지금까지 한국인이나 한국계 학자가 이 상을 받은 적은 없지요.


필즈상은 국제수학연맹이 4년마다 여는 세계 수학자대회에서 만 40살 미만의 수학자에게 수여하는 수학계 최고의 상으로 흔히 수학계의 노벨상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노벨상은 해마다 시상하며 공동 수상이 많지만, 필즈상은 4년마다 40살 미만 수학자에게 최대 4명까지만 시상해 노벨상보다 받기 더 어려운 상으로 평가됩니다.




핀란드 헬싱키에서 열린 국제수학연맹의 필즈상 시상식에서 상을 받고 있는 허준이 교수 -유튜브 화면 갈무리-




허 교수님은 대수기하학을 이용해 조합론 분야에서 다수의 난제를 해결하고, 대수기하학의 새 지평을 연 공로를 인정받아 필즈상을 받았습니다. 대수기하학과 조합론은 학교 수학에서도 맛볼 수 있는 개념입니다. 대수기하학은 방정식을 통해 도형이나 공간의 성질을 연구하는 분야이고, 조합론은 확률에서 나오는 ‘경우의 수’를 주로 다룹니다. 허 교수님은 일찍이 대표적 난제로 알려진 리드 추측 등 모두 11개의 난제를 대수기하학 분야와 조합론 분야를 연결해서 해결했습니다.



다음은 허 교수님의 수상 소감입니다.




저에게 수학은  자신의 편견과 한계를 
이해해가는 과정이고,
인간이라는 종이 어떤 방식으로 생각하고 
 얼마나 깊게 생각할  있는지 
궁금해하는 일입니다.
 
스스로 즐거워서 하는 일에 
의미 있는 상을 받아 깊은 감사함을 느낍니다.








허 교수님의 수상과 관련해 수많은 기사가 나왔습니다. 한 인간의 성장, 그리고 학문과 교육에 관련해 느낀 몇 가지 단상을 여러분들과 공유합니다.




1. 비교적 늦게 수학에 눈을 뜨다



허 교수님은 미국에서 출생했지만, 초중고와 대학의 학부, 석사 과정을 모두 한국에서 마쳤다고 하지요. 초중고 시절엔 물론 수학을 잘하긴 했지만, 특출난 재능을 보이진 못했습니다. 흔히 천재 학생들이 수학경시대회나 국제 올림피아드에서 두각을 보이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말이죠. 서울대학교 물리천문학부에 입학을 한 그는 4학년 때까지 방황을 했다고 합니다. 물리와 천문학이 멋있게 느껴져 전공을 선택했지만 학업을 잘 따라가지 못했습니다. 수학을 본격적으로 공부를 시작한 게 바로 대학교 4학년 즈음이라고 합니다. 비교적 늦게 수학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았다고 할 수 있겠네요. 조금 늦게 시작해도 최고의 경지까지 올라갈 수 있다는 희망이 생깁니다.




2. 훌륭한 스승과의 우연한 만남이 있었고, 소중한 인연으로 이어갔다




허 교수님이 서울대 대학원 석사 과정에서 공부를 하던 시기, 서울대에는 노벨상 급 석학들을 석좌교수로 초빙해 강의를 개설했다고 합니다. 1970년 필즈상 수상자인 일본의 히로나카 헤이스케 교수가 서울대 수리과학부에 석좌교수로 초빙됩니다. 헤이스케 교수는 [학문의 즐거움]이라는 책의 저자로도 이미 유명한 대수기하학 분야의 거장이었습니다. 헤이스케 교수의 강의를 듣게 된 허 교수님은 대수기하학에 매료되어 연구주제를 정했고, 이것이 이후 업적으로 이어졌다고 합니다. 헤이스케 교수의 연구실을 오가면서 질문도 하고, 식사도 자주 같이 하면서 우연한 만남을 소중한 인연으로 이어나갔습니다. 이후 일본으로 건너간 허 교수님은 헤이스케 교수님의 집의 방 한 칸에서 머무르며 연구를 했다고 합니다. 헤이스케 교수님과의 만남들이 먼 훗날에 받게 될 필즈상과 어떻게 든 연결되어 있을 것만 같습니다.




3. 서로 다른 분야를 연결했다




'대수기하학'과 '조합론'은 수학에서 전혀 다른 분야입니다. 그런데 허 교수님은 조합론 분야에서 다수의 난제를 대수기하학을 이용해 해결을 했습니다. 대수기하학과 조합론의 새 지평을 연 것이죠. 물론 이 공로를 인정받아 필즈상을 받았습니다. 수학에서 전혀 다른 분야를 연결해 난제를 해결한 예는 역사적으로 무척 많습니다. 수학뿐이겠나요? 앞으로는 수학 내의 다양한 분야는 물론이고 여러 학문의 경계를 넘나드는 통합형 사고가 점점 더 요구될 것입니다.








 다음은 "수학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허준이 교수의 답입니다. 아마 수학 공부를 왜 하는지 궁금해하는 이들에게 해줄 수 있는 모범답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주입식 문제 풀이와 점수 이면에 숨겨있는 수학의 놀라운 의미와 재미를 우리나라의 학생들도 충분히 느껴보길 바라면서...




수학은
진리가 무엇이고,
왜 그것이 진리인지 탐구하는 학문입니다.  
우리는 모두 자신만의 길을 찾아내야 합니다.

-필즈상 수상자, 허준이-







매거진의 이전글 포기하는 것도 지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