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맥락을 먼저 파악하세요
중·고등학교 수학 교과서를 펴보십시오. 수많은 개념과 문제가 쏟아집니다. 학교나 학원에서 아이들은 수학 교과서나 참고서의 모든 내용을 처음부터 끝까지 차근차근 공부하지요. 그런데 제가 많은 학생들을 지켜본 바에 따르면 두꺼운 수학책의 앞부분만 열심히 보고, 그다음부턴 손을 놓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산더미처럼 쌓인 수학 개념과 문제들에 곧 흥미를 잃기 때문입니다.
인수분해, 복소수, 삼차방정식, 로그,
미분, 적분….
숨이 턱 막힙니다. 세분화된 중·고등학교 수학 곁가지들을 공부하기 위해서는 짧게는 며칠, 길게는 몇 주가 걸립니다. 몇 달을 투자해야 온전히 알게 되는 미분과 같은 개념도 있습니다. 배운 것과 배울 지식이 뒤죽박죽 섞여 있어 무엇을 모르는지조차 알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수학 공부에 마음의 문을 닫아버리는 중·고등학생들도 많이 있습니다. 수학 학습을 위한 새로운 처방전이 필요합니다.
제가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가장 많이 쓰는 단어가 바로 연결입니다. 수학은 모든 개념이 실타래처럼 연결돼 있습니다. 독수리가 상공에서 숲을 바라보듯, 먼저 전체의 맥락을 파악하고 각 부분의 핵심 개념을 연결해 놓아야 합니다. 저는 수학을 가르치고 있는 교사이자, 최근까지 10여 년간 수학교육학이라는 학문을 연구해 온 학자이기도 합니다. 제가 수학교육을 전공하며 대학원 석사, 박사과정에서 주로 연구한 분야는 '문제 해결에 관련된 심리학'입니다. 평소 공부를 열심히 하지만, 시험 점수가 잘 나오지 않는 학생들이 있습니다. 이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특징이 있습니다. 공부한 내용들의 연결고리가 없다는 것입니다.
학습 방법을 조금 바꿔주면 이 학생들의 성적이 많이 오릅니다. 얼마나 오래 공부했는지가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기억에 쌓여 있는 수학 지식과 개념의 분량보다는 지식이 어떻게 구조화되어 체계적으로 정리되어 있는지가 훨씬 더 중요합니다.
인지심리학에서는 기억에 구조화되어 저장된 지식의 틀을 스키마(Schema)라고 합니다. 스키마는 컴퓨터에서 잘 정리된 폴더와 비슷한 개념입니다. 수학 개념과 지식, 원리와 법칙들을 잘 연결된 하나의 망으로 저장해 놓아야 합니다. 교과서나 참고서에 산발적으로 제시되어 있는 내용에 의미를 부여해 서로 연결된 다리를 놓아야 합니다. 예를 들어 교과서 여기저기에서 볼 수 있는 '연립방정식의 해'와 '직선의 방정식' 그리고 '일차함수의 그래프'를 따로 학습하지 말고, 하나의 스키마로 집중해 연결망을 만들어 놓아야 합니다.
초등학교 수학은 잔잔한 호수입니다. 작은 배를 타고 노를 저어 가면서 스스로 수학을 즐길 수 있습니다. 그러나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학년이 올라가면 수학 파도가 거세게 출렁이는 바다로 나가야 합니다. 깊고 넓은 수학 바다에서 수학의 핵심 개념과 문제들만을 간추려 연결할 수 있다면, 짧은 시간에 집중적으로 수학을 장악할 수 있습니다. 지금도 어딘가에서 떨리는 마음으로 '수학여행'을 하고 있는 학생 여러분을 응원합니다.